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불살조와 가스라이팅, 그리고 사이비
위 월평 본문에서
“형(形)이 상(象)이 되고, 상(象)이 다시 상(想)되는 이 과정을 이해하고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거짓된 상(想)을 부셔나가는 것이다. 이는 일찍이 임재가 살불살조(殺佛殺祖)하라고 가르친 것과 하나 다르지 않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요?
이 구절은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허상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속이는지 (形 ➔ 象 ➔ 想)를 통찰하고, 선불교의 궁극적 깨달음인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정신으로 그 모든 허상(고정관념과 아상)을 타파해야 한다는 깊은 철학적·선(禪)적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단계별로 그 의미를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 "형(形)이 상(象)이 되고, 상(象)이 다시 상(想)이 된다"의 의미
이 과정은 인간의 마음이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고 왜곡하여 집착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➀ 형(形, 형태/물질): 눈앞에 펼쳐진 객관적인 현실, 대상, 혹은 사건 그 자체를 말합니다.
➁ 상(象, 형상/상징): 오감으로 들어온 '형(形)'을 내 마음의 스크린에 하나의 이미지나 인상(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이때부터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인 색채가 입혀지기 시작합니다.
➂상(想, 생각/망상/환상): 그 형상(象) 위에 나의 감정, 욕망, 편견, 두려움 등을 더해 "저것은 이런 것이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건 나쁜 거야" 하며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부풀려 거짓된 생각(망상)을 만들어내는 최종 단계입니다.
이 인식의 과정을 요약하자면 세상의 실제 모습(형)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 마음이 그려낸 이미지(상)에 갇힌 뒤, 그것이 진짜 진실인 줄 착각하며 망상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일체중생의 마음 작용을 뜻합니다. 이걸 아는 사이비들이 가짜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그걸 이용하여 돈도 벌고 투기도 하고, 주가조작도 하고, 권력을 쥐고 세상을 뒤 흔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통속소설이나 대중영화 중에도 돈벌이를 위해서 이미지 연출을 하는 자들이 많이 있고, 명품을 온몸에 두루루 감아 다니는 여성분들도 있습니다. 적당한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지나치면 구토가 나지요.
요즘 많이 쓰는 가스라이팅 (Gaslighting), 거짓 진실 효과 (Illusory Truth Effect: 어떤 정보나 가짜 이미지가 터무니없더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와 상관없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점차 사실이라고 믿게 되는 심리적 현상).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 자신이 믿고 싶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신념 곧 사이비 교리의 믿음 같은 것을 뒷받침해 주는 정보나 가짜 이미지만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반하는 객관적 사실이나 반증은 철저히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성향), 집단 사고 (Groupthink :폐쇄적인 집단 안에서 특정 지도자의 권력이나 분위기에 압도되어 비판적 사고를 멈추고, 조작된 허위 정보나 가짜 이미지조차 맹목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집단 심리 현상) 같은 것들이 인간의 이 인식작용의 오류를 악용하는 사례들입니다.
이러한 인간 심리 기제들이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하여 실제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가짜 사진, 동영상, 오디오 등을 통틀어서 말함) 같은 가짜 미디어 기술과 결합할 때, 대중을 조종하고 이익을 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구토(La Nausée)》라는 소설은 장 폴 사르트르가 쓴 첫 번째 소설입니다. '지나친 허상과 가면'에 대한 근본적(根本的)인 메스꺼움을 다룬 작품입니다. 세상에 가짜들이 횡횡할 때 특히 형이상학 영역에 가짜들이 진짜인양 분칠하고 내가 진리다 하고 우는 사자처럼 인간의 영혼을 낚아채려고 돌아다닐 때 나 역시 10년 먹은 것 까지 다 토해져 나오려고 하는 경험을 한 바가 있습니다.
-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거짓된 상(想)을 부셔나간다"의 의미
우리가 괴로움을 겪는 이유는 사물이나 상황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지어낸 거짓된 상(想)에 사로잡혀 휘둘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행이란, 내 안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내가 만든 허상(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 타인에 대한 편견, 상황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망치로 때려 부수듯 철저하게 깨뜨려 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 "임재가 살불살조(殺佛殺祖)하라고 가르친 것과 하나 다르지 않다"의 의미
중국 당나라 때의 선사 임재의현(臨濟義玄)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살불살조, 殺佛殺祖)"는 파격적인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부처'나 '조사'는 신성한 존재를 진짜 죽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부처'나 '진리'라는 대단한 형상과 관념(상)을 머릿속에 정립해 두고 그것을 숭배하거나 집착하곤 합니다. 하지만 임재는 "그런 외부의 권위나 네 머릿속에 박힌 부처라는 관념조차 진리가 아니니, 그 환상마저 완전히 부숴버려라"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즉, 어떤 절대적인 대상이나 고정된 생각(상)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그것은 곧 거짓된 상(想)이 되므로, 그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라는 뜻입니다. 이는 기독교에서 우상을 만들지도 말고 숭배하지도 말라고 가르치는 것과 1백프로 일치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덧씌우는 온갖 주관적 망상과 집착의 틀 곧 形 ➔ 象 ➔ 想이 되는 이 틀을 알아차리고, 임재 선사가 부처마저 죽이라 한 것처럼 내 안의 모든 고정관념과 거짓된 아상아상(我相)을 단호하게 타파하여 본래의 맑은 거울 같은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에서 글을 써야 진짜 세상을 감동시키는 진짜 글이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눈앞의 현실을 오롯이 마주하기보다, 그 대상에 저마다의 의미를 덧씌우고 왜곡하며 살아갑니다. 필자가 말하는 '형(形)이 상(象)이 되고, 상이 다시 상(想)이 되는 과정'은 바로 이 마음의 왜곡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는 통찰입니다.
다시 한번 더 요약하자면-
“인간은 누구나 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대상인 형(形)이 감각을 통해 내면에 들어오면, 마음은 그것을 특정한 이미지나 인상인 상(象)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형상 위에 끊임없는 감정과 편견, 욕망을 덧칠하여 "이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거짓된 생각과 망상(想)을 최종적으로 조각해 낸다. 우리가 괴로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 역시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이 멋대로 지어낸 이 허상(상)을 진실이라 믿고 그 속에 갇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깨달음과 성찰이란, 내 안에서 불쑥불쑥 피어오르는 이 가짜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그것들을 단호하게 부수어 나가는 데에 있다. 그래서 일찍이 당나라의 선사 임재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며 살불살조(殺佛殺祖)를 외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진리나 부처, 혹은 대단한 관념이라는 형상을 머릿속에 박아두고 그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숭배하거나 집착하곤 한다. 그러나 임재는 바로 그 고정관념과 성역(聖域)마저 철저히 타파하라고 경고했다. 어떤 대상이나 생각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그것은 이미 자유를 속박하는 거짓된 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과정은 우리 인간들의 인식과 관념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면의 무지함이 빚어낸 온갖 망상과 아상의 껍데기를 사정없이 깨부수는 작업을 말한다. 그 모든 허상을 남김없이 부수고 비로소 참 나와 마주하게 되는 텅 비고 맑은 자리, 그것이 바로 이 가르침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의 자유이자 해탈의 영역인 미(美)의 영역인 것이다. 그걸 글로 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