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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채폭포 보러 가는 길
山中何所有 산속에 무엇이 있느냐고요
嶺上多白雲 산마루에 흰 구름이 많습니다
只可自怡悅 그러나 홀로 즐길 수 있을 뿐
不堪持贈君 황제께 가져다 바치지는 못합니다
―― 도홍경(陶弘景, 456~536), 「황제가 산속에 무엇이 있어 그러고 있는가 묻기에 시로
답함(詔問山中何所有賦待以答)」
▶ 산행일시 : 2019년 8월 10일(토), 맑음, 폭염경보
▶ 산행인원 : 3명(악수, 두루, 오모)
▶ 산행거리 : GPS 도상거리 14.2㎞
▶ 산행시간 : 8시간 4분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가평역에 가서, 미롱터 가는 따복버스 탐
▶ 올 때 : 용수동 버스종점에서 군내버스 타고 가평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25 – 상봉역 출발
07 : 22 – 가평역
08 : 27 ~ 08 : 30 – 미롱터, 산행준비, 산행시작
08 : 50 – 용소폭포, 적목용소(赤木龍沼)
09 : 16 – 무주채폭포(舞酒菜瀑布)
10 : 57 – 1,111.3m봉(땅벌봉)
11 : 28 – 1,091.8m봉
11 : 56 ~ 12 : 22 – 국망봉(國望峯, △1,167.3m), 점심
12 : 54 – 견치봉(犬齒峰, 개이빨봉, 1,117.5m)
14 : 05 – 민둥산(민드기봉, 1,008.5m)
14 : 55 – 876.6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은 강씨봉자연휴양림 가는 길
15 : 27 – 임도
15 : 43 – 계곡
16 : 34 – 용수동 버스종점, 산행종료
1. 산행지도
2. 산행 고도표
▶ 무주채폭포(舞酒菜瀑布)
미룡터인가? 미롱터인가?
미롱터가 맞다. 미롱은 용의 방언인 미리, 미루의 변형으로 ‘용의 터’라는 말이라고 한다. 사
실 ‘터’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 국망봉, 석룡산 등 도마치계곡 좌우로 고산준봉이 늘어서 있
고 계곡이 깊어 여간한 ‘터’가 생성될 여지가 적다. 그렇지만 계곡이 수려해서 이곳에는 용을
딴 명소가 더러 보인다. 용소폭포, 용수목 등이 근처에 있다.
왜 미롱터를 버스종점으로 정했는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어떠하였는지 모
르겠으나 지금은 아무 민가가 없을뿐더러 유원지도 아니고 버스가 산자락 굽이굽이 돌아 오
르다가 돌연히 멈췄다. 여기서 1.2km 정도 더 오른 용소폭포 있는 데가 터 또한 넓은 뿐더러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에 이곳으로 버스종점을 옮기는 게 좋겠다.
가평역사 앞의 버스승강장에서 만차이던 승객들이 대부분 등산객이라 명지산 입구에서 다수
가 내리고, 조무락골 입구에서 떨이하다시피 하고 미롱터 종점까지는 우리 셋과 등산객 한
명이 왔다. 그 사람은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용소폭포를 향하여 올라간다. 도로 왼쪽
바로 아래 도마치계곡은 출입할 수 없도록 철조망을 쳤다.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포말 이는
계류가 유수한 계곡의 그것 못지않게 웅장하다.
계류 물소리부터 시원하게 들리고 온몸으로 상쾌함을 느낀다. 미롱터에서 20분 걸려 용소폭
포다. ‘적목용소(赤木龍沼)’라고도 하는 가평팔경의 제5경이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가 적
목용소를 보는 경점이다. 소로 떨어지는 2단의 폭포가 아담하고 둥그런 소는 계류가 차고 넘
치는데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짙푸르다.
안내도의 설명이다.
“경기도 최북단의 도마치계곡이라 일컫는 곳으로 가평 적목리 방향 시내버스 종점이 용수동
마을에서 3.8교 다리를 지나 무인의 계곡을 한없이 거슬러 오르노라면 노변을 따라 이어진
계곡의 진경에 넋을 잃게 된다. 도내 유일의 청정지역으로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다.”
