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간판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서 김어준씨가 갑자기 교체된 데 대한 청취자가 올린 사연입니다. 마이너 방송이고 아직 의혹 중이지만..... 그래도 소신있다고 믿어온 방송에서...조금 아쉬워서 올립니다.
평생 안 하던 짓을 해봤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분한테 직접 전화를 해볼 줄이야. 저도 월요일 무슨 일인가 싶어서 처음으로 이 게시판 왔다가 다들 저처럼 궁금해하길래 CBS가 답 해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더군요. 하도 답답해서 딴지일보 번호를 찾아서 회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제 나이가 얼만데 참. 하여튼 김어준씨와 통화했어요. 직원이 바꿔주더군요. 하도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관둔 이유를 물었더니. 허허 웃더니 그냥 서로 안 맞아서. 라고 아주 짧게 답하더군요. 저보고 기자냐고 묻길래 제가 기자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란 자각이 퍼뜩 들어서 저혼자 얼굴 붉어졌습니다만 그냥 팬이라고 하고 다시 뵙길 원한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대화는 그게 끝이었지만 여하간 통화도 해보고 그동안 여기 게시판 글을 다 읽어보면서 여기저기 방송국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물어도 보고 마침 한다리 건너 아는 CBS에 아는 사람 있어 물어도 보고 해서 여러 정황을 종합한 결과 사건은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처럼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정리해봅니다.
먼저 교체 이유 중 가장 강력한 설이 윗선에서 싫어했다, 설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기한 건데 제가 보기에도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편때가 아니다. 보통 개편이 아닌 때의 교체는 물의를 일으키거나 너무 못하거나 원래 땜빵이었거나 뭐 그런 경우 아니겠습니까. 김어준씨가 위 경우가 아닌 건 분명하고.
*CBS 다른 진행자 누구도 교체되지 않았다. 이건 제가 혹시 해서 찾아본 건데, CBS는 개편 아니어도 자주 바꾸는 데 이번에 대폭 바꾼건가.. 그런데 다른 사람은 교체 없어요. 그렇다면 김어준씨만 교체된 건데, 김어준씨가 CBS에서 가장 못하는 진행자였나요. 멍청한 질문이죠.
*중간교체는 무리수다. 중간교체는 이번엔 이 진행자와 하겠습니다 하는 방송국의 청취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니까 이건 실무진이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겠죠. 그보다 더 큰 권한이 있는 사람 결정이겠죠 당연히.
*CBS 대응이 없다. 진행자가 방송사고를 냈거나 큰 잘못이 있으면 이미 사람들이 알았을 것이고 방송국도 거기에 대해서 공식적인 대응이 있었겠죠. 여러 분들이 지적했는데 사고 없었어요. 대응이 없는 건 대응할만큼 떳떳하게 밝힐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피디수첩에 대한 공격적 멘트를 말하는 분들도 있던데 지금 그때 김어준씨가 말했던 것과 비슷하게 양상이 흘러가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뭐 그 정도 발언 하나 가지고 그랬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하는 것이 방송국쪽 사람들 진단이었습니다.
*김어준씨도 말이 없다. 김어준씨 스스로 관뒀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던데 만약 스스로 관둔 것이라 하더라도 결국 방송국과 불화로 그랬을 거란 추측이 맞는 거 같습니다. 자기도 서로 안맞아서 라고 짧게 말했고. 그런게 아니라면 김어준씨 스스로 그 이유를 밝혔겠죠. 아래 어떤 분이 말씀 하신 것처럼 "내가 이런 이유로 잘리게 됐습니다. " 이럴 수는 없었을테니까요.
두번째로 그럼 윗선은 왜 싫어했을까. 이건 여기 게시판에서 여러 분들이 김어준씨를 좋아했던 공통점을 뒤집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게시판에서 대부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김어준씨 장점은
*격식없고 편한 데도 지적이다. *정치적편향 없고 묘하게 균형감각 있다. *어떤 주제든 소화하고 어려운 걸 재밌게 만든다. *게스트 누구와도 웬지 친구가 된다. *김어준은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들 장점이 각 잡고 얼굴 굳히고 목소리 힘주고 기계적으로 균형잡고 아는 척 하는 과거의 시사진행에 익숙한 눈으로 보자면,
*품위없다. *어수선하다. *편파적이다. *무식하다.
