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년 9 월 15 일 목요일
즐거운 추석 명절이 지나고
시원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계절에
한여름보다 더한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려댄다.
사랑의 시를 쓰려다 말고
열받는다는 얘기이다 ~
그렇다면 쓸데없이 열받지 말고
화창한 햇살에 이것저것 말려나 보자.
지리한 장마에 저장해둔 양파를 꺼내어
눅눅한 양파를 골라내고 햇볕에 한번 말려내어
저장성을 높여보자.
무슨일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
요즘 부쩍 풀밭을 싸돌아다니는 철비녀석
풀진드기를 잡아주고 있다.
날마다 애쓰고 잡아줘도
날마다 새로 뮫혀오는데
날마다 다시 잡아주면서
날마다 서로 행복해한다.
추석명절 연휴에 푹 쉬기로 했던 풀천지 가족이
실상은 고스톱 한번 쳐보지 못하고
일속의 일놀이를 하면서
후다닥 지나가버린 것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화투와 카드 그리고 받침 천이
곰팡이 슬 정도가 되어
햇볕에 말리고 있는 것이다.
원없이 한번 쳐보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덜 서운했을텐데 ~
철비녀석도 부지런한 풀천지 가족 옆에서
무언가 제 일을 하고싶은 모양이다.
말썽이나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
조금이라도 눅눅한 양파를 고르는 일은
꼼꼼한 풀천지와
더욱 꼼꼼한 재홍이의 몫이다.
농사일을 잘 하려면
빨리 해야되는 일과
꼼꼼하게 해야 되는 일을
잘 맞추어 할수 있어야 되는데
두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기가 힘이 드니
꾀 많은 풀천지 가족들은
각자의 특성대로 맞춤작업을 하는 것이다.
30 여년 가까이 정나누며 살아온 부부의 뒷 모습은
오래된 나무와 같다.
지난 세월 동안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수 있었음은
서로의 행복이었다.
풀향기 아내는 백만불짜리 빛나는 미소만큼이나
풀천지 세 남정네들의 마음을 신선하게 일깨우는
특유의 탄성이 있다.
사진에는 멈추어져 있지만
도란도란 정답게 속닥거리고 싶어
다른 일이라도 늘 바로 옆에서 하고싶어한다.
팝콘 옥수수를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팝콘 옥수수는 영화볼떄나 데이트 할때 사먹는걸로만 알고 있는데
이렇게 노오란 팝콘 옥수수를 심어
노오란 알맹이를 까서 말려 두었다가
손님이 올때나 먹고 싶을때 아무때나
후라이팬에 잠깐만 뚜껑덮고 올려놓으면
금방 맛난 팝콘을 즐길수 있게 된다.
찰진맛을 더하는 토종 찰옥수수와
수확량이 훨씬 좋은 개량종 옥수수를 번갈아 심었더니
여름내내 옥수수 먹는 재미로 살수 있었다.
마지막 여문 옥수수들은
이렇게 알맹이를 까서 말려놓으면
밥 지을때 밥에 넣어 옥수수밥도 해먹을수 있고
각종 요리등에 쓰일수도 있고
옥수수가루도 만들어 옥수수빵도 만들어먹을수 있게 된다.
제대로 풍족하게 살고싶으면
제대로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면 되는 것이다.
부지런한 개미처럼
부지런히 밤도 따다 놓았다.
몸에 해로운 약물처리를 하지 않고
겨우내 밤을 저장할수 있는 방법 중에서
땅속에 묻어두는 방법을 몇년째 해보았는데
썩 신통하지 않았다.
일일이 껍질을 벗겨 바로 냉동시켜 놓으면
아무때고 먹기는 편리하지만
빨리 되지 않는 일이라
그동안에 벌레가 먹어버려
그또한 신통한 방법이 되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밤들은
일년내내 썩지도 않고 벌레도 먹지 않으니
그것이 가장 신통한 일이기만 하다.
돈벌이가 앞을서면
건강을 지키는 일은
가장 어리석은 일일 뿐일 것이다.
오곡이 풍성한 가을이 오면
소박한 곳간이 넘쳐나기 마련이다.
거목이 된 한그루 호두나무에서
해마다 먹고 남을 양의 호두가 넉넉하게 열린다.
풀천지 가족이 건강한 이유중의 하나가
우리몸에 가장 좋은 견과류인
호두 잣 땅콩등을 된장에 듬뿍넣어 각종 맛깔스런 소스를 만들어
신선한 제철 야채를 마음껏 즐기기 때문이다.
요즘엔 전국의 소나무가 병이 들어
독한 약들을 투입하는 바람에
솔잎도 안심하고 따서
송편도 마음대로 만들어먹지 못하는 곳이 많다.
풀천지가 있는 청정한 산골처럼
더이상 병들어가는 우리의 산하를
우리 스스로가 지켜내지 않으면
자꾸만 병들어가는 소나무의 운명을 따라
우리들도 병들어가는 운명을 맞이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의 터전을 파괴하는
가장 어리석은 생명종이 하나 있는데
하나님과 부처님이 가장 이뻐한다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연 날마다
회개하고 속죄하며 몸부림칠만 한것 같다.
