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저녁은 쌀쌀 하다
비가 조금 내리는 숲속으로 달려 간다
퇴근후 저녁을 마치고 딱히 할일이 없는게 사실이다
T.V의 친구가 된다는건 괴로운 일 이다
내용 자체가 어수선 하고 정리 되지 않은 방에
들어서는 기분이 되어 버리니 그를 멀리 한다
그리고 나면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 오고
막걸리라도 한잔 해야 하는데 그런데 매력도 모르겠고
그러니 저녁 운동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저녁 운동은 무료함의 대체재가 아닐까?
질 좋은 대체재의 선택이랄수 있다
봄에는 개울가로 벚꽃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돌다리를 건너는 행운을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저녁 시간을 활용 하는건
자신이 자신을 위해 자신이 행하는
자유 의지에 의한 자유로운 활동이 된다
이런 저런 운동을 즐긴다
그중에 하나가 맨발 걷기 이다
우리집 가까이에 숲길이 있었다
그 숲길을 밤에 걷노라면 달님을 만나고
요즈음 에는 오리떼의 군무와 합창을 즐긴다
그리고 나무에서 선물을 한보따리 풀어 주고 있는데
신선한 공기와 상큼한 나뭇잎새의 향기를
내 머리 위로 내려와 코끝으로 밀려오고
내 볼을 살짝 건드리며 입맞춤을 해 주곤 한다
그런 그 길을 늦은밤 걸었었다
봄이면 서쪽새의 처량한 소리가 들려 오고
개구리들이 한밤이 왔다고 자장가를 노래 하고
비 오시는 날에는 맹꽁이의 맹~~꽁 맹꽁
두꺼비의 꽥~~~~꽥 소리가 어울려 군악대의
합주 소리를 들려 주고 있다
가을밤엔
또르르 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알밤이 발아래 또르르
굴러 오곤 한다
그를 주어 주머니에 넣으면 큰 선물을 받은 기쁨은
형언키 어려웁다
그런 길을 자주 걷는다
어느날
동네 어르신 들이 길을 빗자루로 말끔히 쓸어 내시더니
맨발로 그 길을 걷기 시작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길 옆에 황토흙에 삽으로 흙을 뒤엎고는
물을 부어서 반죽을 하시더니
그를 즐려 밟고 계시더라
그렇게 황토 맨발 걷기 길이 만들어 지었다
어느날
시청에서 나와서 황토를 갈아 주고
발 닦을 수돗물을 놓아 주고
얕은 전봇대를 세우고 길을 환하게 밝혀 주는
가로등을 설치를 해 놓았다
그 길은 황토로 뒤덮여 있고 가끔 그길을 걷게 된다
동네에서는
오가는이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인데
가끔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는 동네 아낙들이 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이신가?
우리성당 교우 이신가?
아리송한 상태로 인사를 정중히 받곤 한다
그리고 그길을 맨발로 걷는다
발바닥이 따끔 거릴때도 있지만
잘 조성된 황토길은 엄마께서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놓으신것 처럼 포근하고 말랑말랑 하다
그 길을 걷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모심는날 맨발로 몽실몽실한 논바닥을 걸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 에는 고무신에 새끼줄로 가운데를 묶고
공을 차다가 공 보다 신발이 멀리 날아 가면
맨발로 공을 차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호사를 누리고 있구나....
감사 하구나....
밤길 숲속을 혼자 걷는다
그 숲속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한다
이용료는 내 다리가 튼튼해 지는걸로 대신하려 한다
진땡이의 산소를 마음껏 들이킨다
그리고 뚜벅뚜벅 걷는다
어차피 인생 이란 인생길을 걷는 나그네 인걸...
그 길을 걷고 걷고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그 인연으로 하여 내가 행복해 지는걸...
이 길이 나를 만나고
내가 이길을 만나고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을 잘 가꾸고 다듬어 내야 하겠다
황톳길의 효능을 나는 모른다
그리고 알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길이 거기에 있으니 그와 친해 지는걸...
그게 전부 이고 목표 이기도 하다
저 밭에서 가지가 익어 가고
소나무 잎새는 바늘잎을 뾰족이 내밀어 작은 입술로
진햔 솔 향기를 보내 주고 있으니 그들이 친구 이고
놀러온 다람쥐를 만나면 낼름이는 주둥이에
도토리 한알을 던져 주는 마음의 선물도 나눈다
황토를 다져서 벽돌을 만들어 오두막 집을 지어 놓은
그런 집에 놀러도 갔을때는
그 집이 초라한 초가집으로 여겼었다
그런 그집의 흙냄새는 코끝으로 스며 들었을땐
에이
라고 하며 투덜 대기도 했었었다
그런 그날들이 아렴한 추억속에 이쁜 장면으로
다시 각인 되는건 세월의 탓인가?
어젯밤 비가 살짝 내리는 그 숲길을 걸었다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즐겼다
산 밑의 그 길을 혼자 걸으면 무섭지 않느냐? 라고
집사람이 묻는다
아무런 무서움이 없다
그런 시골 동네에서 살아온 그런 경험 때문인가?
일찍 들어 오시라는 애정 어린 충고를 자주 어기곤 한다
그런 충고와 함께 황토길을 걸으면 건강은 몇갑절 더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것 으로 믿는마음이 크다
맨발로 걸으면 심리가 안정 된다는데
발에 지압 효과가 크다는데....
뭐 그런건 내가 알바가 아니다
그냥 그길을 걷는 그 시간이 나를 돌아 보는 시간이고
방전 되어지는 밧테리를 충전 하는 시간이니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 될것 같다
오늘도 걸으리라
하느님께서 알려 주신대로의 길을...
그 길엔 행복으로 향하는길이라는 이정표가 나를 부른다
행복의길...
황톳길...
어차피 인생길을 걷는 나그네중에 나 인걸.....
첫댓글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시간까지
허투로 보내지 않고
맨발로 걷는 황톳길에서
정신도 체력도 재충전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있군요~~
지극히 건전하고
건강을 지키는 멋진 저녁 생활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