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3. [피아노 연쇄 토막살인 사건 - ⑩]
S# 59. 최홍덕 씨의 집 거실.
최홍덕
씨 가족들의 나상은에 대한 증언과 진술이 계속 이어진다.
둘째 누나 우리 홍덕이가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그 여자의 아버지가 홍덕이에게 무려 50통의
이메일을 써서 보낸 거에요.
나중에는 그것도 자작극이라는 것이 드러났고요.
큰 형 홍덕이가
그 메일을 받았을 때는
그 여자
아버지의 인격에 감명을 받은 거죠.
하지만,
그 여자의 뒷조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IP주소가 아버지가 있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이었고,
미국에 산다는 아버지 또한, 당진에
사는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큰 형도 참았던 눈물을 숨 죽이며
흘린다.
김 팀장 메일의 내용들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둘째 누나 (냉소적인 말투로)
못난 내 딸과 사귀어주어 고맙다, 내 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이메일들 이었어요.
어이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사악할 수 있는지.
큰 누나 그 여자가 우리 가족에게
“내가 꿈을 꿨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비단을 사주며
홍덕이를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라고 몇 차례 말한 적도 있어요.
나중에 생각 해보니깐,
그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 가신 저희 아버지를
두고
꾸며서 얘기한 것이고, 우리 홍덕이를 자극하기 위해서.
큰
누나가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오열한다.
박
형사가 그런 누나를 보고,
박 형사 (기 막혀 하며) 야~ 정말 대단하네요.
가족들의 약점을 속속들이 제대로 알고 있었네요.
둘째
누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둘째 누나 가족 전체가 눈꺼풀에 몇 겹이나 덧씌워져 있었던 거 같아요.
(울음을 삭히며)
그 여자가 상견례를 자꾸 미루는 거에요.
그래서, 어머니가
결혼을 하려면 부모님을 뵈어야지 그랬더니
걔가 괜찮다고만 하는 거에요.
그래서 남자가 먼저 찾아 가서 허락을 받아야지
그런 경우는 없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자기네 부모가 홍덕 씨 바쁜 것을 이해한다며
부모님이 다 이해하시니 염려 안 하셔도 된다는 거에요.
큰 누나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감정을 억누르며)
우리 측에서 상견례를 몇 번을 독촉하자
그제서야, 마지 못해 그 년이 날짜를 잡더니,
양가가 만나기로 한 날에는 일방적으로 그 약속마저도 깼는데,
이유가
이번에는 엄마가 암에 걸렸다고 하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머니 몸이 안 좋아, 아버지만
오신다는 거에요.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결혼 일주일 전에 상견례가 겨우 이루어 졌죠.
결과적으로는,
홍덕이는 결혼식 전까지 장모 얼굴 한 번 못 보고 결혼 한 거고요.
둘째 누나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김 팀장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둘째 누나 혼수 준비도 지금 생각하면 이상해요.
보통 예비 신부라면, 함께 혼수도
보러 다니고, 예단 준비도 서두를 텐데
저희는 속도 모르고 걔가
참 검소하고 욕심도 없고 착하구나 생각했죠.
순진하게
그게 다 고도의 속임수인 줄 모르고
우리가 뭐를 하나 해주면, 그쪽에서도
뭔가 해주어야 하니깐
그게 걸렸던 거에요.
박 형사 아~ 그랬겠네요. 정말.
큰 누나 형사님.
이상한 일은 계속 일어나요.
그 년의 아버지가 집사람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탈모를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안 왔다는데,
신혼 여행 갔다 와서 인사드릴려고 했더니,
어머니가 미국으로 갔다는 거에요.
15시간 비행기를 타야 가는 미국으로
정말 어이가 없어서
의심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믿을 수 밖에 없었어요.
너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니
큰 누나 우리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귀신에 홀린 기분이에요.
당연히 그렇게 의심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그 당시에는 그 년이 우리 가족에게만 달라
붙어서
살갑게 하니깐,
혼자 가족들과 떨어져, 외로워서 그러겠지
그렇게만 생각했죠.
