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문학 기행를 다녀와서
정솔
7월 13일 아침 8시에 떠나는 대형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린다
시동을 켠 채로 기다린다
8시10분에 떠난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자 나는 부여로 낮 마실을 가는 중이다
내 눈은 유리창 밖 세상을 매의 눈으로 낚는다
내 눈에 낚이는 것들은 모두 여름 사냥이다
주로 분홍 자귀나무, 노랑 모간주나무가 낚이고 때로는 녹색의 이팝나무도 낚인다
더러는 철탑 전신주도 걸러든다
차 안에서는 마이크 들고 말씀하시는 손옥자 선생님 말씀도 내 매서운 눈에 낚이기도 한다
손선생님 말씀을 낚고 보니 부여의 여름 백제의 사비성이 딸려 나온다
그 안에 정림사지 부소산 영일루 군창지 낙화암 고란사 백마강도 부속 품으로 역겨 나온다
또 한번 매의 눈으로 노려 보니 신동엽의 생가와 문학관이 줄줄히 역겨 나온다
개평으로 걸러드는 궁남지 연꽃과 연잎밥도 있다
버스가 11시 30분쯤 백제 사비성에 다다른다
나는 낚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내려 놓기로 한다
정림사지를 지나는데 나는 매의 눈으로 낚은 국보 9호인 정림사지 5층 석탑을 제자리에 놓고 사진을 찍는다
제1경인 석양이 아름답다는 저녁까지는 기다릴 수가 없다 밤 마실 까지는 허용이 안 된다
부소산도 제자리에 놓는다 부슬비가 내리지 않아 제2경을 느끼지 못한다
영일루를 내려 놓는다 영일루에 올라가 계룡산 연천봉에 빛나는 해를 바라보고
일과를 계획하려 하니 나무가 가려져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한참을 더 걸어 가서 군창터를 내려 놓고 쌀 탄내를 맡아본다
코를 건너 가는 냄새가 풀 밭에 엎질러져 있다 백제의 냄새가 엎어져 있다
곧이어 낙화암을 내려 놓자 양순순시인과 권지영시인 그리고 전옥심시인은
삼천궁녀가 되고 싶은지 사진 찍는 모습이 바위 밑 백마강으로 떨어질 기세다
양순승시인과 둘이 메고간 고란사를 가볍게 내려 놓고 제3경인 효경소리를 만들어 본다
당목으로 당좌를 살짝만 건드렸는데도 번개빛 같은 울림이 새어 나온다
수면중인 종을 깨운 것이다
머리에 이고 온 백제 연잎밥집을 내려 놓으니 땀이 비오 듯 한다
덥다 진짜 덥다
초록연잎밥을 펼치는데 연잎은 나에게 속삭인다
너는 백제 무왕의 후손이라고 나중에는 벅벅 우기 까지 한다
왜냐하면 나는 선화공주를 닮았기 때문이란다
버스가 방향을 바꾼다
내가 제일 무겁고 힘들게 건져 올린 것은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다
소설가 김형수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신동엽 시인은 남에게 함부로 말한 적이 없고 남에 말도 결코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한다
문학관을 둘러본다 시인은 역사와 현실을 바탕으로 민중 시를 정착시키는데 선구적인 역활을 한 시인이다
시인의 외침이 귓전에 들린다
"껍데기는 가라, 거짓과 허위 부정과 부패 독재와 외세는 가라, 순수하지 못한 것들은 가라, 쇠 붓이는 가라"
나는 이렇게 듣는다
"껍데기는 가라" 내 껍데기를 버리면 나는 알 몸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네 알 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운 언어로 적셔 주어 알맹이만 남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마지막으로 십만 평의 궁남지를 내려 놓는다
홀가분하다 이제는
궁남지 서남쪽의 108개의 시화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내 시와 양순승시인의 시화를 만날 수있다
십만 평 속을 헤집고 다니는데 땀이 비오 듯하고 칠월의 더위가 여름의 진수를 보여준다
덥다 진짜 덥다 더위는 땀을 뻘뻘 흘리게 구워 놓고 나를 먹으려 한다 그래도
만장처럼 걸린 108개의 시화 속에서 보물 찾아야 한다
몇 논달뱅이를 돌고 돌아 찾았다 내가 쓴 시
제목: "당신,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언어로 그린 내 시가 초록물결 속에서 물결치며 나부낀다
초록물결이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
나도 나부낀다
내가 시가 되었다
버스가 움직인다 서울쪽으로
자귀나무며 노간주나무 이팝나무도 그리고
송전탑 전신주도 제자리에 가만히 내려 놓는다
오늘의 낮 마실은 이렇게 끝이 났다
2017년 7월 14일
부여 문학기행을 다녀 와서
-정솔-
김범수 고문님 소개해준 대명투어
회장님의 인사 말씀
국보 9호인 정림시지 5층석탑
영일루에 목어가...
백마강 나룻배
고란사 종을 치는 양순승시인
내가 잡고 있는것이 당목입니다
연잎밥상
신동엽 시인 생가
신동엽 시인 문학관
신동엽 시인의 시어가 담긴 설치 미술의 깃발
신동엽 시인 흉상
108인의 시화 전시 모습
정솔 시인 작품
양순승시인 작품
궁남지 연꽃
첫댓글 아름답습니다.
선생님의 마음도,
연도,
인연도,
글을 있게한 그날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손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명한 청솔시인이라
그 뜻이 느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녀 온 자라마다 핀 꽃울 하나씩
들여다 봅니다.
참 멋진 하루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