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니, 대문 손잡이에 또 감봉지가 걸려있었다.
- 딱 보니 건이 짓인데, 맞죠? 다음 주에 밥이나 한번 같이 먹읍시다.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더니, 두어시 쯤 교육장에 앉아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건씨였다. 언제 삐졌냐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일단 지금은 교육이 시작되니, 전화 끊고, 다음 주에 보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일곱 달 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구나~
삐지는 이유인 즉, 유치하다 못해 징그럽다.
못하는 게 없는 맥가이버 황금 손이라, 살다보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건 그거고, 피곤한 성격은 당해 낼 재간이 없어서 멀리하고 살았지.
사흘 전엔 감하고, 호박 2개를 대문 앞에 두고 가고, 이틀 전엔 요소수 한통을 놔두고 가고,
어제 또 감봉지를 걸어두고 갔으니, 이거야 말로 화해의 신호가 아니고 뭐냐?
그제는 전화를 해도 안 봤더니, 어제는 문자를 하니 오후에야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해도 안 받대? 하니, 일부러 안 받았단다. (참내~ 기가 차서~)
살면서 건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더욱 고마운 마음으로 나름대로 잘 대해주었다.
건이는 가질 것을 다 가진 사람으로 아쉬울 게 없어보이는데, 아직도 여전히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경쟁심이 강하고, 자랑을 일삼고, 거짓말을 잘하는 반면에 수완이 좋고, 손재주가 뛰어나고,
남다른 눈썰미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뭉떵거려서 봐줄려고 애를 썼는데, 도대체 말이야말이야~ 영애를 통해서 슬그머니 화해의
뜻을 비쳤지만, 콧방귀만 뀌고, 대꾸를 안했더니, 결국 직접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나보다..
감, 호박, 요소수가 뭐 대수랴마는~ 이쯤해서 화해하기로 하고, 다음 주에 밥은 먹겠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때문에, 이번에도 못 이긴 척 상대는 하되,
의도적인 거리는 둘 생각이다. 건이가 섭섭해도 할 수없다. 어디까지나 나는 건이의 손재주가
필요한 사람이고, 건이는 나의 따뜻한 마음이 늘 그리운 사람이니, 딱 그만큼만 서로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인간성 좋고, 손재주 좋고, 갑질 안하는 만점짜리는 정녕 없는가? 흡
첫댓글 ㅎㅎㅎㅎ 두 분이 서로 유익하시다니,
세삼 좋은 이웃같아 흐뭇해집니다.
그보다 더 좋은 이웃을 만나기가 쉽지않아보입니다.
두 분의 우의에 박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