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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불발(堅忍不拔)
굳게 참아 빼앗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떠한 곤경이나 외압에도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이 흔들리거나 빼앗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堅 : 굳을 견
忍 : 참을 인
不 : 아니 불
拔 : 뺄 발
(동의어)
견인지구(堅引持久)
이 성어는 송(宋)나라 때 유명한 문인인 소식(蘇軾)이 쓴 조조론(晁錯論)에서 유래한다.
조조(晁錯)는 한(漢)나라 경제(景帝) 때 제후들의 영지를 삭감하는 정책을 실시하도록 하여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반란을 초래했으면서도 그것을 몸을 던져 막으려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다가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통렬히 논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古之立大事者, 不惟有超世之才, 亦必有堅忍不拔之志.
고지입대사자, 불유유초세지재, 역필유견인불발지지.
옛날에 큰일을 이룬 사람들은 단지 시대를 뛰어 넘는 재주가 있었을 뿐 아니라, 반드시 굳게 참아 뽑을 수 없는(堅忍不拔) 의지가 있었다.
뛰어난 재주와 피나는 노력은 사람이 큰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꼭 있어야 할 두가지 요소이다. 그런데 사람이 타고난 재주는 저마다 다르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발휘하는 의욕과 의지가 또한 저마다 다르다.
재주가 많은 사람은 힘을 적게 들이고도 큰 일을 해 내지만, 남보다 재주가 모자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남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재주만 믿고 설치는 사람은 경망스러워 일을 그르칠 염려가 있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의욕만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은 별 성과도 내지 못하고 몸이 먼저 지쳐버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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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공부한 교과서로는, 사서삼경(四書三經) 등 유교경전이 주를 이루지만, 역사책과 문학책도 필수과목에 들어 있다. 역사책 가운데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통감(通鑑)이라는 책이다. ‘통감을 읽다가 한문 문리(文理)를 얻었다, 통감을 읽으면서부터 한문에 흥미를 느꼈다’라는 말을 노인분들이 하는 것을 종종 들었을 것이다.
통감(通鑑)은 주(周)나라 위열왕(威烈王) 23(BC 203)년부터 오대(五代) 후주(後周) 세종 6(959)년까지 1362년에 걸친 중국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갖가지 인물이 등장하여 다양한 말과 다양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한문의 표현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
논어(論語) 등 경서(經書)가 사람이 심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이 많지만, 문장 표현 형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문리(文理)를 틔우는 데는 통감만큼 효과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이 통감의 정식 명칭은 통감절요(通鑑節要)이다. 본래 북송 때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이 너무 방대하여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송(宋)나라 때 강지(江贄)가 50권으로 줄인 것이다. 그의 호가 소미(少微)이기 때문에 소미통감(少微通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주자(朱子)가 지은 통감강목(通鑑綱目)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는 자치통감을 큰 줄거리인 강(綱)과 거기에 딸린 자세한 내용을 목(目)으로 하여, 주자 자신의 유교적 명분론에 입각하여 59권으로 줄여 새롭게 편찬한 책이다.
특히 주자는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이 삼국시대 역사를 서술하면서, 조조(曹操)의 위(魏)나라를 정통에 놓은 것에 대해서 대단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통감강목에서는 유비(劉備)의 촉한(蜀漢)을 정통에 놓았다.
이 밖에도 통감 계통의 여러 가지 책이 있지만, 아무튼 원저자는 사마광이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역사가 주는 경험과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역사서 편찬을 시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기(史記), 한서(漢書) 등 정사(正史)가 이미 워낙 많아져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왕조별로 토막이 나 있어 전체 역사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를 통틀어 다 알 수 있는 연대순에 따른 통사(通史)의 편찬에 착수하였다.
자치통감은 모두 294권이고, 편찬하는 데 19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참고한 서적만도 300여 종이었는데, 자료 보관하는 창고가 여러 개였다고 한다. 47세 때 시작하여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66세 때 완성했다.
그 자신이 안목이 있고, 학문이 깊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지을 수 있었다. 밑천 없이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그는 책을 특별히 좋아하여 그 당시 그렇게 책이 귀할 때 만 권의 장서를 모았다. 그가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그의 서재에 들어가 보면, 모든 책이 손도 한번 안 대본 것처럼 깨끗하였다.
