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
권다품(영철)
남의 칭찬보다 남의 단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그 찾아낸 단점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며, 자신의 예리함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남을 칭찬하면, 사람들이 그 칭찬의 대상을 자기보다 똑똑하게 생각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그사람에게 간다 싶어서 싫어한단다.
자신이 그 사람보다 부족해서 그렇다고 시샘을 하고는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기도 한단다.
심리학에서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을 자신은 알고있음을 과시하기를 좋아한단다.
그래야 자신의 똑똑함을 알아준다고 생각하는 인간형이란다.
다른 사람을 이간질시켜서 자신의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간신형의 인간도 있단다.
살살 웃으면서 사람에게 접근해서는, 어떤 사람을 칭찬하는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어떤 사람이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을 탄로내버리는 간악한 인간형도 있단다.
또, 자기보다 인기가 많거나 관심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교묘하게 편집하고 각색해서 험담하면서 이간질하는 인간형도 있단다.
곁에 두면 해로운 인간이란다.
반드시 피하란다.
몇 년 전 여름에 당구장에서 같이 놀던 동생들 몇몇 사람과 하동으로 놀러를 간 적이 있었다.
계곡이 넓고 물이 맑은데다가, 또, 계곡 물 중간 중간에다가 쇠로 만든 평상을 담가둬서 정말 시원하고 좋았다.
더우면 물에다 몸을 담그는가 하면, 추우면 평상에 올라와서 한숨 잘 수도 있었다.
그 계곡에서 잡은 은어회의 맛은 정말 좋았다.
마침 우리 평상 옆에 여자들만 온 팀이 있었다.
가깝다보니 자연 얘기도 나누게 되고, 음식도 서로 나눠먹고, 결국 술도 같이 마시고, 물놀이도 같이 하다보니, 어느듯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일행처럼 가까워져 버렸다.
평택에서 왔단다.
이 곳이 친구의 친정이라 왔단다.
술이 한 잔 된 김에 저녁에는 강가에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야외무대를 통으로 빌려서 놀았다.
한참 술을 마시며 놀다가 어떤 여자분이 "그런데, 우리 털보 아저씨는 몇 살이세요?" 하고 물어왔다.
나이 많아서 좋을 것도 없겠다 싶어서, 6살이나 낮춰서 말했더니, 그런데도 "우와~, 진짜 젊어 보인다. 여기서 나이 젤 어리지요?" 하고 묻기도 한다.
그때 나보다 두 살 적은 사람이 " 그러마 우리는 늙었다는 얘기네." 하는 하는 말이 나왔다.
그냥 왁자하게 웃고 말았다.
잠시 테이블에 앉아서 술잔을 주고 받고 있을 때, 같이 갔던 한 사람이, 다기 앞에 앉은 여자에게 입에다 손을 대고 "저기 저 수염 긴 저 사람 몇 살로 보입니까?" 하는 말이 들렸다.
"00년생이라던데요?"
"그래 보이지요? 사실은 00생 00 살 나보다 2살이 많은데,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요? 수염 깎아뿌마 더 젊어 보인다 카이.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
나이드는 게 싫어서 일부러 아이를 낮췄더니, 그걸 못 참아주고 일부러 내 나이를 탄로내 버린다.
나는 대수롭지도 않게 "에이, 실컫 나이 낮춰서 작업해놨더니 탄로내뿌마 우짜는교?" 하며 웃었더니, "원장이 그 나이라 캐뿌마 그러마 나는 우짜는교? 완전 영감 돼뿌는데..." 해 버린다.
내가 나이 낮추는 데 왜 자기가 영감이 될까?
그리고, 내가 자기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 "원장님"이 아니고 "원장"이라니....
한두 번 듣는 것도 아니고 여태 7,8년동안 들어와서 '그런 수준이구나' 생각하며 넘겨 버렸다.
그 사람과의 일은 한 번이 아니었다.
나는 혼자 동네 뒷산 산행을 잘 한다.
산 중간쯤 올라가면, 구청에서 마루들을 제법 많이 배치해 둔 곳이 있어서, 준비해간 음식을 먹거나 쉴 수 있어서 그런지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나도 그 마루에서 커피도 마시고,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떨 땐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한 숨 자기도 하는 곳이다.
