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를 다닌 1950년대엔 초등학교 교실이나 복도엔 <오열을 잡자>란 표어들이 붙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이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때의 학교 분위기는 6.25가 끝난지 채 10년도 되기 전이었으니까 지금 분위기 보다는 좀 엄격하고 딱딱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이상한 표어들이 교실안이나 복도에 많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오열이란 무엇인가?
대개 군인들이 집합을 할 때의 대형은 앞사람과 뒷 사람, 혹은 좌측의 사람과 우측의 사람들과 열을 맞추어 서게 된다.
앞뒤 사람과 열을 맞추어 서는 것을 종대라 하고, 좌우 사람과 열을 맞추어 서는 것을 횡대라 한다.
그리고 대개 한개의 열은 1개 분대를 형성했는데, 1개의 소대는 4개의 분대, 즉 4개의 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1개 소대가 모일 때는 "4열 종대로 모여!" "4열 횡대로 모여!" 혹은 "오와 열을 맞추어 집합!"등의 말이 있었다.
그러므로 군대는 4열로 구성되어진 단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지휘관은 이런 4열 대형을 통해 가장 신속하게 전체의 규모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5열>은 무엇인가?
말할 필요없이 <보이지 않는 열>, 즉 은밀히 활동하는 <적군 스파이들>인 것이다.
그들은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무기를 휴대하고 있고, 같은 막사에서 잠을 자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또 집합명령이 떨어지면 4열 중에 어느 하나에 속해서 함께 체조도 하고, 함께 구령도 외치고, 함께 군가도 부르고, 함께 행군도 하고, 함께 훈련도 하지만, 정신과 마음 만은 보이지 않는 <제 5열>에 속해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불순분자들인 것이다.
사실 군대에서 이것 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언제 그들의 가진 무기로 자기 지휘관을 죽일지 모르는 것이며, 언제 옆 동료의 가슴에 총을 겨눌지 모르는 자들인 것이다.
물론 처음엔 전혀 티를 전혀 내지 않기 때문에 눈치를 챌 수 없다.
그러나 분위기가 마련되면 더 이상 은밀히 활동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데 이 땐 이미 늦은 것이다.
죽이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해야 하는 것이다.
제압하지 않으면 전체 군대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며, 제압한다해도 엄청난 상처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5열>이 발견되면 즉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시는 이렇게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높았다.
오죽했으면 이런 표어가 초등학교 교실에도 붙어 있었으랴!
우리 한국교회를 바라보노라면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교회도 군대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젊은 후배요 제자인 디모데에게 "군사가 되라"고 권면한다.
그렇다, 교회는 군대여야 한다.
구약성경을 보면 애굽에서 나온 광야의 이스라엘은 하나의 군대였다.
이동을 할 땐, 맨 앞에 성막 운반팀이 앞장 섰고, 다음엔 각 족장의 인솔하에 지파별로 행군을 했다.
인구조사를 할 땐 <칼을 잡을 만한> 20세 이상의 남자들만 계수되었다. (나머지는 국민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고, 그만큼 싸움에 대비하는 자세가 철저했다는 뜻이다.)
머물 때는 지파별로 진기를 세우고 지파별로 무리를 지어 장막을 쳤다.
그들은 그러한 속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고, 자녀들을 가르쳤으며, 봉사하며, 절기를 지켰다.
교회도 그러해야 한다.
교회도 예배와 교육과 섬김과 친교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전체가 하나가 되는 필수 과정들이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고 결속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는 것이다.
만일 지체중 일부가 머리의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바로 <5열>인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성도의 시선을 그리스도에게 고정시키지 못하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든지, 지체들을 분리시켜 하나됨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5열>인 것이다.
군대나 교회나 나라나 <오열>을 잡지 못하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