적목용소에서 왼쪽 산모퉁이로 가서 곧장 엷은 능선을 오르는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무주채폭
포를 보러간다. 지계곡 입구에 이정표가 안내한다. 무주채폭포 0.7km. 너덜 돌계단을 오른
다. 무주채폭포 보러 가는 길이 화려하다. 무명의 층층 중소대폭이 우당탕탕 소리 내며 쏟아
진다. 걸음걸음이 관폭대다. 그래서다. 가평의 소식지 8월호의 표지사진을 무주채폭포 가는
길의 무명폭으로 했다.
저럴진대 걸핏하면 건폭이기 쉬운 무주채폭포가 혹시 우리 가는 도중에 그 유량이 줄어들지
나 않을까 조바심이 나고 자연 걸음이 빨라진다. 계곡물이 불은 걸 보니 이 산중에 지난밤 큰
비가 내렸나 보다.
一夜山中雨 지난밤 산속에 비 내리고
林端風怒號 수풀 끄트머리에서는 바람이 노호했지
不知溪水長 계곡물이 불어난 줄은 알지 못하겠으나
只覺釣船高 낚시 배가 높아진 줄은 알겠구나
고려 때 설손(偰遜, ? ~ 1360)의 「산속에 비 내리고(山中雨)」라는 시다. 이 시는 청나라
심덕잠(沈德潛, 1673~1769)이 ‘純乎天籟’(순호천뢰, 순수하여 자연의 소리와 같다)라 하는
등 세인들의 칭송을 받아왔으나 나로서는 여간 못마땅하지 않다. 지난밤 산속에 바람 불고
비가 내렸다며 계곡물이 불어난 줄을 모르겠다니.
무주채폭포. 널따란 암벽에 긴 비단 한 폭을 걸어놓은 것 같다. 옛날에 무관들이 수련하던 곳
이라고 한다. 수련이 끝나던 날 나물(菜)을 안주 삼아, 술(酒)을 마시며, 춤을 추고(舞) 놀았
다고 한다. 우리는 폭포를 바라보며 입산주 탁주 마신다. 아쉽기는 하지만 갈 길이 멀어 알탕
은 하지 않는다. 폭포 왼쪽의 가파른 사면으로 등로가 나 있다.
3. 적목용소
4. 적목용소
5-1. 가평 소식지 8월호의 표지사진, 무주채폭포 가는 길
5-2. 무주채폭포 가는 길
6. 무주채폭포 가는 길
7. 무주채폭포
8. 무주채폭포
9. 무주채폭포 위쪽
▶ 국망봉(國望峯, △1,167.3m)
고정밧줄을 붙잡고 슬랩을 오르고 약간 트래버스 하여 폭포 위쪽에 올라선다. 국망봉 가는
잘난 길은 계류를 계속 거슬러 오르다 왼쪽 지능선 잡아 오르면 국망봉 남쪽 0.2km 아래 주
릉의 1,155.6m봉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훨씬 더 먼 길인 계류 건너 인적 흐릿한 지능선을
잡아 국망봉 북동쪽의 주릉 1,111.3m을 향한다. 주릉은 한북정맥이다. 대기의 온도는 무주
채폭포를 지나자 급등한다.
지능선마루 오르는 펑퍼짐한 사면 길이 가파르기도 하려니와 바람 한 점 없는 지독한 한증막
이다. 후미를 맡은 두루 님이 연신 덥다며 죽는 시늉을 한다. 엄살이겠지만 어쩌면 의도적인
내 대신이다. 조금 과장하여 모자챙에서 줄줄 떨어지는 땀이 무주채폭포 버금가고, 등줄기와
앙가슴에 졸졸 흘러내리는 땀이 폭포 아래 계류 버금간다. 한 발 한 발 옮기는 게 된 고역이다.
