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여뿐 유채와 순무 이야기 ♣
내일이면 벌써 소설(小雪)이네요
소설은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소설(小雪)이라 했어요
입동(立冬)이 지난지 15일,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전 15일이지요
그래서 이때에는 겨울채비를 위하여 김장김치를 담갔어요
김장은 결구배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19세기말 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요
옛날에 유채(油菜)라는 아가씨가 있었어요
봄바람에 나부끼듯 허리는 개미허리에
얼굴은 미소를 머금은듯 언제나 화사(華奢)했지요
거기다가 이국적인 풍모를 지녀 누구나 탐내는 아가씨 였어요
그런데 이 아가씨가 그 많은 신랑감을 마다하고
시골 촌구석 더벅머리 총각인 순무한테 시집을 갔어요
그런데 이 순무라는 총각은 모든것이 보잘것 없었지만
아랫도리 하나만은 튼실했지요
야채라는 처녀는 순무의 우람한 그것(?) 하나만 보고 시집을 갔는지도 몰라요
예나 지금이나 물건하나 실하면 부부지간에도 금슬(琴瑟)이 좋다 하지요
아무튼 시집간지 10달만에 야채 아가씨는 아이를 낳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아이는 엄마 유채를 닮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빠 순무를 닮은것도 아니었어요
어디서 듣도보고 못한 완전 돌연변이가 태어 났는데 흉(兇)한 일이 아닐수 없었지요
그래서 이 아이의 이름을 숭(菘)이라 이름 지었어요
그런데 이 숭이라는 아이가 커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숭이 없이는 김장김치를 못 담근다고 난리를 첬지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 숭이라는 이름을 "배추"라고 부르기 시작 했어요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배추의 아버지는 순무이고 어머니는 야채 이지요
그래서 배추가 꽃을 피우면 유채꽃이 피고
배추밑둥을 먹으면 순무맛이 나는 거지요
유채는 지중해의 동부연안 지금의 터키가 원산지 이며
순무는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가 원산인데
이 유채와 순무를 중국인들이 교잡시켜 배추를 만들었어요
이 배추는 색이 푸르고 희다하여 백숭(白菘) 또는 백채(白菜)라 불렀지요
그런데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 법인데
특이하게도 이 배추씨를 채취하여 다음해 심으면
배추가 나지않고 순무의 아랫도리가 실해서 그런지
순무와 비슷한것이 나오니 큰일이 아닐수 없었지요
그래서 배추종자를 중국으로 부터 계속 수입할수밖에 없었어요
"중종실록"이나 "선조실록"에 보면
중국과의 교역품에 이 배추종자가 반드시 들어가 있었지요
우리는 육종기술이 없던때라 중국에 의존할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것이 "을사늑약"을 맺은 이듬해인 1906년
우리나라에도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이 생기면서
우수한 품종을 들여와 배추의 육종연구가 시작 되었으나
배추 씨앗은 만들지는 못하였지요
그 대신 일본에서 품질좋은 배추씨앗을 수입할수 있었어요
이때부터 중국에 의존했던 배추종자를 일본에 기대게 되었지요
이때 비로서 지금과 같은 결구배추의 시대가 온 것이지요
김장김치 또한 결구배추 김치로 자리잡게 된 것이구요
그러나 일제감정기가 끝나고 해방이 되자 배추농사에 먹구름이 끼게 되었어요
종자 생산의 연구가 중단되고 일본으로부터의 종자 수입도 막혀 버렸지요
그렇다고 먹던 배추김치를 끊을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다급해진 정부는 1950년에 일본에 있던
세계적인 육종학자인"우장춘 박사"를 암암리에 불러오게 되었지요
우 박사는 조국의 부름에 처자까지 버리고 달려 왔어요
우장춘 박사의 노력끝에 1954년 부터 국내에서도 배추종자를 생산할수 있게 되었고
그 기술로 인해 김장김치를 담글수 있게 된 것이지요
허지만 우장춘 박사는 처자를 일본에 두고 홀로 생활할수 밖에 없었어요
당시 반일감정이 심하여 우장춘 박사의 처가 일본인이라
정부가 입국을 허가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우장춘 박사는 결국 가족과 헤어져 연구를 거듭하며 후학을 길러내고
1959년 고국에서 홀로 쓸쓸하게 운명하고 말았지요
결국 우리는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한 우장춘 박사의 희생덕분에
맛있는 배추로 김장을 담글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해마다 김장을 담글때면
우장춘 박사의 큰 업적을 기리며 잊지 말아야 하지요
그리고 식물의 낱개를 세는 단위인 포기는 통배추에만 쓰이는데
김치를 담그면 포기김치가 되지요
이와 달리 얼갈이배추는 한단, 두단의 묶음으로
무는 한개 두개를 단위로 표현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끝으로
배추는 중국어로 백숭(白菘) 또는 백채(白菜)라 부르지요
백숭(白菘)은 흰 백자(白)에 배추 숭(菘)자를 쓰는데
여기서 배추라는 이름이 만들어 지기도 하였지만
백채(白菜)를 '백채'라 부르지 않고 '배추'라 부른것은
백(白)의 고대음이 '배'이고 채(菜)의 고대음이 '추'이기 때문에
'배추'라 부르게 되었다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첫댓글 좋은 정보
배우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지금도 배추 씨앗은 반드시 구입해서 사용해야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