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사순 제5주일 화답송 묵상 (시편 51) (이근상 신부)
하느님, 당신 자애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로 저의 죄악을 없애 주소서.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지워 주소서.(시편 51,3-4)
화답송 한 대목이다. 시편 51장이 그 유명한 miserere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 Gregorio Allegri가 작곡한 miserere(불쌍히 여기소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고도 하니 유투브에도 많다. 함 찾아보시기를. 다윗이 밧세바와 정을 통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여튼 죄를 저지른 뒤 뉘우치는 마음이 절절하다.
화답송에서는 그 중에 몇 대목만 따와서 불쌍히 여겨달라는 마음이 마치 어떤 어려움 속에 처한 자가 도와달라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죄악이 구체적이고 명징하여 낮이나 밤이나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영혼을 가득채우고 있을 때, 바로 그 영혼의 깜깜한 밤에 단단한 마음의 껍질을 깨고 흘러나오는 뉘우침의 소리들이다.
시편 51편은 명료하게 들리는 말일 수가 없다. 불쌍히 여겨달라는 우리의 외침은 우물거리는 소리일 뿐. 세상에서 정말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노래일 수가 없다. 그건 우물거릴 수도 없는 밤샘. 잠들 수 없는 뜬 눈. 용서받았기에 더 아린 맑은 새벽.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31fevMZ53xaozvGMjYScnoVhuZP2RAAUFryVJrEiYhUM4r65itJVTPy72jNrTfT4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