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신월동 성당. 서울 중량경찰서 방범순찰대원 소속 이길준 의경은 기자들 앞에서 시위 진압복을 벗었다. 전의경 제도에 대한 모순을 대내외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 이경은 이 자리에서 "같은 시대를 웃으며 지낼 젊은이들끼리 서로 죽일 것 처럼 싸우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들을 향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면서 양심이 하얗게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촛불집회 진압 당시 심정을 전했다.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됐던 이 이경은 '나는 저항한다'라는 제목의 양심선언문을 통해 "가해자로써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저항뿐이었다"며 "제 삶에 있어서 제 목소리를 가지고, 저의 삶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게 때리라"는 상부 명령에 대한 질문에 이 이경은 "폭력을 행사한 선임병 몇 명이 처벌받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폭력을 휘두른 고참 조차도 전의경 제도의 구조 속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경은 "전의경 제도라는 구조 속에서 모두가 피해자"라며 "개개인에 대한 고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의경 폐지론에 대한 관심이 중폭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당초 계획이었던 단계적 전의경제도 폐지는 실행되기 어려워 보인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전의경 1만명 존치' 의사를 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1만명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고 관계 부처와 논의를 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경찰 1만명 존치 '가닥', 관계 부처 '논의중'
경찰은 전의경제도가 폐지될 경우, 치안 공백이 우려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의경 제도 폐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전의경 제도 존폐 여부와 관련해 “정부의 계획대로 2013년까지 전의경을 폐지하면 안정적인 집회시위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될 뿐 아니라 청와대나 국회 등 중요 시설 경비 및 방범 순찰·교통 등의 치안업무에 공백이 우려된다”며 “현재 추진 중인 ‘전의경 감축 및 대체 경찰관 충원’은 계획대로 추진하되, 2011년 이후 1만명 이상의 전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예산당국·국방부·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초 방침이었던 오는 2013년까지 전의경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대신 전의경 1만여명을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올해 1400여명의 경찰대원 모집 계획은 추진중이지만 향후 방향은 상황에 따라 바뀔수 있다"며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전의경제도 단계적 폐지안) 경찰청은 1만 규모의 전의경을 존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으나 2013년 전의경 제도 폐지는 확답 할 수 없다”며 어 청장의 1만여명 존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시민단체 “전의경제도는 ‘위헌’, 설립목적 벗어나”
지난 23일 전의경폐지연대 회원들이 인권연대 교욱장에 모였다. 전의경제도 폐지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헌법에 위배되는 전의경제도를 폐지해야 하며, 전의경제도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백석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전투경찰대설치법에 의하면 전의경의 주 임무가 대간첩작전의 수행임에도 불구하고 1996년 강릉간첩침투사건 이후 대간첩작전을 수행한 사실이 없다"며 "최근 전의경들이 시위진압 등 치안보조업무를 주 임무로 하고 있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또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못하고 관련 입법취지에도 부응하지 못하며 현실적 문제점을 갖고 있는 현행 전의경제도를 폐지하고 경비전문 직업경찰관으로 단계적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형국 변호사도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는 등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인해 전경들은 비난과 욕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자신의 양심에 반해 시위진압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유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주대학교 오동석 교수는 "전경을 시위에 투입해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금하고 있는 사실상의 강제노역이고 병역 의무자를 전경으로 전환 배치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편법"이라며 "헌법적 측면에서 보면 참여정부의 계획대로 2012년에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헌법을 준수하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길"이라며 "어청수 청장이 전의경의 일부 존치 주장은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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