해마다 일거리가 늘어나는데
작년 겨울에 미뤄두었던 탁자 만드는 일을
올 겨울엔 과연 몇개나 만들수 있을것인가 ?
집 짓는일도 더이상 미룰수만은 없는 일인데 ~
내일은 빨갛게 익은 고추를 즐거이 따야한다.
서리가 오기전까지 부지런히 최대한 수확하여
주문받은 물량을 모두 맞출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
투명건조장에선 먼저 말린 고추들이 차례로 익어가고
저번에 까서 말린 옥수수들도 거의 말라가고
네번째 딴 녹두도 또 말라간다.
꼭지가 노오란 최고의 태양초 고추이다.
풀천지의 모든 농산물들은
세상에서 가장 최고임을 스스로 자부할수 있다.
어느것 한가지라도
돈벌이만을 위하여 과다하게 많이 하면
결코 제대로 할수 없는것을 잘알기에
우리가 할수 있는만큼만 건강하게 농사지어
최선을 다해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가장 깨끗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푹 쉬고 싶은 추석 명절 연휴 기간이라도
배추벌레는 반드시 잡아주어야 한다.
물론 때를 놓칠수 없는 다른 일놀이들이
끝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
일찍 심고 늦게 심어 크고 작은 들깻잎들도
일제히 송아리를 신나게 맺기 시작한다.
자연과 인간의 가장 다른점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연은 때를 놓치지 않지만
헛된 욕심을 위하여 인간은 함부로 때를 놓친다는 점이다.
그래 결국 어리석은 인간들은
행복의 결실을 결코 맺지 못하고
후회의 낙엽만 쌓여가게 마련이다.
땅속에 묻어놓은 쪽파도 때가 되니
싱싱한 싹을 힘차게 내밀고 있다.
약을 안치면 안된다는데
약을 안쳐도 잘만 된다는걸
지난 10 년동안 신나게 보아왔다.
적게 키워 천천히 가면 되는데
최대한 크게 키워
어떻게든 빨리 가려 하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돈은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빨리 벌수 있겠지만
가장 소중한
건강과 행복을 잃는 댓가를
치루게 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때를 맞추어 시작된 산기슭 나무공사로
땔감이 자꾸 쌓여만 간다.
귀농 초기에는 일부러 땔감을 마련하는 일이 큰일이었는데
이젠 때를 맞춘 일들과 맞물리어
자연스럽게 땔감이 넉넉히 장만되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묵묵한 세월을 부지런하게 헤쳐온
풀천지 가족의 보람이고
풀천지 형제의 대견함이다.
자그마한 씨앗에서 불면 날아갈것 같은 싹이 나오더니
어느덧 떄가되니 흐드러지게 꽃이 피어난다.
우리네 인생도 이렇듯
때가 되면 태어나고
때가 되면 피어나고
때가 되면 맺어지고
때가 되면 낳게되고
때가 되면 죽게 될 것이니
때가 되기 전에 미리 서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지 우리 모두가
때가 되면 행복할수 있을 것이다.
땅콩도 고구마도 캘때가 되어간다.
우린 별로 한게 없는데
우린 자꾸만 풍족해진다.
농부의 들녘이 아직은 푸르름으로 가득차 있다.
낙엽의 계절이 오기전에
아직은 푸르름을 즐기어 보자.
틈나는대로 산기슭 나무일을 하여야 한다.
옛날 농부님들엔 못미치지만
묵묵한 재현이의 엉성한 지게질도 어느덧 자리를 잡아간다.
한꺼번에 무겁게 많이 할 필요가 없다.
꼭 그렇게 해야만 될때가 오면 그때 가서
그렇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귀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불과 올해 초 봄까지만 해도
땔감 걱정을 했던것 같은데 ~
아름다운 풀천지 선녀탕은 변함이 없고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계절의 길목에서
꽃들이 만발한 푸르른 풀천지의 하루가
또 즐거운 한날의 때를 즐거이 넘어간다.
오랫동안 풀천지 일기를 기다리는 분들을 위하여
풀천지는 또다시 꼬박 밤을 새우고 말았다.
제때에 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에 해로운줄 뻔히 알면서도 ~
첫댓글 형님 추석은 잘지내셨는지요?
미리 인사도 못드리고 죄송합니다
전 연휴내내 미장을 했어요 둘째형님이3일
새째 형님이 삼일 그렇게해서 어느정도 내부 2차미장은 했습니다
그래도 풀천지 형님의 가을시즌이 제일 부럽습니다
보람찬 일들로 추석 연휴를
즐거이 보낸 형제의 우정에 박수를 ~ 짝 짝 짝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랜만이군요 ~
푸르른 마음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남들이 들으면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얘기를 하게 될것입니다.
화투와 카드를 말리는 집은 아마도 풀천지밖에 없을것 같다는....^^
그렇게 인정해주시는 분도 고요님 밖에 없을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