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 봄이면 돌아오는 철새… 긴 발로 갯벌 두드려 먹이 잡아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바닷물을 발로 휘휘 젓거나 갯벌 바닥을 발가락으로 다닥다닥 두드리며 먹이를 잡는 물떼새를 본 적 있나요? 물떼새는 한반도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새(우리나라보다 북쪽에서 번식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동하는 새)이거나 철새(특정 계절을 나는 새)랍니다. 우리나라에는 검은머리물떼새, 꼬마물떼새, 민댕기물떼새 등 11종 정도가 알려져 있지요
몸집은 참새보다 작은 것부터 비둘기 정도 크기까지 다양해요. 주로 갯벌이나 습지·강가·해안에서 생활하는데, 몸에 비해 다리와 발가락이 길어 갯벌과 습지를 뒤엎고 다니며 곤충이나 벌레를 주워 먹지요. 물떼새가 톡톡 두드린 갯벌 바닥과 모래 구멍에서 게나 갯지렁이가 나오는데,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 '아이아이 원숭이'가 나무를 긴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벌레를 빼먹는 것처럼 효율적인 방식이에요.
암컷 물떼새는 매년 5월이면 3~4개 알을 낳아요. 부화한 새끼는 이내 걸어다니고, 부화 후 한 달이면 하늘을 날지요. 9월이면 비행이 능숙해지기 때문에 10~11월 사이 먼 월동지(겨울을 나는 장소)로 수천㎞를 날아가요. 그래서 늦가을이면 서해안 갯벌과 동해안 백사장을 종종 달려 날아가는 물떼새를 볼 수 있답니다.
꼬마물떼새는 3월 하순쯤 한국에 왔다 11월까지 머무르는 여름 철새예요. 겨울이 되면 따뜻한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날아가지요. 15~18㎝ 정도 크기에 몸무게는 33~44g으로 참새보다 약간 커요. 돌무지 둥지에 사는 꼬마물떼새 새끼는 마치 돌에 스며든 것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얼굴과 배가 하얀 털로 뒤덮여 있는데, 목과 눈 주위에 둥글게 두른 띠무늬가 검은 갈색이라 마치 목에 흰 목도리를 두른 듯 보여요. 그래서 영어로는 작은반지물떼새(little ringed plover)라고 한답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크기가 45㎝ 정도로 비교적 큰 새인데,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름 철새예요. 서해안 갯벌과 강 하구에 살지요. 굴과 조개, 갯지렁이 등을 찾아 먹기 때문에 영어로는 굴잡이새(oyster-catcher)라 해요. 길고 단단한 부리로 굴 껍데기 속을 찔러 넣어 살을 쏙 빨아 먹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라시아 전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이면 동남아시아나 인도로 날아간답니다.
민댕기물떼새는 매년 9~10월이면 한반도를 찾는 나그네새예요. 주로 시베리아 남부, 몽골 등 추운 지역에서 번식하며 살다, 네팔이나 대만, 중국 남부 등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한반도를 거치지요. 그동안 발견하기 무척 어려운 새였는데, 몇 년 전 우리나라에 머물다 가는 모습이 발견돼 화제가 됐답니다.
물떼새가 떠난 바닷가 모래사장은 쓸쓸해요. 하지만 이런 허전함은 내년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기도 하지요. 물떼새가 해변이나 강가 인근 돌무지에 낳아놓은 알을 줍지 않고 놓아두면 이듬해 봄에 밀려드는 파도를 따라 더 많은 물떼새를 만날 수 있어요. 이들에겐 먹이가 널린 갯벌이나 습지만큼 중요한 것이 돌무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