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은 이항복(李恒福1556-1618)을 부르는 별칭인데
오성부원군(鰲城府院君)이라는 작위에서
따온 것이고 호는 백사(白沙)입니다.
한음은 이덕형(李德馨1561-1613)의 호입니다.
이항복보다 이덕형은 다섯 살 아래이지만
과거시험장에서 만나 친구처럼 또는 형과
아우처럼 그 사귐이 돈독하여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고 합니다.
조선의 어려운 난국마다 두 사람은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을 뿐만 아니라, 관직을 두고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라의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게 됩니다.
두 사람에게는 많은 일화가 있지만 오늘은
이항복의 일화를 한 토막 소개할까 합니다.
이항복의 집옆에는 권철 대감댁이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을 지킨 권율 장군의
아버지로 영의정에까지 올랐습니다.
이항복의 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잘 자라서
가지가 권철 대감 집까지 뻗쳤고 감이 주렁주렁
많이 열렸습니다.
이항복의 하인이 감을 따기 위해 권철 대감 댁에
갔다가 그대로 쫓겨났습니다.
감나무 가지가 이쪽으로 넘어왔으니 그 감은
자기네 것이라며 감을 따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대감님, 옆 집 사는 항복입니다. 저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항복은 권철 대감이 기거하는 사랑방의
창호지 문에 자신의 팔을 쑥 집어넣었습니다.
창호지는 찢기고, 이항복의 팔만 권철 대감
사랑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니 이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짓이냐?"
"죄송합니다. 대감님! 잠시 노여움을 거두시고
제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이 팔이 누구 팔입니까?" 하니
권철 대감이
"그야 네 몸에 붙었으니 네 팔이지."
"그렇다면 대감님 댁으로 넘어온 저 감나무
가지는 누구의 것입니까?"
"그야 뿌리가 네 집에 있으니 네 집의 것이지."
"그런데 왜 저희 집 하인에게 감을 못 따게
하셨습니까?"
권철 대감은 할 말을 잃고
"허허허~"
권철 대감은 자신의 집으로 넘어온
감나무 가지에서
감을 따 가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혈기방장하여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미움을 받으면서
자라온 이항복이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에 나아가게 됩니다.
권철 대감에게는 예쁘고 예절이 바른
손녀가 있었는데 혼기가 다 되어서
혼처를 구하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습니다.
이 소문을 듣고 이항복이 평소에
옆집 권철 대감의 손녀를 사모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권철 대감을 찾아갑니다.
"대감님, 손녀딸 혼처는 구하셨는지요?"
"아직 구하지 못하였다네."
"제가 알기로는 남자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속 사정도 좋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권철 대감이
"그래서?" 물어보니~~
대뜸 자기의 바지를 내리고 양물을
내보이며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하니
권철 대감 어이가 없어
"허허허~~"
그 패기가 마음에 든다 하여 혼인을 허락하니
결국 권철 대감의 손녀사위가 됩니다.
장인으로는 임진왜란 7년 간 군대를 총지휘한
권율 장군입니다.
두 번이나 헛웃음을 웃어야 했던
권철 대감도 호인(好人)이지만
그에 맞선 이항복도 대단한 걸물(傑物)이었습니다.
벼슬길에 올라서도 워낙 조크를 즐겨서 붙은
별명이 "농담정승"이었고 실록에서 그에 대해
대놓고 "해학이 지나쳤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이분이 벼슬자리에서 장난질 혹은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코믹 에피소드만
남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농담 따먹기 이상으로 관리 생활을 하면서
훌륭한 수완을 발휘한 명신이기도 합니다.
광해군 때 인수대비 폐비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대북파의 모함을 받아 실각, 함경도
북청도호부로 유배를 떠난 뒤 혹독한 추위에
고생하다가 병에 걸려 5개월 만에 생을
마감합니다.
유배를 갈 때 지은 시조가 그 유명한
"철령(鐵嶺) 높은 봉(峰)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 삼아 띄었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 본들 어떠리"입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추억을 음미해
보라는 뜻으로 올려봅니다.
친구분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심란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즐겁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안녕~~
첫댓글 옛날에 백사라고 하면 白蛇만 생각이 나서 호 참 희안하게 지었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농담 멋지게 하는 정치인을 못둔 우리나라 참 불행하지요.
노회찬 생각이 나네요. 농담도 잘하고 첼로도 잘하고 멋쟁이였는데.
오늘도 고사 한토막 잘 읽고 갑니다.
위지방의 눈바람이 아랫지방에서는 체감온도가 혹한이네요.
친구도 감기조심하세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19 금"이네요.
요즘 신식말로 "불금"(우리 노땅들은 "불쌍한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