1000자 수필 문득.824 --- 태안 천리포해변 천리포수목원
아직 계절이 일러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저만큼 파도가 만들어내는 물길 따라 함께 즐기고 있다. 물결이 덤벼들면 한발을 물러서고 물결이 물러서면 한발 다가가기도 하면서 시시덕거린다. 천리포해변 뒤편으로 천리포수목원이다. 함께 어우러지면서 절묘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계절마다 특색 있는 테마가 있을 만큼 꼼꼼하게 꾸며져 각박해지는 마음을 잠시라도 위안하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백사장을 빠져나가고 차도를 따라간다. 천리포수목원이 나타난다. 힐끔힐끔 울타리를 안고 가며 들여다본다. 꽃을 보기에는 어설프다. 전에 보았던 나무들과 연못이 보인다. 백련과 홍련이다. 수목원이 처음부터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너무 척박해 버려지다시피 한 땅을 매입하여 나무를 심었다. 주위에서는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그래도 30년 넘게 가꾸며 버젓한 수목원으로 거듭났다. ‘나무가 주인인 수목원‘을 지향하는 사립수목원으로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었다. 무려 14,000여 품종을 보유하면서 특히 ‘목련, 무궁화,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를 집중적으로 수집하였다. 미국인이면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이 된 민병갈 선생의 숨결이다. 다시 태어나면 한 마리 개구리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왜 하필이면 개구리일까. 순수자연에 귀의하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일대는 지난 2007년도 말에 원유유출사고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곳이다. 130만 명이란 놀라운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어 한겨울에 기름띠를 닦아내며 하루빨리 원상회복되기를 간절히 소원하였던 곳이다. 이제 그런 아픔은 말끔히 씻어내고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자랑스러운 포구로 발돋움하였다. 바다가 있어 푸른 물결이 용솟음치듯 힘이 불끈불끈 일어선다. 행정구역상 태안군 소원면으로 뜻하지 않은 재난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온 국민이 소원한 것을 보면 소원을 많이 품은 곳이다. 이곳 소원면 해안에서 좋은 꿈을 꾸며 소원을 이루는 것도 의미가 있지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