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골프와 투어 골프, 무엇이 다른가?
인간이 스포츠에 탐닉하는 것은 스포츠가 안겨주는 독특한 스릴(thrill) 때문이다.
스릴의 강도는 그동안 흘린 땀,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 패배의 아픈 기억,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전에 비례한다. 부와 인기, 명예는 그 결과에 뒤따르는 것이다.
골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시지프스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듯 골퍼는 스릴을 좇아 신기루 같은 목표를 포기하지 못한다.
다른 생업을 갖고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나 아예 골프를 생업으로 선택한 프로 골퍼도 골프 특유의 스릴 넘친 쾌감이 없다면 진작 골프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올림픽의 골프는 투어의 골프와 다른 세계다.
투어의 세계에서는 부와 인기가 중심이다. 끊임없이 기회가 찾아온다. 실패 후에도 재기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올림픽 골프는 국가를 대표한다는 상징성과 명예가 있다. 올림픽에서의 승리는 투어에서의 승리와는 격이 다르다. 그리고 그 기회는 매우 희귀하고 특별하다. 4년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기에 골프 선수로서 올림픽 출전 기회는 일생에 한 번, 많아야 두 번에 그친다.
한국 남자 선수에게는 병역면제라는 특별한 혜택이 뒤따라 더욱 우승에 대한 열망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35개국을 대표하는 남녀 각 60명의 골프 선수들이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CC 동코스(파71)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골프대회에 출전한다.
남자 골프는 29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여자 골프는 8월 4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남자골프에는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23)와 김시우(26)가 한국 남자골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세계랭킹으로만 보면 임성재는 27위, 김시우는 55위지만 이번 대회에 톱 랭커들이 대거 결장해 메달 사냥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두 선수는 영국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디 오픈에 불참하면서까지 올림픽에 대비해왔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존 람(스페인)과 6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애덤 스콧(호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밝혔다.
PGATOUR.COM이 밝힌 파워랭킹을 보면 콜린 모리카와,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셰인 로리(영국)가 톱5에 올라있다.
6위에 임성재가 올라 있고 뒤로 폴 케이시(영국), 코리 코너스(캐나다), 패트릭 리드(미국), 아브라함 앤서(멕시코), 저스틴 토마스(미국), 로리 매킬로이(영국), 카메론 스미스(호수)가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우승 후보는 카메론 스미스, 콜린 모리카와, 빅토르 호블란, 마쓰야마 히데키, 잰더 쇼플리, 저스틴 토마스 등이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로즈(영국)는 이번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임성재가 최근 디 오픈에서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던 콜린 모리카와와 준비된 우승 후보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 시그니처 조로 편성된 것만 봐도 그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페어웨이는 넓은 편이지만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에워싸고 있는 코스의 특성을 고려해 임성재는 드라이버도 바꾸고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비가 내려 그린이 부드러워진 것을 감안해 철저하게 페어웨이를 지키고 핀을 정확히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김시우는 랭킹 131위의 라스우스 호리고르(덴마크), 랭킹 251위 로맹 란가스크(프랑스)와 함께 1, 2라운드를 치른다. 약한 동반자가 그의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자부는 남자부에 비해 불참자가 많지 않지만 찰리 헐, 조지아 홀(이상 영국) 등이 투어 일정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는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33)가 2연패에 나서고 고진영(26), 김세영(28), 김효주(26)도 메달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유카 사소(필리핀),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교포선수 대니얼 강(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이민지(호주) 등이 한국선수와 함께 금메달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남녀 대표팀 사령탑은 2016년 대회와 마찬가지로 남자부는 최경주(51), 여자부는 박세리 감독(44)이 맡았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우리 선수들이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