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를 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권력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그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그러나 대항하는 자는 대항할 힘이 마땅치 않습니다. 오로지 무기는 그의 확인된 비리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 비리를 드러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확인된 비리’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증언해줄 사람이나 아니면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서입니다. 문서라면 지나간 일들을 추적해야 합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누가 보존하고 있는지 찾아야 합니다. 물론 증인이라면 그 사람을 찾아내야 하고 다음으로는 증인으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지 확답을 받아야 합니다. 그 과정 중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방송보도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이기에 그만한 책임이 따릅니다. 때문에 사실에 입각해야 하고 진실되어야 합니다. 이미 말했지만 진실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현장보도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 쉽습니다. 현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중취재 같은 경우 시간을 가지고 밝혀내야 합니다. 증거물을 찾아내야 하고 증언해줄 사람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두가 과연 진실한지도 검증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오래 전의 사건이라면 관련 문건이나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부터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시간을 따라 거꾸로 좇아가야 합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 후보의 과거 비리입니다. 병역문제에 대한 일이기에 우리처럼 미국에서도 다소 예민한 문제인 듯합니다. 한창 베트남 참전으로 시끄러웠던 때입니다. 젊은 ‘부시’가 베트남 참전을 회피하려고 지역방위군에 보직을 얻게된 과정이 비합법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훈련받은 적도 없는데 훈련 통과가 되었다고 기록되었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시 그 집안이 지역 권세가였지요.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불법입니다. 그런 불법행위를 행했던 사람이 국가 원수가 된다는 것이 합당하냐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입니다. 보도가 나가면 후보자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선거캠프에서 가만있지 않습니다. 당연하지요.
CBS 뉴스 프로그램 ‘60분’의 베테랑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는 재선을 노리는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시절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증거들을 찾으며 방송합니다. 증거물을 찾으려 합당한 사람을 찾아 만나고 인터뷰를 하며 모아서 방송을 합니다. 그러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증거문서가 조작되었다는 것이지요. 함께 하는 팀원들 모두가 긴장합니다. 다시 반박할 증거들을 찾습니다. 문제는 증거물을 건네준 사람의 변심입니다. 본인 자신이 증거물 자체에 의문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셈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함께 해준 간판 앵커인 ‘댄 래더’까지 위기에 처합니다.
사실 이 방송이 비리 고발이라기보다는 의혹 제기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의혹 제기라도 어느 정도 사실 확인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그 작업을 나름 치밀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틀어집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입니다. 왜?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혹 그들에게서 위협을 받았을까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아니면 미끼를 던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마음이 바뀌었는지 따질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방송곡은 대외적으로 신뢰에 타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관련자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해고를 당합니다. 메리도 책임을 지고 자랑스럽게 일하던 곳에서 해고당합니다.
마음에 남는 대화가 있습니다. 기자는 다니며 취재합니다. 그 취재하는 자리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질문입니다. 시청자가 알고 싶은 말을 듣도록 해주어야 제대로 된 취재일 것입니다. 그 말을 듣기 위해서는 질문이 적절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합당한 대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예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기도 합니다. 우리가 근년에 당한 일이기도 합니다. ‘질문을 멈추는 순간 미국이 패배하는 것이다.’ 곧 민주주의가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비단 미국뿐이겠습니까? 민주주의를 실현코자 하는 나라와 사회가 똑같을 것입니다. 질문을 멈춘다는 것은 대항을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냥 다라오라는 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을 추적하고 진실을 규명하려는데 그것을 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권력자의 비리를 들춰내려 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좋아하고 상투적으로 잘 사용하는 도구도 있습니다. 바로 ‘법’입니다. 법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지요. 잘 아는 대로 그리고 우리가 여태 당한 경험에 의하면 법은 정의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편에 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들은 법을 일반백성보다 더 잘 압니다. 때문에 이용할 줄도 피할 줄도 잘 압니다. 누가 이기겠습니까? 질 듯하면 사실관게 해명보다는 진행과정에 있는 문제들을 들춰내서 따집니다. 핵심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일입니다. 영화 ‘트루스’(Truth)를 보았습니다. 2016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