한번은 그의 아들이 책을 보면서 책장을 넘기는데, 손톱으로 책장을 찍어서 넘기는 것이었다. 사마광은 즉각 주의를 주며 이렇게 책 관리하는 법을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모으고 아끼려고 하는 것처럼, 글을 읽는 사람은 응당 자기의 책을 모으고 아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는 먼저 책상을 깨끗이 닦고, 책상보를 깐 뒤, 단정하게 앉아 책을 보아야 한다. 만약 책상을 떠나 책을 들고 가서 읽어야 될 때는 조그마한 판자로 책을 받쳐서 읽어야 한다. 손의 땀이 젖으면 책이 바로 더렵혀지게 된다. 또 책을 어디에 부딪쳐 망가지게 해서도 안 된다. 한 장을 다 보고나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옆면으로 책장의 가장자리를 받치고 식지(食指)로 살짝 덮어서 한 장을 들어 넘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책장이 손상되지 않는 것이다."
대단한 정성이다. 그리고 그는 해마다 그의 장서를 두 번씩 햇볕에 말려 습기 차는 것과 벌레 먹는 것을 방지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은, 공자(孔子)가 지었다는 춘추(春秋),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함께 중국의 삼대사서(三大史書)에 들어간다. 이런 책을 지은 사마광(司馬光)은 학문이 대단했고, 책을 매우 사랑했다. 그리고 그의 뽑히지 않는 굳센 의지가 이런 위대한 저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길가의 풀들은 사람들 신에 밟히고 차 바퀴에 갈리고 하면서도 다음 해에는 다시 싹이 터 올라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식물의 생명력에 경외감(敬畏感)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고 하는 사람이 요즈음 조그만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고 너무 쉽게 자기 목숨을 끊는 경향이 있다. 천리(天理)에 순응하며 살아온 우리 민족인데, 요즈음은 자살률 세계 1위가 되어 버렸다. 대기업의 회장, 정치인, 인기 연예인, 공무원, 학생 등등 직업이나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걸핏하면 자살이다. 심지어는 자기 자녀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잔인한 부모도 없지 않다.
하늘이 생명을 부여할 때는 반드시 그 생명에 해당되는 사명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자살을 역천(逆天; 천리를 거스르는 일)이라 하여 대단히 좋지 않게 생각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자살을 중범죄로 인정하여, 그 유가족들에게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지능이 높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연히 고민(苦悶)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과 비교도 잘한다. 남과 비교를 하다 보면, 자신의 처지나 수준을 보고서 열등감을 느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비관(悲觀)에 빠져서 결국 자신을 이 세상에 살아 있어야 할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로 치부하게 된다. 결국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희망도 없으니, 선택하는 길은 자살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수준은 옛날에 비해서 너무나 좋아졌다. 밥을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대에서부터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시대가 되었고, 주거만 해도 웬만큼 잘사는 집에서도 한 방에 아이 대여섯 명씩 함께 잤는데 요즈음은 웬만한 집에서는 아이가 자기 방 하나씩 다 갖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풍족하고 편안하기로 치면 옛날의 황제보다 못하지 않다.
그런데도 고민은 더 많고 불평은 더 많다. 결국 물질만으로는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정신적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정신적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자살 같은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길가의 하찮은 풀에게서 그 질긴 생명력을 배워 굳게 견디어 자기 뜻을 스스로 꺾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견인불발(堅忍不拔)은 견인불발(堅靭不拔)로도 쓴다.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194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의 연구실은 매우 열악하고 협소했다. 창문의 유리창은 깨져서 바람과 먼지가 들어왔다. 그는 이 연구실에서 곰팡이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어느 날 그는 깨진 창문을 통해 날아온 곰팡이 포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후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 곰팡이에 페니실린의 원료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 곰팡이균을 가지고 페니실린을 만들었다.
몇 년 후 한 친구가 플레밍의 연구실을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형편없는 연구실에서 페니실린을 만들다니. 만약 자네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졌다면 더 엄청난 발견들을 했을 텐데.”하며 그의 넉넉하지 않은 연구환경을 안타까워 했다.
그러자 플레밍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이 열악한 연구실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네. 창문 틈으로 날아온 먼지가 바로 페니실린의 재료가 되었다네. 중요한 것은 연구환경이 아니라 강한 의지라네.”
