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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엠비 친구들은 고향섬을 떠난지 40여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어디가 고향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주갔다가 서울에 돌아오면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편한해집니다. 정들면 고향이라는데, 가까운 피붙이와 정든 사람들은 서울 하늘 아래에 더 많습니다. 고향마을이 서먹서먹해진 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반겨주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관광객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엇도 아닌 異邦人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핵교 때 '영어실력기초'를 모두 읽어 보셨지요? 잊혀지지 않는 영어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제주에 내려가 반갑다고 만나도 무언가 격식을 차려야 할 듯 서먹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나 서울에서 내려간 친구가 표정을 잃었을 때는 그래서 그러려니 하세요.
出鄕人의 마음은 뿌리잃은 부평초이며 하늘에 떠다니는 정처없는 구름과 같습니다. 부모잃은 孤兒의 마음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허전하고 고단할 때는 부질없는 고향꿈을 꾸게됩니다. 우리를 위로해 줄 고향을 꿈속에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가끔은 대낮 서울 하늘 아래에서 고향바다와 중산간의 푸른 바람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제주친구들은 이런 시간낭비는 평생 없었겠지요? 제가 좋아 떠난 타향길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 스스로 위로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못해 젊어 마음고생을 하며 살았던 작곡가 드보르작은 명성을 얻은 후에 미국에 가서 3년을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고향 보헤미아 시골마을에 대한 향수를 모티브로 '신세계교향곡'이라 부르는 교향곡 9번을 작곡했습니다. 저는 2악장 Largo의 멜로디에서 드보르작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 깊이 느낍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멜로디가 들리지요?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렸던 '꿈속에 그리는 고향'은 여기서 음을 따왔습니다. 음악선생님의 풍금에 맞추어 불렀던 노래, 기억들 나시나요?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거웠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클라리넷과 목관악기들... 그리고 2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잉글리쉬 호른이 들려주는 아련한 음색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鄕愁病에서 완전히 해방된 분들이 대부분이시겠지요? 혹여나 그렇지 못한 서울엠비분을 위하여 동병상린의 마음으로 이 음악을 올립니다. 뭔 클래식이냐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카라얀의 지휘솜씨도 구경할 겸 함 들어보시지요!
상단 중앙의 배경음악은 잠시 꺼주세요.
모짜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그리고 쇼팽과 리스트는 어릴 때부터 이름을 날린 천재 음악가들입니다. 그러나 드보르작은 30대 중반을 넘겨서야 겨우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음악가였습니다. 30대 초까지 변변한 작품 하나 무대에 올리지 못한 드보르작은 매우 우울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음악가가 교회에서 반주하고, 레슨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신도 그렇게 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빠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 어떤 상황도 드보르작의 창작욕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작곡가가 언제 무대에 올라갈지 모르는 작품을 하염없이 만들고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허망한 작업이었습니다. 30대 나이에 보헤미아 시골 출신 작곡가였던 그는 많은 작품을 만들고 그리고 또 버리면서 무명의 시간을 버텼습니다. 심지어 오페라 '왕과 숯쟁이'는 당시 극장의 음악감독이었던 스메타나에게 "상연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쓴 모든 작품이 책상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었음에도 드보르작은 계속해서 오선지를 그려나가면서 묵묵히 그 시절을 견뎌냈습니다. 드디어 끊임없는 도전에 감명한 하늘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제출한 작품이 심사위원이었던 브람스의 눈에 들었던 것입니다. 드보르작의 작품에 마음이 끌린 브람스는 자신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업자 짐 로크에게 드보르작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드보르작은 발표하지 못한 작품들을 차례로 꺼내서 손질했고 연달아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
첫댓글 인생살이가 다 그런 것이니 쓸쓸해 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네. 이 세상에 사는 것 자체가 잠시 사는 이민자의 삶이라고 하지 않는 감. 이 노래는 음도 그렇지만 가사를 참 잘 번안한 듯 혀. 2절에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라는 구절이 나오지만 영혼의 안식처는 이 세상에는 없겠지. 서울이나 제주나 미국이나 잠시 살다 가는 곳일 뿐. 베푸는 것이 말년에 고약한 팔자나 운명을 바꾸는 길이라 하더이다.
그런가?... ㅎㅎ 태평양을 건너 사니 마음까지 넉넉해진 것 같구나! 정말 이 세상에는 영혼의 안식처는 없는걸까? 이제 철이 들어보니... 재물 가진 것 없다고 인색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어리석음이라 생각이 드네. 돌아보면 베풀 것이 너무도 많은 노년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