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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 |
소쉬르는 언어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중요한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언어는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그것을 구성하는 항(項)들은 연대적이며, 하나의 가치는 다른 구성항이 동시적으로 존재할 때 만들어진다. 이것을 장기판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차(車)라는 말은 포(砲), 마(馬), 상(象)과 같은 다른 말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불후의 명작 ‘일반언어학 강의(Course in General Linguistics)’는 그가 타계하고 3년이 지난 1916년 그의 제자들에 의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대 언어학의 주춧돌이자 구조주의 및 포스트구조주의와 같은 사상에 이론적 토대와 영감을 제공한 20세기 최고의 인문학 저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바로 지난 달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권’ 가운데 지그문트 프로이트, 막스 베버의 저작과 함께 나란히 들어가 있다. 소쉬르는 1857년 스위스의 제네바(Geneva)에서 최고의 귀족 명문가에 태어나 역사·비교언어학의 메카였던 독일의 라이프치히대학과 베를린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약관 21세에 쓴 ‘원시 인도·유럽어족의 모음 체계’라는 논문은 당시의 학계를 뒤집어 놓을 만한 독창적인 업적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천재성은 이미 라틴어를 비롯한 5개 유럽어를 비교하기 위하여 14세 때 작성한 소논문에서부터 발휘되었다. 그는 파리대학에서 10여년간 비교문법을 강의했고 모교인 제네바대학에 석좌교수로 초빙받아 산스크리트어와 일반언어학을 가르쳤다. ‘일반언어학강의’는 그가 말년에 세 차례에 걸쳐서 행한 강의를 받아 적은 학생들의 노트에 기초하여 편집된 것이다. 소쉬르가 직접 작성한 노트도 아니고 그의 직접적인 저술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소쉬르의 사상을 담아내고 있느냐”라는 진정성에 대한 논란과 그에 따른 문헌학적 연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이 책에서 제시한 생각 가운데 일부는 당시 언어학자들의 생각에서 착안되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일반언어학 강의’의 출판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에 비유되곤 한다. 실제로 소쉬르의 이 책은 철학, 정신분석학, 기호학, 정보이론, 인류학, 문학이론 등을 비롯한 20세기 인문학의 전 분야에 걸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언어 이론의 핵심 개념(공시태-통시태, 랑그-파롤, 시스템, 기호, 자의성 등)을 유산으로 받아 성립된 구조언어학과 구조주의 사상은 가장 명시적인 ‘소쉬르 유산’의 직계(直系)라고 말할 수 있다. 김성도 고려대 교수·언어학
구조주의 언어학의 의의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그것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언어적 제반 현상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언어학 내부적인 측면의 의의를 떠나서 구조주의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시대 사조로 사회 전반, 문화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다만 이는 구조주의를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고, 또 언어학적인 측면만 하더라도 그것은 주요 골자만 뽑아 내었을 뿐 부가적으로 더 살펴볼 수 있는 소쉬르부터 시작하는 여러 구조주의 언어학자들, 또는 다른 나라, 이를테면 소련의 구조주의 학자들에 대하여 좀더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다루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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