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면 질서가 필요해집니다.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 권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생각과 욕망이 다르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합의’지만 수가 많을수록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집니다. 그 때 획기적인 길이 있으니 힘으로 강제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문화가 발달하면서 물리적 힘만 힘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다투고 화합하는 가운데 인간적인 특성과 아울러 이성적인 판단과 공동체 의식 속에서 법과 관습을 통하여 조직이 운용되며 발전해갑니다. 그럼에도 늘 합의가 도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힘을 가지려고 또한 유지하려고 자기 편을 만듭니다. 결국 편 가르기를 합니다. 분열이 생깁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 중에 ‘힘’ 곧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반대세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 싸움이 일어납니다.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조직 간의 싸움이고 국가 간의 전쟁으로 발전합니다. 국가 간의 대규모 전쟁도 역사상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 안에서조차 분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 권력투쟁입니다. 서로 힘을 가지려고 다투는 것이지요. 힘을 가져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더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념이 달라서 남북으로 분열되었지만 사실 권력투쟁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옛날 이 조그만 땅 한반도 안에도 삼국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 후 신라부터 고려로 그리고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호는 바뀌었어도 한 나라 한 민족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20세기 일제로부터 해방과 동시에 이념전쟁에 휘말리어 남북으로 분열이 되었습니다. 사실 언어도 하나, 역사도 하나, 문화도 하나입니다. 나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다릅니다. 대의명분보다는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길이 다릅니다. 한편으로 그것은 백성의 욕구보다는 권력을 쥐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앞서 있습니다. 지금도 좌파다 우파다 하면서 외치고 서로 비난하며 자기가 옳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은 좌파 우파 따지지 않고 그저 평안한 삶을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분열로 대치하여 싸울 때 가장 큰 피해를 누가 입겠습니까? 힘과 총을 든 권력자들이 아니라 일반 백성입니다. 저들은 자기 힘을 키우기 위해 수를 늘려갑니다. 그리고 동조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여 처단합니다. 일반 국민은 누가 권력을 가지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배 고프지 않고 평안히 살게만 해주면 권력이야 누가 가지든 상관없습니다. 사실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하여 터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결국은 백성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싸우는 것이 목적도 아니고 권력을 쥐고자 하는 것이 목적도 아닙니다. 길이 잘못되면 결국은 원하는 평안한 삶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총을 들이대며 이쪽이냐 저쪽이냐 묻습니다. 총을 들이댄 이 사람이 이쪽인지 저쪽인지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여차하면 즉살당합니다. 온몸이 떱니다.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냥 발사합니다. 바로 쓰러집니다. 옆에서 떨며 지켜보던 동료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온몸이 뻣뻣해집니다.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자신도 당할 것입니다. 나는 여기도 저기도 아니고 홍콩 출신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바로 총을 발사합니다. 금방 또 한 사람의 친구가 쓰러집니다. 다음으로 십대 소녀 ‘제시’에게로 총이 향합니다. ‘조엘’이 나서서 말립니다. 사정을 하려는데 총이 조엘을 향합니다. 말문이 막힙니다.
순간 ‘새미’가 자동차를 끌고 달려들어 총 든 자를 밀어버립니다. 그리고 동료들을 재촉하여 차를 타고 도망칩니다. 또 한 명 쓰러져 있던 자가 일어나 마구 총질합니다. 불행히도 새미가 운전하며 총탄을 맞아 결국은 주둔군에 도착하기 전 죽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수도 워싱톤으로 항햡니다. 한창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반대하는 연방군이 대통령 집무실까지 접근하였습니다. 거의 점령하려는 참입니다.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 전에 인터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으로 이끌었는지, 어쩌려는 것인지 알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국민을 대하는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일까?
군인들보다도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간 기자들, 바로 군인들이 저항하는 경비들과 총격전을 하며 쳐들어옵니다. 기자들을 보호해주지만 힘이 다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제시를 돕던 유명 기자 ‘리’가 총격에 쓰러집니다. 제시는 일단 현장을 소상하게 계속 촬영합니다. 드디어 대통령이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선임 군인이 막아섭니다. 마지막 기회를 줍니다. 남길 말이 무엇인가? ‘제발 살려주시오.’ 그 즉시 총을 발사합니다. 군인들이 몰려와 대통령을 밟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제시가 그 모든 광경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목숨을 걸고 현장을 담는 종군기자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Civil War)를 보았습니다. 마치 현재 우리를 보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