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함의 역설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대학생인 딸과 함께 상담소에 등장한 부인은 남편의 외도에 관해 이야기했다. 다른 일도 아닌 남편의 부정을 딸 앞에서 토로하는 것에 내가 놀라워하자, 그 부인은 딸이 엄마의 속사정을 다 알고 있으므로 상관없다며 도리어 나를 안심시켰다. 속상할 때마다 딸을 붙들고 하소연을 해왔고, 오히려 딸이 어머니에게 상담을 권했다는 것이다.
직원을 7~8명 데리고 일하는 남편은 제법 돈을 잘 벌었고, 가족에게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후한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서 주말에도 거래처 사장들과 골프를 친다며 밖으로 나돌았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이 부인은 심장이 벌렁거리며 불면증을 앓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상담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남편의 외도를 중단시키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남편의 외도를 확인해준 사람이 남편의 회사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이라고 한다. 남편의 행적에 의심했던 그녀는 오래전부터 남편 곁에 있었던 그 남자에게 연락해 물었고, 그는 슬쩍슬쩍 수집해두었던 정보를 이 부인에게 알렸다. 그녀가 이런 귀띔에 고마워하자, 그는 본격적으로 남편의 뒤를 밟으며 여자와 함께 모텔에 가는 모습을 찍어 이 부인에게 보여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녀의 남편이 바람난 사실보다도 그러한 남자가 남편 곁에 있다는 것에 더 놀랐고, 나아가 이 부인이 그러한 남자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험을 감지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 부인에게 어쩌자고 남편 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남편의 행적에 관해 묻느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색했다. 그리고는 이 남자가 직장 상사인 남편을 옹호하지 않고 그의 비리를 이 부인에게 알려주는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제야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드러내며 그 직원은 오랫동안 남편을 보좌해온 좋은 사람이라고 그를 변호했다. 다른 흑심을 지녀서가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의 비리를 알려주는 것 아니냐며 그 남자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답답함을 금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 부인이 가지고 온 남편의 외도 대상인 여자에 대한 정보를 뒤로하고, 회사에서 상사의 비리를 캐어 상사의 부인에게 알려주는 그 남자를 멀리하라고 하였다. 자칫하다가는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는 것을 넘어 회사가 쓰러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래도 그 부인은 설마 하며 미심쩍어하는데, 다행히 딸은 얼른 알아듣고 “아, 맞아!” 하며 도리어 나의 말을 거들어 어머니를 일깨우고자 하였다.
어쨌든 나와의 상담을 마친 후, 그 부인은 그나마 알아들은 게 있는지 그 직원이 연락을 해와도 반색하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가 수집한 정보에 대해 이 부인이 전처럼 그리 달가워하지 않자, 당황한 그는 자기와 나이가 같은 이 부인을 노골적으로 유혹하더라고 했다. 그제야 섬뜩해진 부인은 그를 만나 정보를 공유했던 자신의 행동거지를 후회하며 자기를 일깨워준 점에 관해 고맙다고 다음 상담 회기에 와서 내게 말했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그 남자가 미심쩍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본인만 그와 선을 그을 게 아니라, 남편이 그런 남자를 곁에 두지 않도록 뭔가 모색하련만 그녀는 숨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에 답답해진 나는 그녀에게 그 직원이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라고 했다. 그래야 남편이나 회사가 건재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려면 그동안 남편에 대한 염탐을 위해 자기가 그 남자를 여러 차례 만났었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데, 그러면 남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며 겁냈다. 이러한 부인에게 나는 남편의 화가 문제 되는 게 아니라 남편이나 회사를 안전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상사의 비리를 캐는 자체가 배반 행위인데, 남편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그 남자를 신임하고 있다고. 이러한 사실이 얼마나 위험천만하냐며 그녀가 용기를 내어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게 될 수도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설마 그렇게까지 될 리가 있느냐며 방심하는 듯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회사가 위태로워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냐고, 아니면 남편의 화가 더 무섭기 때문이냐고 다시금 물었다. 이러자 그녀는 그 남자가 의리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는데, 남편이 워낙 강직한 사람이라 부인인 자기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다며 겁냈다.
이렇게 겁내는 부인을 바라보며 그 남편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자기의 뒤를 밟는 아내에게 화를 많이 내겠지만, 외도라는 실책을 저지른 사람이 그렇게 크게 화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하여 한두 번 더 용기를 내라고 구슬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그 부인을 바라보며 ‘저것이 저 부인이 지닌 여건, 즉 그릇이구나.’ 하고 여기며 뒤로 물러섰다. 이 세상의 모든 것, 특히 각자의 수준은 다양한데 그것을 그냥 바라봐주지 않고 내 욕심껏 하려고 하는 것도 욕심으로 자칫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자기의 비좁음을 밀어붙이지 않았던 때문인지 남편의 외도가 좀처럼 종식되지 않아 속상할 때마다 그녀는 나를 찾아와 푸념을 늘어놓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녀가 좀 더 다부지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나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느라 나는 애를 써야 했다. 이런 면에서 그녀는 역설적으로 내 욕심을 제어하도록 하는 나의 스승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사람이었다.
첫댓글 장성숙 선생님!
안녕하새요?
남편의 비리를 옆의 작원으로부터
한번들었으면
되지 여러번 만나서
듣는다 는 것에
의아합니다.
좋은 방법이 아닌것
같습니다.
가정퍼탄의 원인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듣는 것도 참 거북한 일이지요.
참 난감한 일이긴 합니다. ㅠ ㅠ
세상사 이런일 저런일 상담사례
정말 많아요..
좋은 상담사례와 치유과정 오늘도 감사합니다.
불륜 소름끼치네요...
가정 파괴범죄...
사탄마귀 불륜의 영.
절대 절대 NO NO...
그런데 사람은 욕망의 존재이기 때문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유혹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