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 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 정부, 예산 증액 검토
출시 첫날, 뱅킹앱 접속지연 속출
가입희망자 200만명 넘는데… 책정된 예산은 최소 38만명분
선착순 조기마감 가능성 불안 키워… “설익은 제도 성급한 시행” 비판도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에 ‘청년희망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2.21/뉴스1 © News1
최고 ‘연 10%대’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첫날부터 신청자가 폭주하며 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의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평소 중장년층이 많던 은행 지점 창구에는 이례적으로 청년층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가입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정부는 뒤늦게 예산 증액 등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11곳이 청년희망적금을 내놓은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KB국민 NH농협 등 일부 은행 모바일뱅킹 앱에서 접속이 1, 2시간가량 지연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높고 고객 수도 많아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은행들이 최고 연 6%의 금리를 제공한다. 만기까지 유지하면 정부 예산으로 비과세 혜택과 함께 최대 36만 원의 저축장려금을 얹어준다. 최고 연 10.49%의 금리를 받는 효과가 있다. 청년(19∼34세)이 2021년 기준 총급여가 3600만 원 이하여야 가입할 수 있다. 납입한도는 매달 50만 원, 만기는 2년이다.
혜택이 쏠쏠해 가입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당국은 출생연도에 따른 가입 신청 5부제를 실시했다. 이날은 1991, 1996, 2001년생만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열을 피하기 어려웠다. ‘선착순 조기 마감’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가입 열풍은 더 세졌다. 올해 청년희망적금 사업 예산은 456억 원으로, 가입자들이 모두 월 납입한도액(50만 원)을 꽉 채울 경우 가입 가능한 인원은 38만 명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려고 ‘미리보기’를 신청한 인원은 200만 명(중복 포함)에 달했다.
청년들은 신청을 해도 탈락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5부제에 따라 후순위 신청자인 1990, 1995, 2000년생 등은 조기 마감으로 가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1993년생으로 23일 신청할 수 있는 김모 씨(29)는 “가입이 거절되거나 한도가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신청자들도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입 첫날인 21일엔 5부제에 따른 출생연도 요건만 갖추면 일단 제한하지 않고 앱으로 오후 6시까지, 창구에선 오후 3시 반까지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아진 신청자 중 가입자를 어떻게 추릴지에 대한 당국의 지침은 없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미리보기 운영 결과 당초보다 가입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획재정부와 운영 방향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이 우세하다. ‘예산한도 소진’을 이유로 다른 요일 신청자들을 거부하면 거센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년 표심을 잡으려 준비가 덜 된 설익은 제도를 성급히 시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 ‘미리보기’ 서비스로 수요를 추산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수요를 너무 적게 잡았고, 결국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