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신적 체험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우리 일상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시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수가에서
복음을 전하실 때,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잡아라."(루카 5,4)."라고 말씀하셨고 그들은 미심쩍은 마음이었
지만 순종하여, 이제까지경험하지 못한 많은 고기를 잡는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 장면은 하느님 체험이 특
별한 장소나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평범한 어부로서 그들의 일상을 살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이 있던 곳은 성전도 아니었고, 특
별히 성별된 장소오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일터, 즉 삶의 자리에 예수님께서 찾아오신 것입니다. 이로써 하느님께
서는 우리 일상의 한가운데 함께하시며, 우리의 평범한 환경 속에서 신적 체험이 이루진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이 신적 체험 앞에서 베드로는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예수님 앞에 엎들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
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거룩함과 권능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미천한 존
재인지를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현존 앞에서 인간이 느끼게 되는 두려움과 경외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신적 체험이 단순히 기적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우리 삶의
중심을 재정립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라고 말씀하시며, 그를 새로운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이는 신적 체험이 우리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과 사명을 주는 사건임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한 사람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이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던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신적 체험은 거룩한 장소나 특별한 순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루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또한 이러한 체험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하게 하고, 동시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
가도록 인도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변화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말씀 KEY WORD
버리다
(아피에미(?)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된다고 복음은 말합니다.
'버리다'로 번역된 '아피에미'는 '내버려두다.' '떠나보내다' 등의
의미를 지닙니다. 삶의 모든 것은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우리 삶을 부정적으로 내팽개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예수님을 위해 떠나보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아피에미'
의 본디 의미입니다.
연중 제5주일
김천황금성당 주임
김영수(시몬) 신부
2025년 2월 9일 주보에서 옮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