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최승호
늙은 배주머니 밖으로 나가서도
긴 탯줄을 질질 끌고 다니는
한심한 세상의 자식을
다 늙어버린 에미가
한숨을 쉬며 바라본다
----최승호 시집, 『방부제가 썩는 나라』에서
모든 문화를 움직이는 힘은 ‘아버지 살해’이지만, 오늘날은 이 ‘아버지 살해의 힘’이 제대로 작동되지를 않고 있다. 왜냐하면 돈과 명예과 권력을 다 움켜쥔 우리 아버지들이 끊임없이 수명연장을 꾀하며 우리 젊은이들의 공격성과 그 혁명의 힘을 모조리 거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젊고 건강해지고, ‘인생 60’이라는 말을 비웃듯이, ‘인간 100세’를 뛰어넘어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지난 7~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들의 아버지의 나이가 50세이면 이미 다 산 노인이며, 60 이전에 대부분이 이 세상을 떠나갔기 때문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우리 젊은 아들들은 어른이 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도둑이 칼을 잡고 있을 때도 무섭고, 침략자가 칼을 잡고 있을 때도 무섭지만, 이 세상의 산송장들이 도덕과 법률과 경제를 다 움켜쥐고 있는 오늘날처럼 무섭고 끔찍한 세상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치던 그 옛날의 용기도 잃어버렸고, 이 지구촌의 환경과 평화를 위해 ‘만국의 늙은이들이여, 존엄사를 선택하라’고 목숨을 걸고 투쟁할 수 있는 용기도 잃어버렸다. 취업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내집 마련 포기와도 같은 좌절과 절망의 늪에 빠져서 최승호 시인의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역사의 무대에서 우리 자본가들이나 우리 늙은이들은 결코 제발로 물러나지 않기 때문에, 만국의 젊은이들은 더욱더 단결하고 이 자본주의 시대, 즉,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종식시킬 혁명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문명과 문화가 발전할수록 “늙은 배주머니 밖으로 나가서도/ 긴 탯줄을 질질 끌고 다니는/ 한심한 세상의 자식”들이 늘어나지만, 그러나 이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은 모든 산업현장을 전산화시키고,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우리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실업자가 된 것이고, 우리 늙은이들은 오래오래 살수록 모든 복지혜택을 다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저출산-고령화’의 근본원인이자 지구촌 환경파괴의 근본원인인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와 모든 삶의 권리를 다 잃어버린 우리 늙은이들이 총과 칼을 들고 그들의 입에 발린 궤변, 즉, ‘노인 무죄/ 청년 유죄’의 ‘캥거루족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오, 우리 젊은이들이여, 만국의 젊은이들이여, 하루바삐 손에 손을 잡고 거대한 함성을 외치며 총궐기하라!
빨리 죽는 것이 애국이고 모든 자식들을 다 효자로 만드는 것이고, 이 지구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인간 70, 인간수명제’----. 이 세상의 모든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다 불태워버리고, 우리 늙은이들을 대청소하는 것이 이 지구촌의 위기의 최선의 대책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