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증후군' 식물로 치료한다
관음죽․산세비에리아 등 오염물질 빨아들이고
온도․습도 조절 기능까지
'식물이 사람을 치료한다?'
실내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최근 건강을 위해 식물을 기르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단순한 관상용 원예에 심신의 건강을 도와주는 웰빙 개념이 도입되고 있는 것. 이달 말 '실내 식물이 사람을 살린다'(중앙생활사)를 출간하는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 손기철 교수에게 새집증후군을 퇴치하는 '녹색 거실'의 건강효과와 가꾸기에 대해 들어본다.
◆ 왜 사람에게 유용한가 = 실내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은 이른바 휘발성 유기물질이다. 화학접착제와 합성수지로 만든 건축자재. 가구. 벽지를 비롯해 카펫. 방향제. 흡연 중 나오는 오염물질은 줄잡아 300여종. 여기에다 주방기구 연소시 생기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분진이 공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조한 공기가 호흡기를 위협한다.
식물이 좋다는 것은 이 모든 실내 오염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 식물의 광합성 작용과 호흡. 수분대사 작용을 통해 오염물질을 빨아들이는가 하면 전자파와 오존을 흡수하고, 몸에 좋은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뇌를 활성화시키면서 행복감을 높이는 것도 식물의 역할. 식물의 녹색은 뇌파중 느린 파형인 델타파를 감소시키고, 안정파인 알파파를 증가시킨다.
식물은 곰팡이나 박테리아와 같은 세균도 제거한다. 실내 50%를 식물로 채울 경우 박테리아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 이는 식물이 미생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내뿜기 때문이다. 피톤치트의 경우 살균은 물론 진정. 완화작용도 한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바이오필터다. 개방형 주방기구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의 실내 농도는 3000ppm을 초과한다. 밀폐된 공간에 파키라를 배치하고 한 시간 동안 이산화탄소 감소율을 측정한 결과 50% 가까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수분을 잘 내뿜는 식물은 실내 면적의 약 5~10% 정도만 있어도 습도를 20~30%까지 높인다. 식물 배치만으로 실내온도를 1~3도 올리거나 내릴 수도 있다.
식물은 공기청정기로도 불린다. 여러 가지 식물을 컴퓨터실이나 사무실 면적대비 2~5% 배치한 결과 총 먼지량이 20%정도 감소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식물이 위치한 곳이나 멀리 떨어진 곳이나 먼지 제거효과는 비슷했다는 것이다.
◆ 어떤 식물을 선택할까 = 식물에 따라 휘발성 유기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다르다. 예컨대 스파티필름은 아세톤은 잘 흡수하지만 자일렌에는 효과가 없다. 따라서 오염물질 종류에 따라 관련 식물을 배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름알데히드에는 거베라. 왜성대추나무야자. 인도고무나무 등이, 이산화탄소엔 파키라. 관음죽이, 질소화합물엔 벤자민 고무나무. 스파티필름이 추천된다.
잎이 많은 식물도 선택의 기준이 된다. 실내는 빛이 약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잘 하는 식물이 어울린다. 또 대부분 집안이 건조하기 때문에 수분대사 작용이 활발한 것이 좋다. 이런 기준을 충족시켜주는 식물에는 파키라. 인도고무나무. 홍콩야자 등이 있다.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식물로는 단연 산세베리아를 꼽는다. 일본에선 산세베리아가 다른 식물에 비해 30배의 음이온을 내뿜는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었다. 음이온은 자율신경 진정과 불면증 감소. 신진대사 촉진. 혈액정화. 세포기능 활성화 등 효과를 보인다. 숲속에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것.
밤에 식물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걱정된다면 선인장을 길러보자. 선인장이나 산세베리아 같이 잎이 두꺼운 다육식물은 낮에는 수분 방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공을 닫고, 밤에만 열어 야간에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선인장류는 빛을 많이 받을수록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좋아지므로 낮에는 베란다에 내놓았다가 밤에 침실로 가져오도록 한다.
◆ 어떻게 기르고 배치할까 = 선인장과 같은 다육식물을 제외하곤 관엽식물의 자생지는 아열대나 열대지방이다. 따라서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섭씨 18~27도면 무난하다. 문제는 겨울철. 사무실은 퇴근 후, 가정에선 최저온도가 되는 새벽 4~6시경이 식물에겐 고통스런 시간이다. 또 겨울철엔 실내 습도가 30%가 안 되는 날이 많다. 따라서 보온에 신경을 쓰고, 주기적으로 식물에 물을 줘 증산작용을 이용하면 실내습도가 조절되면서 식물도 잘 자란다.
강한 빛을 좋아하는 식물과 약한 빛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저광식물은 햇빛에 노출되면 잎이 탄다. 반면 크로톤. 고무나무. 피닉스. 헤데라 등은 강광일수록 아름다운 잎새가 된다.
식물은 집안 곳곳에 많을수록 좋다. 눈을 돌리는 곳 어디서든 녹색을 즐길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