박
형사가 말 꺼내는 것을 주저하며,
박 형사 제가 좀 납득이 안 가서 그러는데,
최홍덕 씨는 나상은과 사귀는 동안에
나상은의 친구라든지 지인들을
만나고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나요?
큰 누나 사귈 때, 결혼 준비 과정 중에도 우리 홍덕이에게
단 한 명의 친구도, 친척도 소개하지를
안 더래요.
삼청각에서 결혼식을 해서, 많은
하객들이 찾아왔죠.
그런데 황당한 것은
결혼식 끝나고 결혼식 앨범을 보니깐.
그 년의 하객으로 온 사람은
아버지, 오빠, 새 언니, 조카 단 4명
뿐인 거에요.
기가 막혀서.
큰 형이 결혼식 사진을 두 형사에게
건넨다.
박 형사가 양가 가족촬영 사진을
보고, 나상은 가족 네 명을 짚으며
박 형사 여기 네 명이요?
큰 형 예. 맞습니다.
둘째 누나 어느 날인가는
갑자기 지 엄마가
평창동에 10억 짜리 집을 얻어
주기로 했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더니,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는 그 말이 쏙 들어 가고
또, 경북 안동에 자기 외삼촌이
사시는데,
외가가 집안 대대로 만석지기 집안이어서
아직도 안동에 자기 명의로 된 땅이 많다고 하기도 하고 뭐.
박 형사 (어처구니 없어 하며)
그 여자, 숨 쉬는 거 빼고는
다 거짓말이네요.
아이고.
큰 누나 원통한 것은
그 년이 결혼 3일 전에서야
홍덕이에게 자기가 미국에서 이미 결혼을 한 적이 있고
아이도 하나 있다고 고백을 하더래요.
홍덕이는 우리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그 때까지만 해도 그 년과 같이 절에 다니시던 어머니가
크게 상처 받고 어떻게 될 까봐
우리에게 말 하지 않고 혼자 떠안고,
그대로 결혼을 했고요.
큰 소리로 울먹이며,
큰 누나 불쌍한 우리 홍덕이. 불쌍한 우리
홍덕이. 어떻게
큰 형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서
홍덕이가 실종되고서야
홍덕이의 메일에서 이런 내용을 찾아냈고,
내연남한테 확실하게 듣게 됐습니다.
이러니, 우리 홍덕이가 얼마나
불쌍해요?
옆에 앉은 둘째 누나도 억울한
감정이 복 바쳐 엉엉 운다.
어머니가 힘겹게 다가와 김 팀장의
두 손을 꽉 쥐며.
어머니 형사님,
그 년 꼭 잡아서 우리 홍덕이 원한을 꼭 좀 풀어주세요
예!
그 년이 우리 홍덕이를 납치해서
김 팀장이 어머니를 걱정하며 위로하며 달랜다.
두 누나가 어머니를 모셔가서 자리에 눕힌다.
큰 형
홍덕이가 하루는 늦은 밤에 술에 만취해 전화해서는
“형! 나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르겠어,
내가 ‘화차(火車)’의 주인공이 된 거 같아”
라고 말 하더라구요.
그렇게 전화해서 속마음을 털어 놓았어요.
김 팀장
화차(火車)요?
박 형사
왜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있잖아요
약혼자인 이선균에게 조차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며
살아 가는 여자를 다룬 영화요.
김 팀장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화차(火車)야?
큰 형 화차(火車)란 것이,
원래 불교에서 유래된 용언데요.
‘죄인이 한번 올라타면 불에 활활 타오르는 수레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고
해서 화차(火車)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박 형사 (한숨을 내쉬며) 아~
아이고, 들을수록 기가 막히네요.
어떻게 사람의 인두겁을 쓰고서.
김 팀장이 걱정스런 눈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를 바라 본다.
S# 60. 거실.
큰 형은 최홍덕 씨가 이혼
전에 조사한 나상은의 내연남들에 대한 이야기를
감정을 어렵게 억제해 가며
두 형사에게 간신히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