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원인과 극복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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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부인은 언제부터인가부터 머리가 아파 온갖 진료를 다 받았는데도 나아지지를 않는다고 호소했다. 병원에서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니까 심인성이라며 정신과로 돌리려 하자, 그럴 바에는 약물치료보다 상담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내게 왔다고 했다.
이러한 부인에게 상담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며, 하나는 원인에 대한 파악이고, 다른 하나는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일단 원인에 대한 탐색작업을 하였으나, 그 부인은 좀처럼 그럴만한 이유를 내놓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가까운 데서 찾자며 측근 인물들과의 관계에 의혹을 던졌다. 특히 가까이에 있는 남편하고의 관계가 어떠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은 자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내인 자기에게 자상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홀로 된 친정어머니를 지척에 살게끔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었단다. 자녀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해주는 남편이기 때문에 그에게서 흠잡을 수는 없다고 옹호하였다.
이렇게 나의 의문을 옆으로 젖히는 통에 혹시 다른 요인이 있는가 하여 이리저리 살폈으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금 측근인 남편과의 관계를 샅샅이 뒤졌고, 마침내 찾은 것은 남편이 지나치게 자상하여 일일이 아내를 지도하려 든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남편의 애정 같아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남편의 태도에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갑갑하면 남편에게 말해 조율을 하거나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 사람의 습성으로 치부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에게 고마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닌데 어떻게 그런 사소한 것을 말하느냐며 내 말을 일축했다.
그렇게 갑갑해 하면서도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즉 환기(ventilation)를 하지 못하니까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무슨 뜻이냐며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하여 나는 정신건강이란 얼마나 환기를 하느냐와 비례한다고 말하며, 고마움에 눌려 갑갑하다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결과가 두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부담 없이 그때그때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 용기 및 자연스러움을 지니는 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녀가 어떠한 연유에서 그렇게 고마움에 치였는지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어린 시절에 가난하게 자랐다. 그러다 보니 자기와 결혼하는 것을 비롯해 친정에 경제적 혜택을 베풀어주는 남편에게 상당히 고마워했다. 나아가 조금이라도 불편할 때는 남편은 고마운 사람이라며 자신에게 되뇌며 자신의 불만을 억압하곤 했다.
상담의 한 축인 두통의 이유를 찾았어도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축, 즉 개선을 위해 노력에는 암초가 많았다. 가난하게 자라면서 자존감이 약했던 그녀가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시시콜콜 관여할 때마다 가볍게 “그러면 불편해요.” 하고 말해보라고 시켜도, 그렇게 말했다가 남편이 서운해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녀는 겁을 내었다. 이미 참을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머리가 아픈 쪽으로 터트려지는 것이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그녀는 좀처럼 움직이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녀가 상담자인 나를 향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해보도록 연습을 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의도적으로 그녀에 관해 곡해하는 발언을 해보기도 하고, 자녀에 대해 엉뚱한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는 등 그녀가 ‘아니요’ 하는 표현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식으로 몇 개월 지났을 때, 어느 날 그녀는 상담에 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남편과 큰소리를 내며 싸웠다고 자랑하듯 대뜸 말했다. 내용이야 어떻든 반가워하며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자기에게 친정어머니를 좀 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마디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냅다 자기가 소리 질렀다고 한다.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그리 사사건건 관여해요? 그랬더니 자기 딴에는 잘한다고 한 짓에 대해 제가 그렇게 소리치니까 어이없어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속이 엄청 후련했어요.”
“그래, 그렇게 소리쳤다고 지구가 두 동강 납디까?”
“하하하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할 말은 하고 사는 게 뭔지를!”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그녀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내의 변화에 그 남편은 한동안 어리둥절하면서도 점점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 했다. 사실, 그녀는 친정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등 자녀를 방치했었기 기죽어 살았던 사람으로 속에 화를 많이 지녔다.
아무튼 그녀는 계속 상담을 받아 가며 남편에게 고마워할 것은 고마워하면서도 마땅치 않은 것이 있을 때는 그때그때 말하게 되면서 두통을 극복하게 되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그때 할 소리를 하니까 자기를 지키게 되고, 나아가 누구에게나 잘하려 드는 남편의 오지랖도 한결 덜해지는 것 같아요.”
이러한 그녀의 말에 나는 이렇게 응수했다.
“그래요. 그때그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자기도 살고 상대도 살리는 것이니, 이거야말로 서로 윈-윈 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모르고 그저 참는 게 잘하는 것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세월이 안타까워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성장 시절에 공급받지 못했던 양분을 상담자를 통해 흡수하겠다며 상담을 이어갔다. 이러한 그녀를 상대로 나는 매회기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었다.
첫댓글 “하하하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할 말은 하고 사는 게 뭔지를!”
“이런 것을 모르고 그저 참는 게 잘하는 것인 줄로만 알고 살았던 세월이 안타까워요”
"남편의 오지랖"
내적치유가 중요하지요..
계속 좋은 상담사례 보내주세요...
추수감사절에 가족간 분쟁이 심하네요.
선거후유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