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전라남도 함평의 박석규 선생님이 사시는 곳에 제비를 보러갔습니다. 강남가는 제비가 수백마리가 줄을 지어 전기줄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아마도 제가 중학교 이후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아련한 추억의 제비를 보기 위해 그 동안 무던히도 애를 섰습니다. 지난 달인가요 천수만에 제비가 줄을 지어 강남갈 차비를 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고 한분께 연락을 드리고 무작정 찾아갔으나 그 전날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습니다.
이번에는 박선생님이 사진을 올렸는데 그 다음날은 갈 수없었고 그 다음 날 가기로 하였습니다. 박석규 선생님께서 아침 일찍 둘러볼테니까 연락 후에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우리집에서 전남 함평까지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연락이 오고 난 후 출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동 시간 중에 제비가 사라지면 그만이니까요. 일단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박선생님이 제비가 없다는 연락을 하시면 중간에 천수만에 가서 새 구경을 할 요량을 세웠습니다.
차가 홍성을 지날 쯤 연락이 왔습니다. 아침 7시부터 제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다가 지금 모여들기 시작한다는겁니다. 아싸! 역시 탐조는 무조건 시간을 놓치면 안돼!
함평에 도착하니 박선생님께서 미리 만나기 좋은 곳으로 나와계셨고 한참 복잡한 길을 따라갔습니다. 아마 혼자라면 100% 길을 못찾을 것같았습니다. 가는 중간에 전기줄에는 한 마리의 제비도 보이지 않아 과연 제비가 있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머리 속에서만 맴도는 광경이지만 추수가 끝나고 10월 말이나 11월이 되면 강남갈 제비들이 일제히 전기줄에 앉습니다. 이것이 제 기억입니다. 그 때 어린애들은 전기줄의 제비를 보면서 우리 집에서 자란 제비를 찾는다고 난리였습니다. 촌에서 별 재미있는 놀거리도 없으니 그런 놀이를 했는데, 이것이 다시 보지 못할 장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동네가 도회지가 되면서 갑자기 제비가 감소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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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다른 전기줄에서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제비가 어느 곳에 도착하여 박선생님이 가르키는 곳에는 수백마리가 있었습니다. 제비는 딱 사진 찍을 시간만 주고 사라져가더군요.
오전 10시 40분 경 전기줄의 제비를 찍었습니다. 촬영 10분 후 제비들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갔습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다시 그 근처 전기줄 위에는 또 수백마리의 제비들이 몰려왔습니다. 오전보다 더 많은 제비였습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은빛 몸매를 자랑하면서 제비들이 강남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비야 먼길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 잘 가요~~내년 봄에 다시 만나요~
이 날 제비를 안내해주신 박석규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박선생님 덕분에 강남가는 제비무리들을 확실히 볼 수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첫댓글 높고 푸른 가을하늘아래 모여있는 제비 떼 가 정말 정겹습니다, 먼길 오셔서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셨다니 저도 보람이 있습니다.
이제 제비들이 강남갈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나봅니다... 제가 만났던 제비도 참 많았는데... 함평은 훨씬 더 많네요... (s2pro로 새 사진 찍기 어떠신가요? 저도 s2pro 사용하는데.... 형편만 되면 기변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습니다..)
강북 카바레가 한가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s2pro는 노이즈가 적어서 천체사진이 알맞아 구입한 것입니다. 일반 사진에서는 색상이 좀 자연스럽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더군요. 지금은 너무 낡아 팔아도 헐값일거고 그냥 쓰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추억이 소록소록 살아나는 글과 사진입니다...잠시 행복한 마음으로 음악에 빠져보았습니다...^^..ㄳ
저 어릴적 서울(강남구 일원동)에서도 저런것 보고, '와~'하고 감탄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서울에 제비보기 넘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