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 볼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
아침 6시면 정확히 울려퍼지는 노래이지요
그런데 이것 뿐만이 아니지요
여름에는 6월15일부터 9월15일 까지 3개월간에는
새벽 5시면 정확히 울려 퍼지지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 가꾸세
살기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어요
"이장님!! 아침 방송 안하면 안되나요?
너무 일찍 트니까 시끄러워 아침잠을 잘수가 없어요~"
그럴때면
"괜 찮어유... 일찍일어나면 좋은거잖어유? 히히"
그러면서 고집을 꺽지 않았어요
한달에 한번 마을회관에서 마을사람 모두 모여 회의를 할때도
아침 방송 문제가 나오면
"괜 찮어유 일찍 일어나는 새는 굶지 않는다 했어유" 하면서
고집을 꺽지 않았지요
이 양반이 동네 이장을 맡은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지요
처음에는 나이가 50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얼치기로 취급했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동네 사람들은 없어서는 안될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 했어요
이젠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되었지요
50cc오토바이를 타고 하루에도 10여번씩 읍내를 드나들며
동네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물건들을 사서 날랐어요
마을에도 구멍가게는 있지만
구멍가게에서 필지않는 통닭이며 동태 고등어 등 거의 식품들을 사 날랐지요
"이장님 내일 일꾼들 10여명이 밭일을 하는데
동태찌게라도 끓일까 하는데 동태좀 사다 줄라우?" 하면
"네 알았어유 몇마리 사다 드릴까유?"
두말않고 그 즉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오는 성품이지요
그런데 이장님의 특이점은 시골이다 보니 청장년은 별로 없고 거의 노인들 뿐인데
개똥이네 할아버지 생신은 몇일이고 쇠똥이 할머니의 생신은 몇일이라는 것을
정확히 암기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생일전날이면 모른척 찾아가 외지에 나가사는 자식들 이름을 대면서
"게네들은 잘 있지유?"하면서 자식들 안부를 물으면
내일 아침에 온다느니 아니면 저녁에 온다는것을 다 알게 되지요
아니면 아무도 안온다는것도 눈치로 알수 있어요
그러면 미역에다 고기근이라도 저녁에 사다드리는것이 이장이 하는 일이었어요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이장 자신이 하는 일이었지요
자식들이 모두와서 부모님 생신을 차려드리는 집은 그냥 지나치지만
아무 자식도 안오는 집에 생신날 아침이면
그 특유의 아침방송 노래가 끝나면
"에에 ~~ 지는 이동네 머슴인 이장인데유
오늘 아침이 개똥이 할머니 생신날 이구먼유
집집마다 맛있는거 있으면 들구와서 개똥이 할머니 생신 축하해 주세유"
우리동네는 마음씨 착한 사람만 살기 때문에 모두다 와서
축하해 줄걸루 알구있구먼유
그럼 이만 끊어유..."
이렇게 해서 쓸쓸한 노인이 없는 마을이 되었고
매일 아침 노래방송 때문에 모두들 부지런해 졌다 하지요
또 누구 할머니 누구 할아버지가 감기라도 들라치면
그 즉시 쇠똥이 할아버지가 감기 몸살이 나서 고생하시는데
감기몸살약이 있으신분은 즉시 쇠똥이 할아버지께 갖다 드리면
복받는다는 방송을 하므로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이장 임기가 2년인데
임기가 끝나면 동네 어른이 우리 "머슴이장 2년더 해 주시게" 하면서
모두들 박수한번 치면 연임이 되었고 그렇게 10여년이 되었지요
앞으로도 10여년는 이장을 더해야 될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겨울이 되면 마을 회관에서 동네 어른들 점심식사를 매일해 드리는데
군에서 쌀과 식자재가 보급되긴 하지만 어디서 구해오는지
어느날에는 산돼지 고기도 구해오고 또 어느날에는 고라니 고기도 구해오기도 하는데
법없이 살 사람이라 농한기때 한시적으로 사냥을 허용하는 기간에
잡아오는 것을 얻어오는듯 하지요
그런데 몇년전에 서울에서 이쁜 아줌마가 한분 이사를 왔어요
개똥이 할머니의 먼 친척벌 되는 아줌마인데
시집간지 10년만에 애를 못 낳는다고 이혼을 당하고
홀로 이곳저곳 막일을 하며 살다보니 몸도 성치않아 개똥이 할머니가 데려왔다는 거였어요
나이는 50이 넘었다는데 서울에서 살아 그런지 젊게 보였지요
아줌마는 매일매일 마을회관에 나와 동네 어른들의 점심식사를
도맡아 하기 시작했는데 음식솜씨도 좋아 마을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 했지요
그렇지만 소화가 잘 안된다며 밥을 잘 먹지 않던 아줌마 였어요
하루는 이장님이 이 아줌마가 싫다는것을 강제로 데리고
서울의 큰 병원엘 다녀 왔어요
위암 중기의 진단을 받았지요
얼마후 수술 날자가 잡히고 종양제거 수술을 했지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장님은 문전옥답을 팔려고 내놨어요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문전옥답 있으면 뭐합니꺼
