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전 국회의장 '나는 영원한 의회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회고록 펴내
‘이 사람들이 파국을 원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6일 자신의 회고록 ‘나는 영원한 의회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를 냈다.
박
전 의장은 이 책에서 2004년 3월 탄핵안 가결 이틀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회담을 청와대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새벽이든 밤이든 대통령을 모시고 나오면 내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야3당 대표를 끌고 나가겠다’고 했지만 김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이 너무 지쳐있어서 만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순간 ‘이 사람들이 파국을 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고 썼다.
박 전 의장은 탄핵안이 가결되던 날 아침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근태 의원이 의장실에 찾아온 일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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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의장실 밖이 시끄러워졌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나를 만나기 위해 의장실로 들어오려다가 야당 의원들과 욱신각신하는
소리였다.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나는 '김대표를 들여보내라'고 했지만 야당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김근태 대표가 돌아가
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비서에게 '김근태 대표에게 내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밖에서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라'고 지시했다.
비서는 김 대표를 만나 내 뜻을 전했다고 보고했다.
나
는 '혹시라도 김 대표가 파국을 막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김근태 원내대표의 전화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김 원내대표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뒤늦게 나는 그가 나를 만나러 왔던 것도 하나의 '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박 전 의장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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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용 전 국회의장(왼쪽).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재판을 앞두고 청와대 관저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총리의 갈등 청
와대 비서실장 시절이던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총리의 갈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혔다. 박 전 의장은 “김 대통령은
이 총리가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가져오자 냉소적으로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화 난
상태에서 총리를 불렀고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대통령은 나를 불러 ‘총리가 사표 내기로 했으니 접수하라. 총리가 먼저
사표를 낸 걸로 해주기로 했으니 그렇게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금융실명제 비화 금
융실명제 실시 당시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이를 사전에 몰랐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당신 뿐’이라며 ‘절대로 누구에게든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경제수석이 모르면 안된다’고
말씀드렸지만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했다. 하나회 숙청 스토리 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할 때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는 “전격 해임된 김진영 육군참모총장은 나와 부산중학교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다”며 “얼마 후 김진영 장군과 식사를 하는데 김 장군이 ‘해임되기 일주일 전에 대통령을 뵈었을 때도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도대체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야, 너는 천상 어쩔 수 없는 군인이구나.
네가 정치인의 속을 어떻게 알겠냐?’고 답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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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1주기 추도식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아들 현철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현철 소장에 대한 조치 필요하다”는 얘기듣고는 묵묵부답 김
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박 전 의장은 “어느 공기업에 자리가 비어 경제수석에게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수석이 올린 인사에는 한 사람만 올라있었다”고 했다. 그는 경제수석에게 왜 단수로 후보자를 올렸냐고
했더니 “김현철 소장과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하길래 화가나서 서류를 집어던졌다고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 “지금 전국에서 김 소장을 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각하의 통치에 누가 될까 걱정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대통령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고 썼다. 1980
년 ‘서울의 봄’ 당시 이야기도 있다. 박 전 의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에 다니는 친구가 전두환 장군이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라며 정확한 날짜까지 알려줬다”고 했다. 이를 보고하자 당시 김영삼 총재는 “그놈들이 한때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했으나 며칠 후 “그 얘기 어디서 들었냐. 그 정보가 맞는 것 같다. 나쁜 놈들…”이라고 말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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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6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퇴임 인사차 당 대표실을 찾아온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만나고 있다.
1960년 박정희 장군이 내 딸이라며 내게 소개했던 소녀, 그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 박
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960년 4·19 직후 학생 대표로 박정희 당시 부산지구 계엄사령관을 처음 만났는데 박 장군은
‘우리 집에 놀러와’라고 말했다. 어느 날 부산 온천장 뒷 길에서 박 장군을 만났는데 그가 옆에 서있던 소녀를 가리키며 ‘이
아이가 내 딸일세’라고 했고, 그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 박 전 의장은 “몇 년 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에서 만나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왜 그 얘기를 여태까지 하지 않았냐’며 반가워했다”고 썼다. 박
전 의장은 “1989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와 허담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만남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북한
전금진(전금철)을 만났다”며 “당시 전금진이 ‘휴전선 철조망만 걷어치우면 통일이 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식으로
통일이 오면 조선반도에는 공민전쟁(내전)이 일어난다’고 말했다”며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전금진이 현실을 좀더
냉정하게 본 것이 아닐까”라고 썼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