이렇게 비춰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윗선에서 방송국 품위 떨어진다고 시사자키면 CBS 간판프로인데 이렇게 품위없는 진행자가 되겠느냐. 뭐 이런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생각해보면 김어준씨는 그런 오해를 사기 좋죠. 자기가 모르는 건 아는 척 안하고 말투도 그렇고 한쪽이 뭔가 잘못했다 싶으면 어중간하게 양비론 안 하고 한 쪽으로 몰아 붙이기도 하는 데 이런 건 우리나라처럼 모든 걸 정치편향으로 사람을 가르는 사회에선 오해받기 좋죠. 자기들이 편향된 시각이라 그런 줄도 모르고. 그래서 김어준씨는 고학력자들이 좋아하죠. 사유방식이 지적이면서도 자유롭고 발랄하니까.
그럼 그 윗선은 누군가. 윗선, 윗선 해서 굉장히 막연했는데 하도 궁금해서 방송국에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한다리 건너 CBS에 일하는 분에게도 물어보고 했는데 사장이이었을 수도 있고 국장이나 CP급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더군요. 적어도 제작 실무진은 아니었을거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실무자였어도 당연히 김어준씨 쓰겠다고. 그래서 사장이 관두라고 하면 관둬야 하는 거냐 했더니 사장이 개별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직접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되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다는 뜻을 비췄을 수는 있는 데 혹시 그렇다고 해도 국장이나 CP들이 강력히 그냥 가겠다고 하면 그냥 가는 거라고. 아마도 국장이나 간부들도 김어준씨를 불편해하는 그런 게 있었나 보다고. CBS에 계신 분조차 김어준씨 왜 내보내냐고 자기는 이해가 안간다고 그러더군요. 대충 그런 의견들이더군요. 어쨌든 최종적으로 진행자 교체는 국장책임이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제 생각입니다. 지금 진행하시는 신률교수님은 졸지에 게시판이 김어준씨 교체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어 마음이 불편하시겠지만 사람들이 이러는 건 신률 교수님이 못해서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속상해 하지는 마세요. 사람들이 차기 진행자 진행 못한다고 이렇게 몰려 온 것이 전혀 아니거든요. 차기 진행자가 잘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고 원래 사람들이 이 방송을 통해 김어준씨의 진행에 중독되어서 팬덤 형성된 참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교체되니까 화가 나는 겁니다. 라디오 진행자가 교체된 것에 웬 화를 내냐. 글쎄 저도 그건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든데 저도 이러는 건 처음이니까 하여간 김어준씨 매력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런 즐거움을 뺏어버린 CBS가 미운 거구요.
아마 이런 결정을 내린 그 윗선이란 사람들은 지금 게시판 보면서도 인정안 할 겁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잖아요. 자기 잘못 인정하면 밑에서 무시당한다고 전전긍긍하고. 그저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겠죠. 차기 진행자 탓을 하거나 그저 소수가 그러는 거라고 좀 있음 없어진다고 그럴겁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게시판에 자꾸자꾸 몰려드는 지 이유도 모르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걸 알면 이런 바보 같은 결정도 내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자신들이 내린 바보같은 결정을 인정하느니 주변사람들이 사정을 잘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거나 다른 사람 책임이라고 넘겨버리고 싶겠죠. 모를 게 뭐 있습니까. 김어준씨가 2시간 동안 진행하는 건 공중파 타고 사람들에게 낱낱이 공개되어서 그걸 듣고 팬이 된 건데 그들이 모두 바본가요. 오히려 책상 앞에서 자기들이 방송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그 결정권자들이 편향된 소수고 오만한 바보죠.
제가 하도 궁금해서 그동안 알아본 걸 여러분들에게도 알려드리고 저는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렵니다. 다들 저처럼 답답해 하는 것 같아서 난생 처음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써봅니다. 써놓고 보니 저도 놀랍네요. 이렇게 길게 쓰다니. 그래도 나이 먹어 이 짓도 참 기분 묘하고 재밌네요. 아무튼 저는 시사자키 계속 듣긴 할 겁니다. 정범구 박사 때부터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일부러 듣진 않게 되겠네요. 김어준씨 때문에 일부러 챙겨 듣게 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는데. 혹시 제가 알아본 것외에 다른 사연 아는 거 있는 분은 리플 좀 달아주세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고 가렵니다.
CBS 정말 멍청이. |
첫댓글 저도 이 방송을 '교육방송'삼아 매일 들었는데요... 안타깝네요.
어랏 요 근래 못들었더니 진행자 바뀌었나 보네요~ 재밌게 들었는데 저역시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