토요일이라 마루마다 사람들이 박작거리고 벌써 술이 좀 된 사람들도 있다.
나도, 마침 한 곳에 여자분 두 분만 앉아서 소줏병도 내놓고 점심을 먹고 있는 곳이 있길래,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하고 앉아서 준비해간 커피를 마셨다.
옆에 사람을 두고 혼자 마시기가 그래서 "혹시 블랙커피긴 합니다만 드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더, "안 그래도 커피 생각이 났는데 한 잔 주이소. 참, 같이 한 잔 하구로 이리 땡기 앉으이소." 하면서 벌써 내 자리를 마련한다.
피하기가 좀 그래서 같이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여자분 중 한 분이 "선생님은 멋쟁이시네예. 몇 살이라예?" 묻는다.
나이 들어가다보니 본 나이를 밝히기 싫어서 또 6살을 낮췄다.
"엄마야, 언니야, 내캉 동갑이다. 그런데 와 내보다 젊어 보이노. 우리 친구하입시다? 우리 이것도 인연인데, 오늘 술 한 잔 하입시다. 혹시 선생님처럼 멋진 다른 친구분 없어예? 내려가서 한 잔 더 하구로 친구 한 사람 부르지예. 우리가 늘 가는 아지트가 있는데, 오늘 찐하게 한 잔 하입시다. 나도 가게를 하다보이끼네 오늘처럼 시간내기가 안 쉬워예. 언니야, 우리 오늘 한 번 죽자 마. " 했다.
누구를 불러야 할까?
주말이라 대부분 가족과 함께 있거나, 이미 차를 타고 멀리 놀러 간 친구들도 있었다.
솔직히 마음은 내키지 않긴 했지만, 전에 내 나이를 탄로낸 그 사람에게 연락했다.
여자들의 아지터라는 곳으로 가서 돼지 수육 보쌈에 막걸리를 마셨다.
저녁은 장소를 옮겨 서면에서 먹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노래방도 가잔다.
재밌게 놀았다.
그런데, 내가 잠시 화장실을 갖다 오니까, 노래가 멈춰져 있고, 여자들 표정이 이상하다.
같이 간 남자도 언뜻언뜻 내 눈치를 살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사람이 또 내 나이를 말해버린 것이었다.
여자들의 관심이 "수염은 왜 길렀느냐?", "멋지다." 등의 말을 하며 내게 모이다 보니, 그 사람에게 은근히 미안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내 본 나이까지 터뜨릴 건 또 뭔가 싶었다.
물론 큰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마음을 나눌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책에서 본, 다른 사람 때문에 자기가 손해보는 것은 용납이 안 되는 성격의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한 7,8년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말도 많이 들어왔지만 그냥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겠지 하면서 참았다.
이미 옛날부터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사람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기는 했다.
나이가 한참 적은 후배들이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후배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 사람을 정면으로 보고도 인사도 않는다.
그 사람은 술값이나 밥값을 계산할 때가 되면, 전화받는 척 하면서 다른 사람이 계산하기를 기다리는 때가 많더라는 말들이 많았다.
심리학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친구마져도 뒷통수를 치는가 하면 비밀을 다 까발려 버리는가 하면, 심지어 혈육도 필요없는 성격의 인간형이라고 한다.
전에 실재로 "아무리 형제라도 지가 살라카마 할 수 없지 뭐. 안 그라마 지가 손해보는데 우짤끼라." 하는 말도 들었다.
그런 일이 있고도 딱 자르기가 그래서 참았다.
그런데, 갈 수록 심해지고 참아내기가 힘이 들었다.
어느 날, 한 번 기회가 왔길래 그날 정리를 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귀뜸에 의하면, 그 사람은 아직도 내가 자기에게 왜 그러는지를 모른단다.
그런 사람에게 그걸 설명한다고 말을 섞고 싶지도 않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은 열 개중 거의 여덟내지 아홉이 이해가 안가고, 얄팍함이 보이는 사람이다.
지금은 어쩌다 정면으로 마주쳐도 인사도 안할 만큼 내 마음이 확실히 굳고, 이미 편안해져 버렸다.
어이, 너거는 이런 넘 참고 만나나?
나는 안 되더라꼬.
마 이래 살란다.
이기 편한데 뭐....
2024년 3월 7일 아침 8시 3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