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가두어두어도 생각까지 가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루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기개와 절개를 뜻할 수도 있지만 고집불통으로 다른 사람들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유롭지 못한 감옥 안에서조차 당을 짓고 패를 만듭니다. 감시당하면 어렵게 지내면서까지 서로들 치고받는 짓거리를 하는 것입니다. 지배자의 억압을 당하면서도 자기들 안에서 또 쌈질을 하는 것이지요. 이유는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국적까지 다르면 적대감은 배로 올라갑니다. 민족성과 민족주의까지 덧붙여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그러할진대 나라가 다르다면 강도는 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근대역사 속에 일어났던 거제포로수용소 사건이 떠오릅니다. 꽤 오래 전에 라디오 연속극으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거제포로수용소 폭동사건’입니다. 잘 아는 대로 북한군 포로수용소입니다. 6.25 전쟁 중 포로 되었던 북한군이 집단 수용되어 있던 곳입니다. 그 포로들 가운데 진짜 공산주의에 물든 자들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끌려나와 전쟁터로 들어가 싸우다 포로된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니 그 속에서 사상적으로 둘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막돼먹은 공산주의자들이 그 반공포로들을 무자비하게 폭행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정당한 전쟁포로 대우를 받으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른 것입니다.
중요한 두 인물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봉기군 지휘관 ‘체르보니’와 소련군 조종사였던 ‘구로프’입니다. 구로프는 아마도 우크라이나가 고국인 듯합니다. 그런데 2차대전 중 소련의 공군 조종사로 출전하였습니다. 불행히도 추락하여 붙잡혔는데 탈영병이라는 죄목으로 이 수용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철저히 스탈린 추종자입니다. 그러니 소련을 원수 같이 여기는 체르보니와는 좀 다릅니다. 그들이 함께 수용소 생활을 하면 티격태격하지만 수용소 생활 자체가 만만치 않습니다. 수용소장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바로 즉결처분도 합니다. 모두가 보는 데서 권총으로 사살합니다. 나가서도 안 되고 나갈 수도 없습니다.
낮에는 탄광에서 작업합니다. 강제노동이지요. 죄수들에게 그만한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수용소 내의 작업에 대한 규정은 있는 모양입니다. 법을 좀 아는 구로프는 소련의 헌법을 들먹이며 수용소장에 맞서 소위 파업까지 주동합니다. 겁내던 동료들이 용기를 내어 동조합니다. 그 자리에서 사살하려 해도 모인 무리의 행동에 위협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물러섭니다. 수용소장은 좀 다른 방법을 택합니다. 그런 구로프를 이용해보려는 것입니다. 그만큼 편한 생활을 보장해줍니다. 특히 체르보니를 경계해야 합니다. 이 극우파가 어떤 행동을 할지 늘 경계의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둘 사이를 이간질해보려 합니다.
파업 책임을 지고 구로프는 혼자서 독방 처벌을 받고 나옵니다. 그런데 의무실 치료를 받도록 해줍니다. 그곳에서 여의사 ‘탈미나’를 처음 가까이 만납니다. 이미 탈미나도 사건을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늙은 소장의 노리개 역할은 어쩔 수 없는 처지에서 당하고 있는 일입니다. 어쩌다 쫓기는 신세가 된 아버지를 찾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그곳까지 온 것입니다. 그 남자 죄수들 속에서 유일하게 여자로 있으며 소장의 현지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구로프에게 맘이 끌렸습니다. 그러나 위험한 일이지요. 아무튼 두 사람은 그 후로 은밀한 관계로 발전해갑니다. 한편 소장도 수용소를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탈미나와 함께 가려고 계획합니다.
수용소 안에서는 극우파와 소련측 죄수들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구로프가 껴있습니다. 그리고 수용소장과 그 내부의 생활 속에서 구로프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조국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어떻게든 수용소를 탈출하고 싶습니다. 사실 탈영병도 아닌데 탈영병 죄수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소련을 위해 싸웠는데 그 소련에서 죄인이 된 것입니다. 동료들과 탈출 계획을 짭니다. 목숨을 거는 일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곳에서 나가는 길이 죽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여기서 일만 하다 죽느니 한번 시도는 해보는 것이 낫겠지요.
탈출, 그 생각으로 체르보니와 동지가 됩니다. 그렇게 극우파와 한 팀이 되어 탈출작전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행 중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수용소 내에서 군인들과 전투가 벌어집니다. 그 와중에도 구로프는 탈미나를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이미 소장이 데리고 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마주하게 됩니다. 구로프는 차마 소장에게 발사하지 못합니다. 군인들과 극우파 동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칩니다. 결국 수용소를 벗어난 사람은 몇이 안 됩니다. 영화 ‘수용소탈출 - 체르보니’(Chervonyi)를 보았습니다. 2017년 우크라이나 작품입니다. 요즘 사태가 그래서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배경은 2차대전 후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