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게 살기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내게 상담을 받는 어떤 남자가 하소연하기를, 아내가 화를 낼 때는 어찌나 격렬하게 자기를 몰아붙이는지 엄청 힘들다고 하였다. 결혼 전부터 알던 여자 후배에게 잘 지내느냐며 문자를 보냈는데, 아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난리를 쳤고 그 과정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고 하였다.
나는 혹시나 하여 그 후배와 가까우냐고 물었고, 그는 전혀 그런 게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 것으로 보아 이 남자는 그냥 두루두루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주위에 여자가 없기를 바라며 과도하게 단속하는 듯했다.
그 남자를 상담하며 나는 그가 좀 더 빳빳하게 아내에게 처신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아내를 이길 힘이 없다며 다정한 태도로써 부부 사이를 안정시켜나갔다. 그리하여 그런대로 지내던 중 남편이 아내에게 일한다고 하고는 몇몇 동성 친구들과 잠깐 바람 쐬러 다녀온 사실을 아내가 알아내고는 다시 난리를 친다고 하였다. 이런 푸념을 듣던 나는 그가 아내에게 굳이 일한다고 말하고는 바람 쐬러 갔다는 사실보다도 아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했다. 그리하여 아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남아있는 문자를 아내가 열어보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그에게 아내가 왜 남편의 전화기를 검열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히려 그는 요즈음 젊은 부부는 다 그렇게 하고 산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즉 요즈음에는 다 그렇게 하며 지내기 때문에 배우자의 컴퓨터나 휴대전화기를 열어보는 게 흉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감시하며 살다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았다. 그렇게 하는 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짓이라지만 그런 행위 저변에는 불신이 깔려있다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하면 그가 좀 더 품격 있는 삶의 형태에 눈을 뜨도록 할 수 있을지 궁리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보여주는 외견상의 의식주는 성공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다 비슷비슷해졌지만, 내적인 의식 세계만큼은 목전의 이득을 위해 짐승처럼 아귀다툼하는 자에서부터 남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위계를 이룬다고 했다. 이런 위계가 있는데, 그저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전부라면 우리의 삶이 너무 허망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심오한 철학을 추구하자는 게 아니라 품격만큼은 갖추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간곡하게 일렀다.
다행히 그는 자기네가 너무 세속적으로 산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서로 피곤하게 산다고 느꼈는지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러한 그에게 나는 그동안 만났던 인상 깊었던 사람들에 대해 말했다. 어떤 젊은 여성이 자기 아버지가 하는 말에 일절 토를 달지 않고 깊은 뜻이 있겠거니 하고 따라주었다든가, 남편이 일탈을 저지르고 악착같이 숨기려 하자 그 부인이 모른 척하고 넘어가 주었다든가, 아들이 사고를 저지른 다음 잔뜩 겁을 먹자 아버지가 도리어 그 아들을 후하게 품어주었다든가 하는 예를 들려주었다. 이들이 보여준 태도에는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어 아름답다며, 상대가 어떻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의 몫이고 이쪽에서는 자신을 향상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 후 어느 날 그 남자는 자기에게 상대를 가르치려는 버릇이 있는데, 아내가 그런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부부 사이의 품격을 높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기네가 유독 이상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네 사는 모습이 그다지 품격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어느덧 여기게 된 듯하다.
내가 했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곱씹다가 그렇게 묻는 것이 퍽 반가웠던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에게 일러주었다. 아내를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그냥 본인이 좀 더 높은 의식을 향해 발돋움하는 모습을 취하라며 잘사는 삶은 위계적인 욕구 단계를 순차적으로 잘 밟아가는 거라고 했다. 일단 생존을 위해 의식주에 주력하다 그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싶으면 다음 단계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송이나 존경을 받는 행위를 해야 한다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남의 평가와 무관하게 의미나 보람을 위해 열중하는 삶을 사는 게 잘사는 거라고 하였다. 즉 묵묵히 자기 수준을 높여나가면 옆에 있는 사람이 자연히 따르게 마련이라고 일렀다.
이런 말을 들은 그는 그저 자기라도 충실히 살면 주위 사람이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을 받고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말에 홀가분함을 느꼈는지 환하게 웃었다. 뭔가 복잡하지 않고 오로지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에 시원함을 느끼는 듯했다.
첫댓글 " 충실히 ,,열심히.."
좋은 상담.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복잡하지않고 오로지 열심히 살기만 하는것.이
좋습니다.
나이 들면서 단순 소박한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네. 그리고 젊었을적의 포부 ? 욕심을 잊고
오직
주님의 말씀믿고
열심히 사니
마음도 아주 편합니다 .
제 인생행로의 끝자락의 고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