알렉산더 플래밍의 이야기를 한자로 정리하자면 견인불발(堅忍不拔)이다. 그렇다. 뛰어난 재주와 견인불발의 피나는 노력은 사람이 큰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꼭 있어야 할 두 가지 요소다.
그런데 사람이 타고난 재주는 저마다 다르다. 물론, 김연아 선수처럼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나 전문가의 권유로 일찍부터 뛰어난 재주를 알고 이를 계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들은 자기가 어떤 재주를 타고 났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찍부터 자신의 뛰어난 재주를 발견하고 계발한 자들은 분명히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누리는 행운을 보통 사람들인 우리들이 누리지 못한다는 그런 못된 법칙은 없다. 하지만 행운이란 것이 평범한 모든 사람들에게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행운이란 최선을 다한 자에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다.
당신도 비범한 행운을 누리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고, 신의 선물을 기다려라.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요,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의 문장은 구하는 것과 두드리는 즉 최선을 다하여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견인불발의 연속성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평범한 여직원이 외국계 기업의 임원에까지 올랐다면 그녀의 견인불발은 어느 정도일까? 나의 마음 한 켠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다음 이야기를 읽어보라.
외국계 회사에서 늘 여성 최초란 말을 몰고 다니며 임원을 했던 여직원이 있었다. 그녀를 임원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신출귀몰한 경영 전략이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성스런 복사 실력이었다.
부산의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제가 맡은 일이 복사였어요. 그때만 해도 사무실에 대형 복사기가 귀할 때였습니다. 저는 복사할 때 종이를 대는 판, 덮는 뚜껑을 모두 약품과 걸레로 깨끗이 닦고 종이를 정확히 제자리에 배치한 뒤 복사를 했어요. 혹시라도 복사하면서 나오는 검은 점 등 잡티를 없애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스테이플러도 정확히 일정한 위치에 찍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복사 서류만 보고도 제가 한 것인 줄 알아보더군요.
하루는 사장님께 낼 결재 서류를 복사하란 지시를 받았어요. 퇴근 시간이 지나서 복사를 하는데 양이 많아서인지 그만 복사기가 고장이 났지 뭡니까.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퇴근한 복사기 회사 직원을 수소문, 협박 반 애걸복걸 반 심야 수리를 부탁해 결국 새벽 3시 무렵에야 겨우 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소문이 나면서 사장님 귀에 들어갔고, 사장은 복사를 이처럼 정성스럽게 책임 있게 하는 직원이라면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이란 신뢰를 표하며 그녀에게 가고 싶은 부서를 물어 배치해 주었고 그 결과 그녀는 임원까지 될 수 있었다.
복사로 임원이 된 여직원의 이야기는 처음 세웠던 계획을 흔들리지 말고 견인불발의 자세로 실천해 간다면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신의 선물인 행운은 따라온다는 것을 말해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도 잘 마무리하고 싶은가? 견인불발의 자세로 연초에 세운 계획들에 그저 일상의 누적을 더해보자. 지루하고, 따분하고, 사소한 하루라는 일상의 누적을 견인불발로 돌파해 보자. 위대함은 일상의 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던가?
▶ 堅(견)은 회의문자로 土(토)와 臤(간)의 합자(合字)이다. 臤(간)은 단단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단단한 흙이라는 뜻이다. 전(轉)하여 널리 단단하다의 뜻이 있다. 堅(견)은 굳다, 굳어지다, 굳게 하다, 단단하게 하다, 굳세다, 강하다, 변하지 아니하다, 갑옷, 갑주, 굳게, 튼튼하게 등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굳을 고(固), 굳을 경(硬), 굳을 확(確), 굳을 확(碻), 굳을 공(鞏)이다. 용례로는 굳게 지니는 일을 견지(堅持), 굳세고 단단함을 견고(堅固), 확실하고 틀림이 없음을 견실(堅實), 단단하여 쉽게 부서지지 않음을 견뢰(堅牢), 굳세고 힘이 강함을 견강(堅强), 굳게 약속함을 견약(堅約), 단단하고 날카로움을 견리(堅利), 단단한 돌을 견석(堅石), 굳게 포위함을 견위(堅圍), 절기가 있고 굳셈을 견절(堅決), 굳고 단단한 성을 견성(堅城), 굳기가 쇠나 돌같다는 견여금석(堅如金石),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을 빼앗기지 아니함을 견인불발(堅忍不拔), 끝까지 굳게 참고 견딤을 견인지종(堅忍至終), 기초의 튼튼하기가 반석과 같음을 견여반석(堅如盤石), 맑은 절조를 굳게 가지고 있으면 나의 도리를 극진히 하는 것임을 견지아조(堅持雅操), 굳건한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뜻의 견벽불출(堅壁不出) 등에 쓰인다.
