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항아리에는 삼춘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 삼촌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 을 잘도 채어 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에 두부산적을 께었다
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 내어둘렀다
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짚신이 둑둑이 걸리어도 있었다
넷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 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하였다
*고방-세간이나 잡동사니 보관하는 장소
1) 고방: 광. 2) 질동이: 진흙으로 빚어서 구워 만든 동이. 3) 집난이: 출가한 딸을 친정에서 부르는 말 4) 임내: 흉내 5) 밝고: '바르고'의 방언으로 껍질을 벗겨 속에 들어 있는 알맹이를 집어낸다는 뜻 6) 말쿠지: 옷 따위를 걸기 위해 벽에 박은 못 7) 소신: '쇠짚신'의 방언(강원). 소에게 일을 시킬 때 에 신기는 짚신 8) 둑둑이: 수두룩하게 9) 넷말: 옛말. 옛날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