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치다 - 김정한
늘 떠나고 싶었습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자그만한 도시로....
언제나 내 곁에 머무는 시린 바람이 싫었고
언제나 눈물을 안고 살아가는 낙타처럼
내 얼굴 감싸도는 얼음같은 눈물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없는 그 어디엔가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떠나고자 하는 바람은
영원한 덫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기는 하지만 늘,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고 기웃거리다가
또다시
출발역으로 되돌아오고 마는 순환선 같은 것이
나의 인생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언제인가
내가 안주하는 나만의 종착역이 있겠지요
그리고 지금
겨울 같은 저 쓸쓸한 풍경들도
비가 오면 또 햇살이 비치듯이
인생이 늘 춥거나 쓸쓸하진 않겠지요
그 언제인가는
따스한 햇살 아래서 환히 웃을 날도 있겠지요
그 언제인가는
나도 햇빛 잘드는 테라스에 앉아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때는 왜 그렇게 아파 했을까
그때는 왜 그렇게 외로운 낙타처럼 눈물을 안고 살았을까 하며
웃으며 지나간 추억을 회상할 날도 있겠지요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中에서
첫댓글 삶이란 늘상~ 외로운것입니다.
왜 그렇게 외로운 낙타처럼 눈물을 안고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