가쁜 숨 거칠게 몰아쉬며 두 피치 용을 써서 적목용소에서 느긋이 올라오는 지능선을 붙든
다. 널브러지고 그 참에 휴식한다. 능선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한 미풍
열 태풍 안 부럽다. 소슬한 한기를 느끼고서 일어난다.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들었다. 빈 눈이
지만 풀숲 사면을 기웃거리고 쓰러진 참나무를 훑어보는 여유가 생겼다.
두 눈 부릅뜬 토치카가 나오고 컴컴한 벙커 지나 우거진 풀숲 뚫으면 1,111.3m봉이다. 산꾼
들은 이 봉우리를 ‘땅벌봉’이라고 한다. 이 북쪽 아래 996.6m봉은 ‘돌풍봉’이라 하고. 군대식
작명 같다. 돌풍봉 쪽으로는 방화선의 키 넘게 자란 풀숲이 잔뜩 우거졌다. 국망봉 쪽은 풀숲
잠깐 헤치고 헬기장을 지나면 하늘 가린 나무숲속 한적한 길이다.
주릉 마루는 잡목 섞인 암릉이다. 오른쪽은 급사면이고 왼쪽이 완사면이라 등로는 왼쪽 사면
을 돌아간다. 조망 트일 암봉을 들른 인적이 나오면 나도 꼬박 들른다. 연무가 아직 가시지
않아 원경이 흐릿하다. 봉봉을 자맥질하듯 넘는다. 국망봉 마지막 피치는 돌길이 상당히 미
끄럽고 가파르다. 교통호 넘고 ┣자 갈림길 지나면 국망봉 정상이다.
국망봉 정상 너른 헬기장에 작열하는 불볕이 가득하다. 내 그간 국망봉을 열 번은 올랐을 성
싶은데 조망이 썩 좋았던 기억은 없다. 기념사진 얼른 찍고 물러난다.
국망봉(國望峰)은 예전에 망국봉(望國峰)이라고 했다. 이 산에서 궁예가 잃어버린 나라를
쳐다보며 회한에 잠겼다고 해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오산 차천로(五山 車天輅, 1556
~1615)의 궁예에 대한 시가 신랄하다. 그의 「호음(湖陰)이 지은 ‘철원회고(鐵原懷古)’의
운을 써서 짓다(用湖陰鐵原懷古韻)」 4수 중 제3수다.
맨발로 달아난 게 너무나도 비참하니 徒步偸生已可悲
초원에서 다시금 섬리 탈 수 없었지 草間無復跨纖離
앙심 품고 왕후의 간언에 분노하여 禍心敢與蛾眉奰
왕업이 곡령에서 기반 잡게 해버렸지 王迹終敎鵠嶺基
은사인 옥마가 떠날 줄 뉘 알았으랴 玉馬誰知殷士去
위인이 동선 옮김을 속절없이 보았었지 銅仙空見魏人移
지금까지 옛 땅에 통한이 남았어라 只今故地留遺恨
쇠할 겨를도 없이 나라는 깨지고 몸은 망하다니 國破身亡不待衰
호음(湖陰)은 조선 전기의 문인 정사룡(鄭士龍, 1491~1570)의 호이다.
궁예(弓裔)는 왕건(王建) 세력에게 축출된 다음 평민 차림으로 변복을 하고 달아나는 길에
지금의 평강(平康) 지역인 부양(斧壤)의 백성들에게 살해당했다고 한다. 《三國史記 卷50
弓裔》. 섬리(纖離)는 고대 준마의 이름이고, 곡령(鵠嶺)은 고려의 옛 도읍인 송도(松都)의
진산인 송악산(松嶽山)의 이칭이다. 은사인 옥마는 어진 신하를 비유한 것이다.
