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順理)와 역리(逆理)
김덕권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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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춘양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억지 춘양’이라고 말하면 흔히 춘향전의 춘향이를 억지로 흉내 낸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적송(赤松) 군락(群落)이 있습니다. 적송을 일본 소나무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은 우리나라 토종의 소나무이죠. 춘양면의 적송은 크기가 아름드리에, 곧게 뻗고 재질 또한 단단하여 세계 어느 나라의 건축 재료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산 산림자원입니다.
▲ 김덕권 ©브레이크뉴스
그러므로 옛적부터 궁궐이나 사찰, 사대부의 집을 지을 때는 이 춘양 목을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양이 많지 않아 일반인이 사용하기는 어려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일반 목재로 집을 짓고도 굳이 춘양 목을 사용했다고 억지소리를 한다는 데서 ‘억지춘양’ 이라는 말이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또 어느 설에 의하면 목재상들이 다른 지방의 소나무를 갖다놓고 귀한 춘양목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나온 말이라고도 하네요.
어쨌든 그 억지춘양의 뜻은 일을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대신 억지로, 또는 우격다짐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을 말하죠. 꼭 요즘 우리나라 정가(政街)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정치인들은 자기들만 옳고 상대방의 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마도 모든 문제를 순리로 풀어나가려 하지 않고 역리로 풀려고만 기를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순천자흥(順天者興)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는 만고의 진리도 모르는 바보들 같아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이 ‘순천 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말은《명심보감(明心寶鑑)》<천명 편(天命篇)>에 나오는 맹자(孟子)님의 말씀입니다. 순리를 따르는 자는 살고, 역리를 따르는 자는 망한다는 뜻이지요. 그럼 순리는 무엇이고 역리는 무엇일까요?
산에는 정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상에 오른 자는 반드시 정상 아래로 내려와야 합니다. 내려오지 않으면 자기발로 오른 그곳에서 죽을 수밖에 없죠.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천신만고 악전고투하여 정상에 오릅니다. 그러나 임기를 마치면 어김없이 그 권좌에서 내려와 사저(私邸)로 돌아가야 하죠. 그런데 어떤 대통령은 자신의 입으로 공약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거나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고 내려오기를 망설이거나 거부합니다.
참 나쁜 대통령이죠. 그리고 자신의 치적(治積)과 성공과 영달(榮達)을 위해 억지를 부립니다. 그 억지 부림에, 아니 서슬 퍼런 절대권력 앞에 일부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잠시 굴복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는 가혹하리만큼 그를 평가를 하고 냉정하리만큼 심판합니다. 그래서 독재자들의 말로(末路)는 동서고금을 통해 생애(生涯)를 제대로 마감한 사람이 거의 없죠. 자기 발로 내려왔으면 생명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물리적 강압에 의해 암살되거나 추방되거나 몰락하는 대통령이 태반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나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지난날 그런 역사의 교훈을 왜 순리(順理)대로 따르지 않고 역리(逆理)를 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다 어리석어서 그랬지만, 나는 그런 어리석음을 절대로 범치 않으리라’는 자신감, 아니면 교만이 지배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생마사(牛生馬死)’의 교훈을 들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말이 소보다 헤엄을 두 배나 잘 친다고 합니다. 그러나 홍수에 떠밀리면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말은 물을 거스르지만 소는 물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를 따르기 때문에 결국 말은 죽고 소는 살아남는다는 얘기이지요. 이를 일컬어 우리는 ‘우생마사’라고 부르지요.
아주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지면 둘 다 헤엄쳐서 뭍으로 나옵니다. 말이 헤엄속도가 훨씬 빨라 거의 소의 두 배 속도로 땅을 밟는데 네발 달린 짐승이 어찌 헤엄을 그렇게 잘 치는지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까지 하다네요. 그런데 장마기에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홍수로 강가의 덤프트럭이 물살에 쓸려가는 그런 큰물에도 소와 말을 동시에 던져보면 소는 살아 나오는데 말은 익사(溺死)합니다.
왜 그럴까요? 말은 자신이 헤엄을 잘 치는 것을 믿고 강한 물살을 이기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갑니다. 1미터 전진 후 물살에 밀려 1미터 후퇴하기를 한 20분 정도 반복하다가 나중엔 지쳐서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끝내는 물을 마시고 죽어 버리는 것이죠.
그러나 소는 절대로 물살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같이 떠내려갑니다. 저러다 죽겠다 싶지만, 10미터 떠내려가는 중에 한 1미터 강가로, 또 10미터 떠내려가면서 또 1미터 강가로 다가가는 것을 되풀이 합니다. 그렇게 한 2~3킬로 떠내려가다 어느새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고 마침내 엉금엉금 살아 걸어 나오죠.
참 신기한 일이지요? 헤엄을 두 배나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둔한 소는 물살에 편승해서 조끔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집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작금의 정가처럼 아무리 애써도 일이 꼬이기만 하고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는 흐름을 거슬리지 말고 소와 같은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 아닐는지요.
이와 같이 합리(合理)는 취하고 불합리는 버리는 것입니다. 합리는 순리요 불합리는 역리인 것입니다. 따라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는 결국 그 종착점은 망하는 것입니다. 천하에 큰 도가 셋이 있습니다. 하나는 서로 이해(理解)하는 도요, 둘은 서로 양보(讓步)하는 도요, 셋은 중정(中正)의 도입니다.
이 세 가지도를 우리 여야 정치인들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가지면 그깟 나라 청치는 물론하고 남북통일 세계평화까지도 수월하게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역리로 치닫기만 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답답하고 울화가 터지는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는지요!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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