사람 목숨 살리는게 더 중요하지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은 이장님을 돕기로 마음먹고
이장님의 문전옥답을 마을에서 매입하기로 결정 했어요
마을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마을 공동자금이 꽤나 있었지요
이 자금으로 이장님 땅을 매입했어요
이장님은 땅판 돈으로 서울 아줌마의 수술비와 병원비 일체를 마련하게 되었지요
이제는 병원에서 완치에 가깝다는 진단을 얻은 상태이지요
그런데 금년봄에 경사가 났어요
매년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동네 대동계를 하는데
여기서 이장님을 새로 뽑지요
이날 이장님을 연임하는걸로 결정하고 이어서 부녀회장을 선출하였는데
모두다 서울 아줌마를 추천 하였지요
그래서 만장일치로 서울 아줌마가 부녀회장으로 선출 되었어요
이때 동네어른 계장님께서 한마디 하셨지요
"옛말에 중도 제머리 못 깍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이장도 제 머리 못 깍는법
이번 기회에 우리 이장님 총각신세을 면해 주자며
소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면서
내가 달력을 보니 손없는 날이 다음주 일요일이니
이날 이장과 부녀회장의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 했어요
"가난과 사랑은 감추기 어려운법"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들의 마음이었지요
옛말에 집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동네 머슴이자 총각인 이장님이 이 아줌마에게 그만 휠이 꼿힌거지요
갑작스런 계장님의 제안에 온 좌중은 손벽을 치며 좋아 했어요
이장님과 부녀회장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지요
그렇게 해서 총각이장님과 부녀회장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고
결혼식 준비를 서둘렀어요
그런데 결혼식 장소문제로 의견이 분분했지요
부녀회장은 한번 결혼식을 올려봤지만
이장님은 평생처음하는 총각이니 좋은곳에서 올려야 한다는둥 말이 많았어요
그러자 계장님이 이장과 부녀회장을 만나 본인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 보았지요
"결혼식장은 무슨 결혼식장이냐"며 극구 사양하면서
"집에서 정한수 한그릇 떠놓고 맛절이나 하면 된다"고 했다면서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놓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개똥이 할머니가 "결혼식장에서 하면 이것저것 돈도 많이 들고
또 그냥 지나치면 평생 서운한것이 결혼이니 마을 회관에서 하자"고 하였지요
이렇게 해서 마을회관에서 조촐하지만 경건한 결혼식이 올려 졌어요
이날 결혼식의 주례를 본 마을 계장님은 두 사람에게 큰 선물을 주었지요
그 선물은 다름아닌 이장님의 문전옥답 등기장 이었어요
지난 10여년간 마을을 위해 머슴노릇 잘해준 공로도 있지만
앞으로도 마을을 위해 더 머슴노릇 잘해 달라는 뜻도 있다면서
이 선물은 마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라는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주례사를 하였지요
아무튼 누구네 집에 우환이 있으때면 제일먼저 달려가 처리해 주고
기쁜일이 있을때는 동네 방송을하여 모두가 함께 기뻐해 주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아마도 자칭 머슴이장이라 하듯이
우리동네 머슴은 틀림이 없는듯 하네요
그런데 이번에 정부에서 이장 수당을 50% 인상시켜준다고 하니
늦었지만 퍽 다행한일이 아닐수 없어요
10여년 동안 오토바이 기름값도 안되는 20만원을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30만원을 받게 되었다 하니 이보다 좋은일이 또 있을까요
이장님 봉급인상 축하드립니다 ...
-* 언제나 변함없는 일송처사 *-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읽다가 숨차요 헉!헉!헉!!!
ㅎㅎㅎㅎㅎㅎ쉬엄쉬엄 읽으세요~ 3박4일동안,...ㅋㅋ
@에어컨 에효!
늙으면 지다란 글은 숨이차서 당최! ㅎㅎ
ㅎㅎ죄송합니다~~ㅎ
퍼오다 보니 본의 야니게 그렇게 되었네요~~
이장 월급 이 20 만원 밖에 안 되었구나 이제 30 만원
마을을 위해서~ 머슴 이장 맞네~~
내내 행복하세요.
아직도 시골에는 이런 충직한 이장님들이 계시지만
우리동네 같은 도농지역에선
어림없는 일이지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실화일까요? 눈시울이 적셔 오네요.
인간애의 완성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국적으로 돌아보면 이런 이장님들이 꽤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ㅎㅎ
참 잘되었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