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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소식 들었어?"
"지난번 B 지역의 교육감 선거에 나왔던 분?"
"요즘 고철(古鐵)을 수거하러 돌아다닌다던데? 빚이 많은데 아직 못 갚았대."
"C씨 사정도 비슷해."
"교장을 지내고 인품도 좋았던 분 말이지?"
"그분, 지방의 오피스텔에 혼자 살아. 빚쟁이에게 쫓겨 숨어 다닌대."
"D씨는 어떻고. 교육감 선거에서 떨어진 후 재취업을 했는데 빚 때문에 월급을 차압당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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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거 일주일 전 교육계 인사들의 식사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다. 대화에 나오는 A·C·D씨는 교사와 교육 관료 출신이다. 평생을
교육계에서 종사하다 4년 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서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고통은 선거 패배 이후에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교육계에는 "패가망신(敗家亡身)하려면 교육감 선거에 나가라"는 말이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집을 처분해도 선거 빚을 갚을 길이 없고, 급기야 일부 후보자는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이
번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비 제한액은 1인당 평균 14억원이었다. 하지만 선거비 제한은 지역마다 달라 인구가 많은 경기도와 서울시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는 40억원까지 돈을 쓸 수 있었다. 비공식적인 선거비는 그 두 배(倍)까지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교
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기 때문에 선거비를 모두 후보자 개인이 마련한다. 득표율이 10%가 넘으면 득표율에 따라 국가로부터
사후 선거비를 보전받는다. 우선은 빚을 내서 명함을 제작하고 플래카드도 내걸고 유세 차량을 사용한다. 득표율이 10%를 넘으면
다행이지만 그 미만이면 선거비 보전을 전혀 받지 못해 빚더미에 앉는다. 선거에 낙선할 수도 있다지만 현재의 교육감 선거는
패자(敗者)에게 너무 가혹하다.
지난 4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새 교육감이 뽑혔다.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이번 선거에는 모두 71명의 후보가 나왔다. 후보가 난립한 지역에서는 선거 후유증이 더 크다. 7명의 후보가 나온 부산의 경우
후보 4명의 득표율이 10% 미만으로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도입됐고, 첫 시행은 이듬해 2월 부산 교육감 선거 때부터였다. 주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해서 교육 수장(首長)을 뽑자는 취지였지만 폐해(弊害)가 너무 컸다. 후보들의 인지도가 낮아 '1번'을 뽑는 후보가 유리한
'로또 선거'였다. 선거 때마다 교육이 더 정치화되고 교육 현장은 어수선하다. 선심성 공약도 판을 친다.
교육감
선거가 끝나면 언제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0년 선거 후 정치권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재검토 논의를 했다. 한
의원은 "선거를 치르는 데 드는 예산을 차라리 저소득층 학생 지원에 쓰자"고 했다. 지난해 말에도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감 선거제 개선에 나섰다. 시·도 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등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로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지 8년째다. 이 제도가 우리에게 맞는 제도인지, 그 폐해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이제는 정말로 고민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