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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실(공연,시사,평론) 스크랩 [조경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엘리트여, 타락을 멈추라
땅바닥 추천 0 조회 110 16.07.27 23:45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조경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엘리트여, 타락을 멈추라

2016년 07월 21일(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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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은 면죄부(Indulgentia)를 팔아 지었다. 16세기 초 교황 레오10세가 장본인이다. 성직자들은 유럽 전 교구에서 농민과 수공업자들로부터 돈을 긁어모았다. 사제들의 설교에는 이런 구절마저 있었다. “상자에 쨍그렁 소리가 나자마자 돈을 넣은 사람의 영혼은 연옥(煉獄)을 떠나 천국으로 가나니…”(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중 27조에 나온다)

중세의 엘리트였던 성직자. 신을 빙자한 그들의 사치는 진창에서 가축과 함께 살며 사계절 옷 한 벌로 지내는 농민들을 쥐어짜는데 가책이 없었다. 결국 가톨릭 세속주의는 무너졌다.

혁명 전 프랑스 국민들의 삶은 비참했다. 성직자 계급과 귀족 계급이 한 푼의 세금을 안 내는 데 반해 농민들은 중과세에 허덕였다. 가장 악명 높은 건 ‘가벨르’라고 불린 염세(鹽稅)였다. 모든 농민은 국가 전매품인 소금을 시세보다 열 배 비싼 값으로 1년에 7파운드씩 의무적으로 사야 했다. 소금을 뿌려 먹을 고기나 생선은커녕 거친 빵도 부족한 형편인데도 말이다. 가벨르를 못 내 투옥되는 사람 수가 매년 3만 명, 처형되는 수가 매년 500명이었다는 기록이니 믿어지는가.

반면 성직자와 귀족들은 초호화 생활을 즐겼다. 슈트라스부르 대주교는 한 번에 2천 명이 무도회를 열 수 있는 저택에 수만 점의 은제 식기와 180필의 아라바아산 말을 소유했다. 귀족들은 사냥을 즐겼는데, 토끼와 여우·사슴이 아무리 농작물을 해쳐도 농민들은 사냥감인 그 동물들을 해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십 마리의 사냥개와 기마 사냥대가 경작지를 짓밟고 지나가도 항의할 수 없었다. 1789년 7월 14일 혁명이 터지자 부패한 지도층은 살육의 대상이 되었다.

청말(淸末) 중국 관리들의 타락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18개 성(省) 1천500개 부·주·현(府·州·縣)의 200만에 달했던 지방관리와 아전들은 조세의 권한을 징세업자에게 팔았다. 징세업자는 할당량을 납부한 뒤 재량껏 농민들을 더 쥐어짜 차지할 수 있었다. 징벌권까지 가진 이들은 멋대로 매긴 세금을 못 낸 농민들로부터 토지와 어린 딸을 빼앗았다. 아편전쟁 무렵 린쩌쉬(林則徐)가 부임해 목격한 광동 지방 농민들의 삶은 인육을 먹는 자가 흔한 생지옥이었다. 청나라는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망했다.

남의 나라를 들출 것도 없다. 고려 중엽 문신들의 타락은 무신의 난을 불렀다. 무신들은 더욱 타락했고 고려는 망했다. 검박·강건하던 조선 사대부정치도 200년을 못 갔다. 조선 후기 지배 엘리트들은 매관매직과 가렴주구로 춤을 췄다. 갓난애를 군역에 올려 밭 갈던 소를 끌어가 버리니 통분한 가장이 양물을 잘라 버리는 애절양가(哀絶陽歌)가 낭자했다.

엘리트가 타락하면 체제가 무너진다. 나라가 망한다. 그 불길한 징조들이 요즘 극적으로 쏟아진다. 지금 우리나라 엘리트의 타락이 무서운 건 부패를 단죄하는 권한을 가진 자들의 부패, 바로 검찰의 타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조선의 군왕들은 엘리트의 타락을 바로잡기 위해 암행어사(royal secret prosecutor)를 운용했다. 그러나 영·정조 이후엔 암행어사들이 타락해 버렸다. 이후 헌종·철종·고종의 역사는 고스란히 망국의 역사다.

벤츠 여검사, 피의자와 간음한 검사, 심야에 노상에서 음란한 짓을 한 검사가 나타날 때까지만 해도 ‘일탈’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공부 잘해서 서울대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의 꽃이라는 검사장까지 된 엘리트가 직무를 돈과 바꾼 상황이다.

그의 눈빛을 보면 초임 검사 시절 짧게라도 거악을 척결하는 정의의 수호자라 자부해 본 적이 있기나 했을까 의심스럽다. 그 혼자만이 아니다. 화장품 장사로 졸부가 된 노름꾼의 뒤를 봐주는 값(수임료가 아니라 뒤 봐주는 값이다)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전직 거물 검사가 있다. 최후의 엘리트로 남아야 할 검사들이 크게 타락한 것이다.

이승만 이후 남한 사회의 부패는 차곡차곡 더께를 쌓아 왔다. 주로 기업, 관료, 군, 의료계, 학계, 교육계의 부패가 그것이다. 그런데 그 부패가 이젠 임계점에 이른 것 같다. 터져 버릴 것만 같다. 무너져 버릴 것만 같다. 엘리트여, 청빈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제발 거기서 타락을 멈추라.



※조경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칼럼 ‘커피 한 잔’이 신설돼 격주로 실립니다. 광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조 교수는 칼럼을 통해 다양한 사회 현안과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제시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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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7.30 10:26

    첫댓글 구구절절 공감되네
    혹 정치에뜻은없는가?

  • 작성자 16.07.30 11:15

    낼모레 부모님 기일에 물어볼라네.다섯고아들 모이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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