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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닥 열심히 살아온 편이 아님에도 운 좋게 초봉 4000쯤 받는 직장에 수월하게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6년간 사귄 현 와이프와 결혼을 했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이 특수한 분야의 직장을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1년의 시간을 고민만 하다 드디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와이프에게 한번만 밀어주면 내가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적어도 우리네 부모님들이 편찮으실 때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태는 다신 없게 하겠다고 다짐하며 전업 수험생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했습니다. 와이프는 제 말에 흔쾌히 동의하며 서포트 해주겠노라 하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먹여살리고 있네요.
저는 처음 진입 당시 토익조차 공부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무작정 쳐 본 토익은 185점이 나왔었지만 하면 된다는 일념 하에 아득바득 닥치는대로 공부하였습니다. 시간상, 거리상, 금전상으로도 도무지 학원갈 형편은 못 되었기에 오로지 독학밖에 길이 없었지만 무대뽀로도 열심히 하니 두번째 시험에선 600점 언저리 공부한지 3달째에 친 세번째 시험에선 750점이 나오더라고요. 제겐 충분히 값진 성취였습니다.
저는 어릴적 열심히 하면 원하는 수준은 곧 잘 올라가곤 했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비록 무지한 상태였어도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불확실한 미래를 감당하는 것이 생각보단 그리 어렵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그러한 상태가 아닙니다만..
그렇게 토익을 원하던 시간에 졸업하고 1차 시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저는 공대 출신이라 문과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처음 접해 본 법과목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공부가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유튜브 보며 공부법도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접목시켜 나갔었어요. 이 또한 인강에 의지하여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녹록치 않은 길이었습니다.
1층 없는 2층은 없다란 생각에 과감히 1차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하고 11월부터 5월까지 1차에 80% 정도의 시간을 썼던거 같습니다.
그 결과 평균 67점 정도로 합격할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했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민법은 48점으로 간신히 과락을 면했습니다.
올해 1차 생각하면 그때는 난이도는 정말 눈 감고도 풀 수 있는 수준이라 그 당시 수준으론 올해 1차 합격은 꿈도 못 꿨겠네요.
1차를 통과하니 3개월 남더라고요. 2차는 사실상 준비한게 별로 없었기에 한번 맞아나 보자란 심사로 시험에 응시하기는 하였으나 평균 42점으로 당연히 불합격 했습니다. 시험장에 직접 가보니 다른 분들은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막힘없이 써나가는 것을 보고 좀 겁에 질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반에서 대충 1명 정도 합격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거니깐요.
그렇게 유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부시간이 늘지가 않더라고요. 영어나 1차를 준비할 땐 11시간 공부를 거의 매일 해왔었는데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5~7시간 정도도 못하게 되는 순간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름 열심히 했다고 번아웃이 온 거 같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높은 2차 시험의 난이도에 기가 눌려 더더욱 공북를 안하는 쪽으로 머리가 돌아갔던거 같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책상을 피했어요. 참 한심하죠?
이러다가 2차가 떨어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1차라도 다시 쳐놓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3주 정도 준비해서 1차 시험을 쳤는데 이번엔 평균 80점 정도로 넉넉히 합격하더라고요. 이 경험이 올해 1차를 만만하게 보게 된 계기가 된거 같습니다.
와이프가 전문직이다 보니 솔직히 벌이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절실하지 않았던거 같네요. 사실 저 같은 놈이 붙으면 안되는 거죠.
저는 지방에 살지만 집도 있고 차도 있습니다. 그게 수험에는 더 독이 됐던거 같습니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 유산받은게 있었는데 결혼할 때 그걸로 집과 차를 샀거든요. 결혼도 일찌감치 했다 보니 남들 보다 좀 수월하게 얻은게 많아 정말 열심과 절실을 잊고 살았던거 같네요.
참 한심합니다.
유예 때 친 시험도 개차반이었습니다. 요리조리 공부는 안하고 물놀이나 다니니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있나요?
평균 52점으로 광탈했었습니다. 사실 불합격이란건 시험 칠 때도 당연히 알고 있어서 그리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열심히라도 했어야 떨어지면 충격을 받을텐데 저는 참 한심하게도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란 식이라 별 신경을 쓰질 않았어요.
