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인광장 신작 초대시
종이 유희 접기
박소진
안으로 접고 밖으로 접고 안으로 접고 밖으로 접고
눈꺼풀 밖으로 일렁이는 바람이 접는 하늘빛 물속
저기, 얼굴의 주름을 생각 한다
거기, 어머니는 늙었다 내가 일곱 살 해, 어머니는 지금 나의 세기를 살고 있었다
손끝에 남아있는 곡선들의 말이다
저기, 단어의 주름을 생각 한다
거기, 거장은 강의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걸었다
종이의 사각이던 틈이 소란하다
저기, 흙의 주름을 생각 한다
거기, 햇살 한 줌을 관 위에 뿌렸다
곧 생이 터져 나올 듯
안으로 뛰고 밖으로 멈추고 안으로 뛰고 밖으로 멈추고
나도 호흡을 걸어본다 ring, ring, ring
주름 위 위태로운 뜀박질
그대는 연인 나의 점프
응답 없는 허공의 점프
눈썹의 경계에서 공기방울이 밖으로 스며들고
저기, 상처의 주름을 생각 한다
거기, 혀다 말이다 언어의 생이다
안쪽에 적은 기호가 접혀 비밀이 되었다
저기, 거짓말의 주름도 생각 한다
거기, 지루하게 길고 짧은 관음의 증명
들춰보다 감추다 한 아이의 첫 비밀
주름의 결에는
이야기가 되지 못한 이야기와
이야기이고 싶은 이야기가 사무치고
매끄러운 표면에서 뒤섞인 물결들이 미끄러지고
하늘이 접는 바람이 데려오는 허공의 구토
안으로 접고 밖으로 접고 안으로 접고 밖으로 접고
생 첫 번째 파도
생 첫 울음의 용기
- 2015년 '포엠포엠' 등단 작품 중에서
박소진 1983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재학 중
2015 ‘포엠포엠’등단 <키노아이> 외 4편
시집『사이, 시선의 간극』(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 세종도서 선정)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도서관협회 <2014, 내 생애 첫 작가수업>의 참여문학작가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