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더 급한 법인 줄 정말 모른단 말인가
노병철
아침 출근 시간만 되면 주차장은 난리다. 겹주차 때문이다. 힘깨나 쓴다는 나 자신도 주차된 중형차를 밀려면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아침 출근길에 그런 차가 앞을 막고 있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머리에 뚜껑이 저절로 열린다. 가끔 정신이 나간 이는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걸어 꼼짝도 하지 않게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어 차를 빼려고 힘쓴 이의 기운까지 빼게 만든다. 이보다 더 환장하는 경우는 차 앞면에 전화번호가 없거나 전화를 받지 않을 때이다. 차를 때려 부수고 싶기까지 하다.
아파트 한 가구당 차가 평균 2대가 되니 주차장은 항상 미어터진다. 항간 뉴스를 보다보면 주차장에 이상하게 주차해 놓고 사라진 기사를 본다. 난 그 사람 심정을 이해한다. 얼마나 화딱지가 났으면 그랬을까. 주차할 곳은 없는 데 아파트 미관을 해친다고 그나마 있는 공터에 말뚝을 박아 차량 주차를 못하게 만들어 놓는다. 더 열 받는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 대표라는 사람들의 자신들만의 편의적 사고 때문이다. 한 대라도 더 주차할 수 있도록 차량이 주차하기 원활하게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대충 관리하게 편한 쪽으로 움직인다. 뭐라고 대안을 제시하면 바로 완장 심리가 나오고 ‘논의를 해야 한다’, ‘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등 쌍팔년도 철밥통 공무원 같은 이야기만 쏟아 놓는다. 지금 공무원들이 그렇게 일하다간 비로 민원 들어와 된통 당한다.
요즘 정부나 사회의 화두는 규제개혁이다. 규제야말로 발전을 방해하는 제 일의 요소임에도 나이 많고 할 일 없는 아파트 주민 회장이란 분은 목에 힘주는 일만 시행하려 한다. 젊었을 때 뭐 하면서 밥 벌어 먹었는지 짐작도 어렵지만, 그 조직이 당했을 일을 생각하면 참 답답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조건적인 규제타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식선에서 일을 하되 주민 편의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겹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선 어디 빈자리 한곳이라도 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아파트 미관 같은 것은 좀 더 미뤄 보완 차원으로 하면 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나이 많은 경비 아저씨들만 애꿎게 욕을 먹는다.
이번에 준공검사를 받은 새 아파트에 입주한 딸네는 벌써부터 주차할 곳이 없다고 난리다. 새로 생긴 아파트임에도 주차할 공간을 확보하지 않았단 말이 된다. 대충 지어서 팔아먹기 바쁜 판에 주차대수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하긴 얼마 전에 주차장 철근까지 빼먹어 무량판 주차장이 발견되기까지 하지 않았나. 이걸 사람들은 뼈가 없다고 해서 ‘순살 아파트 주차장’이라고까지 비아냥댄다. 더 큰 문제는 법적으로 이렇게 지어도 문제가 없다는 데 있다. 주차장 확보를 구한말 마차 끌고 다니던 시절 차량 숫자에 맞게 해놓았으니 주차할 자리가 있겠는가.
“어떤 개새끼가 차를 이딴 씩으로 댄 거야.”
주택가 골목은 더 한심하다. 마구잡이로 주차하고 자기 집 앞에는 주차를 못하도록 별에 별 물건을 다 갖다 놓는다. 이렇게 해놓으면 소방차 진입은 고사하고 자기네들 차마저 통행이 어렵다. 주차 때문에 아침마다 고성이 오가고 클랙션 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막상 사람이 차 빼러 나오면 아무 소리 못하는데 나오기 전까지는 근처 사람 다 들어랍시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주차대란이 대한민국에 이미 만연하고 있는데 정책은 “나몰라”라다. 일본에선 어느 도시를 가든 도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차고지 증명제 때문이다. 차량을 구입하고 유지하기 위해선 차고지를 갖추거나 거주지 2㎞ 이내의 주차장을 계약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를 살 수 없다. 우린 돈만 있으면 차를 산다. 아니 돈 없어도 할부로 차부터 산다.
우리나라도 한때 차고지 증명제를 검토했으나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거리엔 불법주차 차량이 넘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도 정치인들 밥그릇 싸움이나 열심이지 이런 건 전혀 관심 없다. 이럴 때 규제라는 말이 사용되어야 한다. 전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전제로 한 규칙이다. 개인에겐 비용과 구속이 될 수 있지만 공익을 구현한다는 측면이 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규제를 풀어야 하고 어떤 때는 규제를 해야 한다. 이걸 잘하라고 국회의원들에게 세금으로 월급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는 짓이 영 마음에 안 든다.
“개 식용금지”
개를 먹지 말라는 법이 통과되었단다. 나도 개를 먹지 않는 사람이지만 애완견, 반려견이란 말로 격상된 개의 사회적 지위의 격상이 가져온 많은 병폐는 아직 뒷전이다. 온 거리가 개똥 천지이고 유기견들이 마구 돌아다니는데 개를 살 때 뭔가 증명서 발급을 한다는 말만 들리고 법이 통과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냥 ‘먹지 말라는 법’만 생긴다. 이게 그렇게 급한 법이었나? 집집마다 차량 대수는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뒷짐 지고 방관만 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제발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좀 살펴라. 뭐가 더 급한 법인지 그렇게 대가리가 안 돌아가나?
첫댓글 자동차 주차전쟁~^^
조만간 인구절벽이 올거라하니 그때까지 버텨야지요~^^
공감합니다.
차들은 왜 그리들 큰지. 또한 외제차는
사이드를 풀어 놓는 게 안되니 참 곤란할 때가 있습디더.
잘못 주차시킨 사람들 만큼 얄미운 이들은
엄청시리 큰 차를 미는 여성을 보고도 쌩 지나치는 남성입디더.
선생님 글은 그냥 속이 시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