궁예는 왕비 강씨(康氏)의 간언에 화를 내고 결국 무쇠 방망이를 뜨거운 불에 달구어 지져
죽이고, 두 아들까지 죽였다. 국망봉 남쪽 아래에 있는 강씨봉(姜氏峰, △830.2m)은 궁예의
왕비 강씨가 이곳에서 피란하여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하는 데 궁예
의 왕비 강씨는 성이 ‘姜’이 아니라 ‘康’이다. 그래서일까? 이 산 동쪽에 있는 논남 마을에 강
씨(姜氏)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10. 멀리 왼쪽은 광덕산, 그 오른쪽은 회목봉
11. 뒤쪽이 가리산
12. 왼쪽 중간이 가리산, 멀리 가운데는 각흘봉
13. 멀리 가운데는 운악산, 그 앞 왼쪽은 귀목봉, 그 앞은 견치봉
14. 멀리 오른쪽은 복주산, 앞 오른쪽은 1,111.3m봉(땅벌봉)
15. 화악산
16. 앞은 신로봉 서릉
17. 국망봉 정상에서
18. 동자꽃
▶ 견치봉(犬齒峰, 개이빨봉, 1,117.5m), 민둥산(민드기봉, 1,008.5m)
국망봉 정상 아래 나무 그늘 공터에서 휴식 겸해 점심밥을 먹는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인
지 밥맛이 통 없다. 물에 말아 넘긴다. 견치봉 가는 길. 봉봉마다 갈림길이다. 1,155.6m봉 ┣
자 갈림길은 무주채폭포나 미롱터로 가고, 그 다음 1,136.1m봉 ┫자 갈림길은 이동 장암으
로 간다. 견치봉은 이정표가 용수목을 안내한다. 견치봉은 그 주변의 능선에 늘어선 암릉 암
봉이 사나운 개 이빨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언제나 우리의 호프인 오모 님은 수시로 사면 깊이 들락날락하여 더덕을 만들어 오곤 한다.
그 향내를 맡아 희미해지려는 정신을 붙들고 힘낸다. 민둥산 가는 길은 꽃길이다. 동자꽃, 둥
근이질풀, 모싯대, 여로, 단풍취, 마타리 등등. 열 걸음이 멀다 하고 엎드려 눈 맞춤한다. 한북
정맥의 마지막 1,000m 고지인 민둥산 오름길이 만만하지 않다. 사면 들러 해찰하며 오른다.
민둥산 정상의 헬기장도 불볕이 가득하다. 민둥산에서 강씨봉 쪽으로 조금 더 가면 길고 긴
방화선 풀숲이 이어진다. 거기를 버티어 낼 자신이 없다. 민둥산에서 한북정맥을 벗어나 이
정표가 안내하는 용수목으로 가기로 한다. 키 큰 나무숲속 길이거니와 줄곧 내리막이다. 한
차례 길게 뚝 떨어졌다가 잠깐 오르면 ┣자 갈림길이 있는 876.6m봉이다. 오른쪽은 가파른
사면을 내려 강씨봉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이다음 ┣자 갈림길은 차돌박이봉(701.9m)을 지나 거릿내 명화교로 간다. 거기는 재미가 적
은 능선길이다. 용수목으로 가는 ┣자 갈림길을 놓치고-그렇지만 선답의 표지기는 놓치지
않았다-급전직하한다. 아직 흘릴 땀이 남아 있었다. 다시 젖는다. 임도로 내리고 계곡이 깊
다. 임도 따라 돈다. 0.6km 정도 진행하여 산모퉁이에 이르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고도 150m를 쏟아져 내린다. 잡목 숲 헤쳐 머리 내미니 물소리 우렁찬 계곡 바로 옆의 임도
다. 용수목 버스종점이 가깝다. 알탕할 데 찾는다. 너덜 돌아내리면 암벽과 숲으로 둘러싸인
옥계반석이 나온다. 불과 몇 분이지만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등산팔경 중 알
탕이 제1경이 아닐까? 물속에 누워 다래덩굴 사이로 하늘을 바라본다. 뭉게구름이 떠다닌다.
19. 둥근이질풀
20. 단풍취
21. 모싯대
22. 왼쪽이 도마치봉
23. 민둥산 정상
24. 멀리 가운데가 운악산
25. 달걀버섯
26. 부화한 달걀버섯
27. 도마치계곡 지계곡
28. 접시꽃
첫댓글 멤버 좋습니다. 알찬 산행 감축드려요.
난 일욜날 댕기왔는디 ㅠ ㅎ
알뜰하게 다녀오셨네요,,,저희는 종일 뒤져도 한마리도 읍던데유,,,더운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