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 수상작품
간월도
이정옥
그는 물수제비를 잘 뜬다고 하였다
간월도에서 걸어 나오며
그에게 물수제비 한 그릇 먹고 싶다고 말할걸
아직도 입덧처럼 허하다
목울대에서 머뭇거리던 말말
한 삽 그 섬에 심어 놓는다
얼마만큼을 배워야 모국어를 반짝이게 빚을까
간월도에서 물수제비 한 그릇 탁발한다
바다에 뜬 간월도
한 대접 후루루 마신다
---애지, 2024년 가을호에서
나는 ‘물수제비 놀이’를 아주 좋아했고, 수많은 친구들과 함께, ‘물수제비 놀이’를 아주 많이 했었다. 지금도, 가끔씩 잔잔한 강이나 호숫가를 거닐을 때면 그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동그랗고 얇은 돌을 골라 물수제비를 뜨곤 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잔잔한 수면 위에서 동그란 파문을 일으키며 마치 징검다리를건너 듯이 돌이 날아갈 때 그 짜릿한 쾌감과 흥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정옥 시인의 [간월도]는 ‘물수제비의 본고장’이자 ‘한국 연애시의 진수’라고 할 수가 있다. 그가 애인인지, 단순한 남자 친구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와 함께 간월도를 갔을 때, “그는 물수제비를 잘 뜬다고” 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에는 그 말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러나 “간월도에서 걸어 나오며/ 그에게 물수제비 한 그릇 먹고 싶다고 말할 걸”하고 후회를 했던 것이다. 물수제비는 단순한 물놀이가 아닌 음식이 되고, 이 물수제비는 연애와 그 연애의 결과인 입덧이 된다. 물수제비를 아주 잘 뜬다는 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고, 그가 만든 물수제비를 먹고, “아직도 입덧처럼 허하다”라는 시구에서처럼 그와의 통정 끝에 그의 아이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추억은 때늦은 연애사건을 미화시키고, 그 이루지 못한 사랑을 서해 바다의 ‘간월도看月島’로 우뚝 솟아나게 한다. 간월도는 충남 서산시에 부속된 섬이지만, 서산간척사업 이후, 간조시에는 뭍이 되고, 만조시에는 섬이 되는 간월암看月庵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간월암은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창건한 암자이자 ‘달보기의 명소’이며, 아주 아름답고 유명한 암자라고 할 수가 있다.
이정옥 시인은 간월도에서의 연애사건을 미화시키며, “목울대에서 머뭇거리던 말들”을 제일급의 시인답게 “한 삽 그 섬에 심어 놓는다.” “얼마만큼을 배워야 모국어를 반짝이게 빚을까”라는 소망처럼, 사랑의 씨앗은 모국어가 되고, 이 모국어에 의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간월도]가 우뚝 솟아나오게 된다. 그는 물수제비가 되고, 물수제비는 모국어가 되고, 모국어는 바다에 뜬 [간월도]가 된다. 요컨대 간월도는 나와 그가 연애를 하던 성지가 되고, 따라는 나는 “간월도에서 물수제비 한 그릇 탁발”하여 “바다에 뜬 간월도/ 한 대접을 후루루 마”시게 된다.
말, 말, 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국어, 우리 한국인들의 영원한 모국어의 성지인 간월도----.
간월도는 이정옥 시인의 영원한 사랑의 무대이자 영원한 모국어의 텃밭이다. 그와 함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물수제비를 뜨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을 보며 모국어를 낳고, 또 낳는다.
이정옥 시인은 ‘간월도의 시인’이며, 그 이름은 [간월도]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