오히려 와 공부를 진짜 이렇게했는데도 52점씩이나 나오네?라며 오히려 만족했었거든요. 구역질이 나오네요.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세월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진로변경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끼며 초조함이 항상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쉬웠던게 도무지 쉽지가 않더란 말이죠.
어떻게 그렇게들 하실 수 있는지 진심으로 합격자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주 6일 때론 1주일 내내 11시간 13시간씩 공부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해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네요.
5시에 기상해서 밤 10시까지 분 단위로 살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도통 기억이 안납니다.
이렇게 저는 헌동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그간 쌓아왔던 기본지식도 있고 여건도 딱 맞아 떨어져서 정말 열심히 한번 해보자며 최대한 심플한 계획으로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냈었습니다. "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 고 전 노무형 대통령의 합격수기 제목으로 기억합니다.
마치 직장인인듯 출근과 퇴근하듯이 규칙적으로 2차를 준비하였습니다. 1차가 200문제로 늘어난다고 해도 그 자체가 이미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이므로 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유지될거란 안일한 생각으로 말이죠.
어느덧 4월 말이 되었고 1차 시험이 코 앞으로 닥쳤습니다. 저는 이런 헐렁한 마인드로 1차 시험 준비기간을 마치 휴가라도 보내는 듯 마음 편히 보냈습니다. 결과는 평균 56점, 사보법 36점 과락으로 확정적 불합격이네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제가 전부 자초한 일인 것을요. 당연히 예상했어야 했는데 꼴에 좀 안답시고 까불었던 결과라 원망할 곳도 없습니다.
이젠 직업이 없어져버렸네요. 정말 무직이 되어버렸습니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작년부터인가는 정신과에서 약도 타다가 먹고 있습니다.
자꾸 사소한 것에도 화가 심하게 나서요.
며칠간은 슬프기도 하고 후회도 됐습니다만, 살아있으니 뭐라도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어
쿠팡 단기알바를 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알바 하면서도 눈물이 조금 흐르더라고요.
열심히 일하는 다른 사람들과 내 자신을 보며 나는 그간 무엇을 하였는가란 생각에 비참한 생각도 들고요.
차라리 잘 됐습니다. 제겐 오히려 약이 된거 같습니다.
올해 재수없이 1차 붙었으면 더 큰 일로 돌려받았을거 같아서 차라리 떨어지길 잘 했다란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열심히 한 사람이 붙는 시험이 정말 공정한 시험이니깐 말이죠.
저는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쿠팡 일용직도 계속 다니며 정말 열심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제대로 예의를 갖춘 수험생으로 시험에 응할 생각입니다.
수험생활을 직접 해보니 정말 녹록치 않은 생활인데 이걸 꿋꿋이 견뎌오신 분들 또는 견뎌나가고 계신 분들 모두 존경하고 응원드립니다.
저는 올해 좌초되어 응시조차 못합니다만 다들 좋은 결과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주절주절 기억나는대로 썼는데 쓰다 보니 많이도 썼네요..
아까운 시간 허비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34회 시험을 기약하며..
첫댓글 이 글 보며 마음자세 바로잡겠습니다. 어려우셨을텐데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어려움 이겨낸 합격수기 기대하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30 16:45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경험 공유같습니다 아직 다 과정에 있으니까요. 과정이 끝나면 결과가 올겁니다 화이팅입니다
이번에 1차는 떨어진게 전혀 부끄러울건 아녜요...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냥 기존의 1차 대비법이 기출중심으로 돌리고 이런형식이었는데 이번시험이 이정도일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방법론상의 문제도 뭐 누굴탓하거나 자악할건아니죠.. 그냥 받아들여요
올해 헌동 1차 떨어졌다해도 작년 유예때 1차 합격하신거 같은데..그럼 올해 2차 보실 수 있는거 아닌가요?
돌아갈 곳이 있으면 약해지는게 인간마음인지라.. 안주한 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던거라고 위안하시고 내년을 향해 달리면 되는겁니다. 가족에게는 더 잘하면 되는거구요. 너무 안좋은 쪽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안녕하세요..32기 박상진 노무사 입니다..저도 사시 2차 경험이 있음에도 합격까지 6년 걸렸네요..사시생이다보니 노무사 셤을 우습게 생각한게 장수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해요..어쨌거나 님도 지금의 그 마음 변치 않으시면 꼭 합격하실 거예요..지금 많이 힘드시겠지만 꼭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