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因緣
<제8편 풀꽃>
③그 여름 풀꽃-44
천복은 반백의 말마따나 박씨네가 조상들 묘를 이곳에서 파다가 죄다 공동묘지로 옮기고서 산화를 당하였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면서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지사님, 저쪽으로 가셔서나 즘심 잡수셔유.”
반백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니까, 솔밭그늘에 작은 멍석 하나가 깔리어있었고, 그 위에 한 상의 밥상이 놓이어있었다. 게다가 독상이었는데, 반백은 술 사발이랑 술 주전자를 들고서 그리로 겅중겅중 뛰어가자, 천복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그리로 옮기어가는 거였다.
“술 한 잔 더 허시고니, 얼른 밥 잡수셔유.”
그의 한 손에는 술 사발이 쥐어지었고, 또 한 손으로는 술 주전자를 기울이면서 술을 권하는 거였다.
“어찌 독상인가요? 밥 좀 달라고, 해서 여기서 겸상하시지요.”
천복은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에서 멍석을 독차지하고, 독상받기가 계면쩍은지 엉거주춤한 반백에게 넌지시 건네는 말이었다.
“즈그야, 일꾼덜 속이 섞여설랑 먹을랑게 지사님, 쫌도 지 극정일랑 마시구유, 술이나 받으슈.”
그는 일꾼들과 밥을 먹겠다면서 술을 권하는 거였다.
천복은 그가 건네는 술 사발을 받으면서도, 선뜻 수저 들기가 민망하고, 멋쩍기가 짝이 없었던 거였다.
“산비탈에서 독상받기가 부끄럽군요.”
그는 반백이 건네는 술 사발을 들고서 독백처럼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반백마저 얼른 몸을 세우더니, 잽싸게 어디로인가 사라지고 마는 거였다.
그러니, 상주라도 앞에 와서 겸상을 하든지 대작을 하여야하는데, 지관이라고, 산비탈에 홀로 앉히어놓고, 밥을 먹게 하다니, 씁쓸하고 처량한 생각이 오롯이 일어나는 거였다.
비록 조삭비(鳥數飛)에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지관이라고, 업신여김을 당하는 느낌이어서 마음이 스산하기까지 한 거였다.
그런데 성분제를 마치고, 서둘러 돌아오던 참인지, 박 기자가 성큼 앞에 나타나더니, 마주앉는 거였다. 그러한 그는 점심때라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자들 속에서 박종길의 모친에게 소리치는 거였다.
“형수님, 여기 밥 한 그릇만 주쇼!”
그가 소리치자, 모친이 손수 밥그릇과 국그릇을 쟁반에 받히어들고 와서는 밥상위에 올리어놓아 주는 거였다. 그러자 천복은 그와 겸상하게 되었는데, 외로워서 씁쓸하고 처량하던 생각이 금세 스러지는 거였다.
“신령님, 날 꼭 뒤여다 태워줘야 혀유.”
모친은 또 천복에게 다짐을 받으려는 듯이 한마디를 건네고 있었다.
“아, 형수님 여자가 태워다달라는데, 우리 지관어른께서 어련하시겠어요.”
그는 천복에 앞질러 걸쭉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넌 혹시나 모른게 허넌 소린디.”
모친은 천복의 말을 듣고 싶었던지라, 따분한 생각이 들었던지, 이렇게 대꾸하는 거였다.
“걱정마슈.”
게다가 박 기자는 천복의 말도 들어보지 아니하고, 대신 그녀에게 걱정 말라고 말하면서 천복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천복은 그가 건네는 술 사발마저 기꺼이 받아들고, 그에게도 마주 술을 권하는 거였다.
이제는 반주로 마시는 술이라도 전주가 있어서 얼근하여지었지만, 그는 술 사발도 비우고, 숟갈질도 연신 하면서 우물거리고 있었다.
“지사님, 오늘 큰 일하셨습니다. 내가 보더라도, 묏자리가 대지명당이 틀림없어 보이네요.”
“본래 명당자리란 삼척동자도 알아보는 법이라오.”
천복의 말에 그는 갑자기 자신이 삼척동자가 된 기분이 들었으나, 내색하지 아니하고, 대꾸하는 거였다.
“워낙 지가 삼척동자는 아니라도, 저 같은 문외한이 보더라도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집니다.”
“조상을 극진히 모셔서 잘못된 일은 없어요. 그러니, 다들 잘 되고, 못 되는 게 자기할 탓이지, 하나도 남을 탓할게 아닙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정성이 부족하면, 호박떡이 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박종길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천복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시스템 이상으로 예고없이 1회 못 올렸습니다)
첫댓글 산비탈에 마련된 술자리에 저도 술사발 하나 들고 끼어들고 싶어 집니다 ^^*
박 기자가 끼어들었네요. 지관은 상가의 상객이지요.
지관 옆에는 항상 상주대표가 따라다니면서 매사 안내하여
상사를 치르는데 어려움이 없게 해야지요. 상가에서 불러서
온 지관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다면 이상하지요. 지관은
상주의 대신하여 상사의 가장 핵심인 장사문제를 해결하는
지사지요. 멍석 깔고 독상 차려서 대접은 잘 하는 거 같은데
마침 성분제 때문에 상주들이 그리로 달라붙어있기에 잠낀
소홀했던 거 같네요. 그렇다고 지관이 호화대접을 받으려는
건 아니라고 천복도 생각할 겁니다. 궁남지 막걸리 생각나네요.
그때는 맥주 마셧지만 요즘은 막걸리가 괜찮더라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