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옹고집이 못된 성격과 악행 때문에 가짜 옹고집에게 집이며, 재산이며, 가족까지 다 빼앗긴 뒤 고생 고생하다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후에 개과천선한다는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다.
이렇게 고전소설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인 ‘권선징악’의 형태를 가진『옹고집전』은 판소리계 소설 중 줄거리가 아주 단순한 편에 속한다. 또한 이본의 발견이 다른 고전 소설에 비해 늦어 이본의 종수도 현재 11종에 그친다. 따라서 그동안 출간된『옹고집전』은 원래의『옹고집전』과는 다른, 새로운 창작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겠다.
시인 박철은 기존에 출간된『옹고집전』과 달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말과 옛 어른들의 풍자를 맛보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견된 이본들을 고루 참고하여 이 작품을 썼다. 그중에서도 옹고집의 죄목에 특정 종교에 대한 박해뿐 아니라 윤리적 규범의 파괴 등 악인으로서의 면모가 강하게 나와 있다는 점, 결말 부분에서 옹고집의 개과천선과 포용 부분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박순호 30장본’을 중심 대본으로 삼았다. 그리고 옹고집의 과거 악행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을 위해 집에서 쫓겨난 옹고집이 구걸을 하며 다니다 귀머거리 좌수의 마을에 가게 되는 장면 등 나름대로 흥미를 더하기 위해 작가가 몇몇 장면을 추가하기도 했다.
『옹고집전』의 배경은 신흥 부호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분수에 넘치는 재산과 직책을 감당하지 못한 채 갈수록 패륜적 행위를 일삼았던 조선 후기다. 옹고집 또한 그런 신흥 부호 중의 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데, 부와 신분에도 불구하고 온갖 악행을 일삼는 옹고집을 벌주고 풍자하는 것에는 그 시대의 부조리를 꼬집어 공동체의 연대를 회복하려는 백성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기도 하다.
옹고집을 회개하게 하고 구원하는 존재는 금강산 취암사의 큰스님인 ‘학대사’인데, 학대사를 통해『옹고집전』에 담긴 불교적인 의미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불교가 새롭게 부흥하면서 자연스레 불교를 배척하는 풍토도 되살아났는데, 옹고집이 특별히 중을 더 학대하고, 중의 도술로써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이 겨루게 되며, 결국에는 금강산에 들어가 백발 도인을 만나 뉘우치는 과정을 통해 불교를 배척하는 풍토를 경계하려는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옹고집전』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다른 고전소설에 비해 구체적인 표현들은 아주 두드러진다. 특히 옹고집이 가짜 옹고집과 진위를 다투는 장면에서 계절에 맞지 않는 꽃들까지 나열해 가면서 과장되게 집치레와 살림살이를 늘어놓는 부분이나 며느리의 혼수품을 다 기억해내는 장면 등은 다른 판소리계 소설보다 훨씬 사실적(寫實的)이다. 특히 이 장면은『옹고집전』의 백미(白眉)라고 볼 수 있는데, 집안의 내력이며 세간까지 작정한 듯 줄줄 외는 가짜 옹고집의 기세에 눌려, “저 도적놈이 먼저 제가 할 말을 다 하는 바람에 할 말이 없”다며 끝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옹고집의 모습은 안쓰러움을 자아내면서도 우습고 재미있다. 또한 옹고집의 심술이나 악행을 묘사하는 부분도 생생하다. 이런 생생함이 판소리의 가락을 타고 독자로 하여금 3~4음절을 기본으로 하는 사설조의 맛에 흥건하게 취하게 한다.
지나가는 사람의 옷이 깨끗한 새 옷이면 분명히 자기 장롱 속에 있던 옷이라며 벗겨오라고 시킬 정도로 “못된 짓과 심술로 세월을 보내던” 옹고집에서 “착하고 좋은 일에 고집을 피우는 옹고집이 될” 거라고 다짐하는 결말까지 옹고집이 겪는 깨달음의 과정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교훈적으로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옹고집전』에 담겨 있는 웃음과 익살이 넘치는 삶을 판소리 가락 속에서 느낌으로써 우리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조상들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