▶ 忍(인)은 형성문자로 㣼(인)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刃(인)으로 이루어졌다. 忍(인)은 마음에 꾹 참는다는 뜻으로, 참다, 잔인하다, 동정심이 없다, 차마 못하다, 질기다, 용서하다, 참음 등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길 극(克), 이길 승(勝), 견딜 감(堪), 견딜 내(耐)이다. 용례로는 참고 견딤을 인내(忍耐), 참고 힘씀을 인면(忍勉), 웃음을 참음을 인소(忍笑), 치욕을 참고 받음을 인수(忍受), 잔인한 마음 또는 참는 마음을 인심(忍心), 애정을 참고 견디어 냄을 인애(忍愛), 욕심을 참음을 인욕(忍辱), 잔인한 사람을 인인(忍人), 묵묵히 참고 좇는 일을 인종(忍從), 치욕(恥辱)을 견디는 일을 인치(忍恥), 괴로움을 참음을 인고(忍苦), 배고픔을 참음을 인기(忍飢), 참고 견디는 마음을 기르는 일을 인자공부(忍字工夫), 참는 것이 덕이 된다는 인지위덕(忍之爲德) 등에 쓰인다.
▶ 不(부/불)은 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란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不(부/불)는 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불합격을 말한다. 아니다, 아니하다, 못하다, 없다, 말라, 아니하냐, 이르지 아니하다, 크다, 불통, 꽃받침 또는 꽃자루 등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얼지 않는 액체를 부동액(不凍液), 토지나 집처럼 움직여서 옮길 수가 없는 재산을 부동산(不動産), 어떤 충동에도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부동심(不動心),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拔(발)은 형성문자로 㧞(발)은 통자, 抜(발)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바깥에 끌어낸다는 뜻을 가진 글자 犮(발)로 이루어졌다. 拔(발)은 손으로 끌어내다, 잡아빼다의 뜻으로, 뽑다, 빼다, 쳐서 빼앗다, 빼어나다, 뛰어나다, 덜어버리다, 기울다, 흩어지다, 빠르다, 가리다, 머무르다, 쥐다, 그리다, 빠지다, 빨리, 무성하다(패), 우거지다(패), 가지와 잎이 무성한 모양(패) 등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뽑을 추(抽), 뽑을 탁(擢)이다 용례로는 빼어 버리거나 뽑아 버림을 발거(拔去), 칼집에서 칼을 빼냄을 발검(拔劍) 또는 발도(拔刀), 뿌리를 뽑음을 발근(拔根), 우뚝 섬을 발립(拔立), 근원을 뽑아버림을 발본(拔本), 세상에서 뛰어남을 발속(拔俗), 털을 뽑는 일을 발우(拔羽), 글을 뽑아서 베낌을 발초(拔抄), 빼어 냄을 발출(拔出), 가려 뽑음을 발취(拔取), 사람을 뽑아 씀을 발탁(拔擢), 줄다리기를 발하(拔河), 괴로움을 덜어줌을 발고(拔苦), 여럿 가운데서 훨씬 뛰어남을 발류(拔類), 내렸던 닻을 거두어 올린다는 발묘(拔錨), 가난하던 사람이 살림의 형편이 나아짐을 발빈(拔貧), 여러 사람 가운데서 뽑아 승진시킴을 발진(拔進), 글 가운데서 요점을 뽑음을 발췌(拔萃), 이를 뽑음을 발치(拔齒), 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빼어남을 발군(拔群), 괴로움을 덜어 주고 낙을 주는 일을 발고여락(拔苦與樂), 말로 죄악을 저지른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을 발설지옥(拔舌地獄), 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발묘조장(拔苗助長), 근본을 빼내고 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발본색원(拔本塞源),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만한 기상이라는 발산개세(拔山蓋世)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