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연희 前 연길시방송국 조선어라디오방송 <여성시대> 편집작가
“3.8부녀절은 조선족여성에겐
인생의 보너스와 같은 날이죠”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부녀절’이라 해서 여성을 위한 특별한 날로 아주 중요하게 보내는 것을 볼수 있다. 3.8여성의날을 앞두고 본지는 연길시방송국 조선어라디오방송국의 간판 프로인 「여성시대」편집작가로 8년간 활동한 박연희씨를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박연희씨는 2010년 10월경 한국에 들어와 줄곧 한국생활을 하면서도 내국인과 탈북여성, 중국동포여성 등의 모임인 「조각보」에도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9월부터 격주로 발행되는 본지 <동포세계신문>에 박연희와 함께 하는 가정고민상담 이야기를 현재까지 12회에 걸쳐 연재를 하고 있다.
[인터뷰=김용필 본지 편집국장]
1961년생인 박연희씨는 연변일보에 재직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어려서의 꿈은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열망으로 연변대학교 조선어학부를 1989년도에 필업한 그는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고 2002년에 연길시방송국 편집기자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당시 방송국은 35세 이하의 남성만 모집한다고 공고했지만, 사십줄에 닿아있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방송일을 너무 하고싶어서 용기를 내어 방송국 문을 두드렸다.
“안된다”는 방송국 인사부장의 완고한 말에 방송국장을 직접 찾아가 “한 달만 써 달라. 안되면 내 절로 나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보임에 따라 방송국에서 일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늦깍기 방송편집 작가 생활은 그의 황금기와 같은 40대를 보내는 계기가 되었다. 한달 동안 일하는 것보고 결정해달라고 했던 것이 무려 8년 넘게 방송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배경은 당시 새로 시도한 프로그램 「여성시대」의 힘이였다.
한국의 MBC라디오 「여성시대(강석우 양희은 진행)」를 듣고, 바로 이런 프로가 연변 조선족사회에 필요한 프로다 생각하고, 연길시방송국은 이와 같은 프로를 만들기로 하고 그 일을 박연희 작가에게 맡아해보라고 던져준 것이다. 이에 박 작가는 기회다 싶어 “할수 있다. 해보겠다” 선뜻 대답하고 프로를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MBC라디오 「여성시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프로로 1975년 여성살롱으로 첫 방송을 시작하여 여성시대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인기 장수프로이다. 진행자 양희은과 강석우가 호흡을 맞춰 여성들이 보내온 사연을 실감나게 읽어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프로를 듣게 되면 오늘날 살아가는 여성들의 생생한 삶과 고민을 듣게 된다. 이것이 여성청취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연변 조선족사회도 가정해체, 이혼 등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때에 연길시방송국의 「녀성시대」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나운서 림영권, 박설화, 박성국이 진행을 맡았고, MBC라디오 「여성시대」 처럼 두 진행자가 사연을 읽어주고 외부 인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일요일만 재방을 하고 매일 방송을 했다.
40세에 시작한 방송 편집작가 .. 8년동안「녀성시대」제작에 몰두
이에 박연희 편집작가는 거의 매일 취재 기사를 작성해야 했고, 두 사람이 편집을 하다보니 하루 건너 한번 꼴로 출연자를 섭외해야 했다. 8년간 일하면서 연변지역에서 1천명 넘게 출연자를 섭외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웬만한 사람은 박연희 편집작가하면 알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기자도 2005년 경 이 방송에 전화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하여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동포 소식과 한국정부가 당시 실시한 불법체류 동포 귀국지원프로그램 정책에 대해서 소개하였던 기억이 난다.
박연희 작가는 「여성시대」방송활동으로 KBS로부터 두 번의 큰 상을 받았다. <민요의 꿈을 키워가는 조선족처녀> 이야기로 2007년 제13회 세계한국어방송인대회에서 KBS서울프라이즈 라디오방송부분 특별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그가 8년동안 일해온 녀성시대 편집작가 활동을 <삶은 주파수를 타고>라는 제목으로 쓴 수기가 2010년 제12회 KBS한민족방송 북방동포수기공모전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50대 삶은 한국에서 중국동포 전문 가정문제 상담사와 사회복지사 꿈 이룰 것
2010년 10월 6일 재외동포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오게 된 박연희 작가는 50대를 한국에서 새로운 뭔가를 찾고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첫 번째 관심을 가진 것은 심리상담사 공부이다. <서서울생명의전화>에서 2012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실시한 심리상담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동포 여성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회복지사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럴려면 1년 반 정도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한국에 오니 자격증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무슨 일을 하려면 자격증을 취득해야 되더군요, 가정, 성, 여성 관련 문제를 상담해주고 도와주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자격증이 있어야 실제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하였습니다."
오십대줄에 들어선 박연희씨의 도전정신은 40대 초반에 방송국에 들어갈 때처럼 빛나고 있었다.
남과 북의 평화통일을 꿈꾸는 여성단체 조각보 모임에 참여하며
2013년 초부터 「조각보」라는 단체활동도 열심이다.
조각보란 쓰고 남은 천조각을 꿰매어 하나의 완전한 보자기로 만든 것이다. 「조각보」는 남과 북의 평화통일을 꿈꾸며 남과 북의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가는 여성단체이다. 그렇지만 조각보 처럼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하나의 유용한 보자기를 만든다는 의미를 두고 발족된 만큼, 조선족, 고려인 등 다양한 여성들도 참여해 화합과 소통의 평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함께 한다.
조선족 여성으로서 이 모임에 참석한 박연희씨가 조각보 모임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박 작가는 “한국인 여성들을 보니 30년 넘게 봉사하고 멋있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게 되어 배우는 게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탈북여성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대화를 해보니 탈북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조선족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고, 가깝게 느껴졌다. 저도 방송일을 해보았지만 연변의 방송이 북한에 기준을 두고 음식, 문화 등을 많이 소개했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 통하는 게 많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로 성처가 되었던 일들도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동포가 남북통일에 역할자로서 할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3.8 부녀절과 조선족여성에 대해
대화의 주제는 3.8 부녀절로 넘어갔다.“중국동포들에게 3.8부녀절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같은데 왜 그런가?” 기자의 질문에, 박연희 작가는 “3.8절은 조선족여성에겐 인생의 보너스와 같이 느껴지는 날”이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한족 여성이나 조선족 여성이나 다같이 직장생활을 한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면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한다. 한족여성은 집에 들어오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오히려 남성들이 집에 오면 주방에 들어가 요리하고 심지어 빨래까지 해준다. 그러나 조선족 여성은 직장일 끝나고 집에 와도 쉴 틈이 없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 한국남성처럼 조선족 남성도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는 일은 의례 여성이 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 여성은 밖에 나가도 스트레스, 집에 들어와도 스트레스이죠. 그런데 3.8절이 되면 이날 만큼은 조선족 남편이 아내를 위해 아침밥을 해주고, 직장에서도 여성들에게 하루 마음껏 즐기라고 보너스까지 준다. 그래서 이날 만큼은 조선족 여성의 경우 완전 해방이 된 느낌을 받고 하루를 놀고 즐기게 된다.”라고 박연희씨는 말한다.
끝으로 박연희 작가는 "이젠 3.8절이 단지 먹고 즐기는 절기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승화발전하여 나아가고 여성의 역할을 찾고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11호 2014년 2월 27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11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