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미리 보낸 인터뷰 질문지에 '모래시계 검사'란 표현을 넣었더니 홍 지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제 '모래시계 검사'란 표현은 좀 빼달라. 벌써 정치한 지 20년이 다 됐다"고 했다.
홍
지사는 검사 시절 했던 카지노 비리 수사가 드라마 모래시계로 제작되면서 유명세를 탔고, 그 덕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랬던 그가 이젠 '모래시계'란 브랜드를 버리고 '정치인 홍준표'로만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홍 지사와의
일문일답.
―진주의료원 사태에도 불구하고 2위 후보와 23%포인트의 격차로 당선됐다.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경남의 60%, (진주가 포함된) 서부경남의 68%가 찬성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강성 귀족노조와의 전쟁이었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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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자가 11일 경상남도 서울사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관(官)피아보다 더
부패한‘정치 마피아’가 우선적인 척결 대상”이라며“세월호 사태로 불거진 국민적 공분을 정치권이 (관피아란 말로) 관료들에게 책임을
돌려 화살을 피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당시에 복지부도 반대하는 등 사회적 진통이 컸는데.
"의료원 폐쇄한다는데 복지부가 찬성하면 더 이상한 것
아니냐. 그 입장은 이해한다. 나는 한정된 재원 아래서 '선택적 복지'가 맞다고 본다. 의료시설이 풍부한 곳인데도 강성 귀족노조에
의해 사실상 점거당해 해방구가 된 곳(진주의료원)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대신 경남도는 취약 계층에 MRI
촬영 등 비싼 검진비도 지원한다. 의료원 폐업과 함께 공기업 구조 조정도 함께 시작했다. 지금 방만한 공기업을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경남의 공기업 구조 조정도 있을 것이다."
―통진당 후보가 참석한다는 이유로 선관위 주최 TV토론을 거부해 과태료 400만원을 냈는데.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집단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종북 혐의 정당,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정당과 타협하는 것은 통합의 정치가 아니다."
―너무 많이 싸우는 것 아닌가. 노조와 언론, 심지어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선 주류인 친박(親朴)과도 대립했다.
"옳은 것을 추구하다 보니 부딪치는 것이다. 적당히 타협하고 매몰돼 넘어가면 나도 편하지만, 그렇게 적폐가 계속 쌓이는 것이다. 부당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개조, 관피아 척결 주장에 대해 페이스북 등에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3
류 정치에도 대한민국이 발전한 것은 관료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일부 로비스트화된
공직자의 문제를 침소봉대했다. 정말로 국가 개조를 하려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정치·경제·문화·외교·국방 등 모든 분야의 국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거기에는 개헌도 포함된다."
―그래도 관료 사회에 고쳐야 할 점이 많지 않나.
"
고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걸 고치는 것이 국가 개조는 아니란 말이다. 관피아 척결 대책 중에 행정고시 선발 인원을 축소하는
것이 있는데, 나는 반대한다. 사시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고 나니, 등록금이 2000만원이 넘는다. 있는 집 자제들이 대를
이어 판·검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위 앞으로 '스펙'으로 공무원을 뽑으면 스펙을 쌓기 쉬운 있는 집 자식들에게 더
유리해진다."
―국회의원 시절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고 싶다"고 했었다.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뭔가.
"
사정 기관이 정상화가 돼야 한다. 특히 야차(夜叉) 같은 민정수석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친·인척 비리도 강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게 출발점인데 그런 민정수석이 잘 안 보인다. 또 검찰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부패의 고리로 수십 년간 기득권을
누려온 사람들에 대한 과감한 정리가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등이 연정(聯政)을 선언했다.
"유권자들이 경남도의원 55명 중 50명을 새누리당 후보로 뽑아줬다. 그런데도 야당과 연정을 한다는 것은 '쇼'다. 나는 그런 쇼 안 한다. 야당이 도의회의 과반인 경기도와 상황이 다르다."
―과거 국회에서 홍 지사와 자주 다퉜던 안상수 창원시장 당선자가 '창원광역시 승격'을 공약으로 걸었다.
"과거엔 경쟁하느라 싸우기도 했지만, 이젠 각자 책무만 다하면 된다. 창원을 광역시로 승격시키려면 수원·안양·성남 등 수도권 도시들도 함께 해줘야 한다. 안 당선자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누리당이 부산 가덕도에서 열리는 선대위 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안 갔다. 이유는 뭔가.
"당시 부산 (새누리당) 입장에서야 다급했겠지만, 특정 지역에 공항 부지를 미리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면 국민들이 동의하겠나. 상식적으로 물구덩이(부산 가덕도)에 공항 짓는 것보다 맨땅(경남 밀양)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