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살고싶은 곳 - 계곡이 아름답고 나무숲이 울창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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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1.04. 23:34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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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아름답고 나무숲이 울창한 곳
얼마 전 방송 출연차 ‘징게맹경 외애밋들(김제 만경 너른 들)’이라고 알려진 김제시 부량면 대장리라는 곳을 다녀왔다. 울창한 숲은커녕 맑은 물 졸졸 흐르는 시냇가도 보기 드문 평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마을. 그런데도 그곳으로 시집와 평생을 사신 할머니들은 여기가 제일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섬진강에서 내려온 물이 수로를 넘실넘실 흐르고, 들 넓고 인심이 좋은데 이곳을 두고 어디를 가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대처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 중 나중에 이곳에 들어와 살겠다는 자식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아녀, 산도 없고 물도 없는디 누가 와서 살겠느냐고 그려. 그래서 집도 안 고쳐줘.”
김제평야
김제는 섬진강에서 내려온 물이 수로를 넘실넘실 흐르고, 들 넓고 인심이 좋은 고장이다. 농사가 주종을 이루던 시절에는 곡식이 많이 나므로 살기에 좋았다.
그럴 것이다. 대처에 나가 살다 보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 맑은 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곳이 천지인데, 넓은 들판만 보고 살겠다는 사람이 있겠는가? 농사가 주종을 이루던 시절에는 들이 넓어서 곡식이 많이 나므로 살기에 좋았지만 이제 그보다는 계곡이 아름답고 나무숲이 울창한 지역이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높은 산일수록 계곡이 깊고 그러한 산마다 산림욕장이나 수목원이 만들어져 있다. 참나무나 굴참나무, 서나무 등 잡목이 많이 우거진 산들도 좋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늘 푸르고 푸른 소나무일 것이고 그 소나무들이 많은 곳은 강원도 일대와 경북 북부 일대이다. 여행가 손경석은 「한국의 산천」이라는 글에서 울진 지역의 아름다운 산천에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의 서면, 북면의 일부 지역과 삼근리 북쪽의 왕피천 상류에 있는 소광리 마을 일대의 산천과 불영사에서 울진 가까이에 성류굴이 있는 20여 킬로미터의 계곡의 양쪽은 압석이 기암절벽으로 창옥벽, 의상대, 산태극, 수태극 등과 같이 특유의 이름이 붙은 명소를 만들고 불영사 뒤로 합류하면서 단하동천이라는 계곡의 명소를 만들어 무성한 수림과 청송이 어울려서 심산의 비경을 펼쳐 놓고 있다. 불영사 뒤의 천축산과 청량산, 통고산 등의 기압은 인기척이 드문 청송의 밀림지대를 만들어, 때 묻지 않은 비경의 명승을 간직하고 있다.
월송정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늘 푸르고 푸른 소나무일 것이고 그 소나무들이 많은 곳은 강원도 일대와 경북 북부 일대이다.
울진군 서면의 소광리는 나라 안에서 소나무 숲이 가장 울창하게 우거진 곳이다. 육송, 미인송, 또는 춘양목으로 불리는 소광리의 소나무는 예전에 집을 짓는 재목으로만 요긴하게 쓰였으나 지금은 자연경관용으로 또는 생태관광과 산림욕장 등 여러모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중환은 이외에도 충청도 보령의 청라동(靑蘿洞)과 홍주의 광천(廣川), 서산시 해미의 무릉동(武陵洞) 그리고 남포의 화계(花溪) 등을 살 만한 곳으로 보았다. 현재 보령시 청라면은 북쪽에 오서산, 남쪽에 성주산, 동쪽에는 백월산, 서쪽에는 운주산이 사방으로 둘러 있는 분지로 칡과 댕댕이덩굴이 많아 ‘청라’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청라면 나원리에는 신선이 숨은 형국이라는 은선동(隱仙洞)이 있고 음현리에는 골짜기의 경치가 그윽하고 좋아서 신선이 놀던 곳이라는 선유동(仙遊洞)이 있다.
서산시 운산면 고풍리의 무릉동은 예전에 상왕(象王)을 묻었다는 곳으로 가야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개심사와 보원사지 그리고 서산 마애삼존불 같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것만을 보아도 삼국시대 이래 조선 후기까지 그 일대가 얼마나 풍부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교통의 요충지였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령시의 화개리(花開里)는 “성주산의 목단(牧丹)이 이곳에 와서 꽃을 피운다”라고 해서 화개 또는 개화(開花)라고 부르는데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한 곳인 성주사지가 있고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던 성주 탄광이 있던 곳이다. 골짜기가 그윽하고 들이 펼쳐진 이곳 마을들에는 여러 대를 이어 사는 부자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주변에 큰 고을들이 있는 데다 뱃길이 편리하고 서울과도 지리상으로 가깝기 때문이었다.
이중환이 이러한 지역을 살 만한 곳으로 본 것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대부들이 모두 이러한 곳에서 재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었다. 높고 깊은 산이 없는 만큼 큰 골짜기도 없으나, 바닷가에 자리 잡은 한적한 지역이어서 큰 난리 때 피해를 입는 일이 드물었다. 그 말을 입증하듯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는 “오서(烏捿)ㆍ성주산(聖住山) 사이 지역은 산 모습, 물 기운이 가장 뛰어나 나라 땅의 내장과 같기 때문에 내포라 한다. ······ 속리의 바른 큰 맥이 북으로 꺾여 내포에 스러지니 이곳에 성인 묻을 곳이 의당 있을지어다. 그때면 동방의 예악문물이 이 정기에서 성할 것이다”라는 예언을 하였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보령시의 캐치프레이즈는 ‘만세보령’이다.
이중환은 “전라도에는 남원의 요천(寥川), 흥덕(興德)의 장연(長淵), 장성의 봉연(鳳淵)이 있다. 모두 땅이 기름지고 이름난 마을로 여러 대를 이어 살고 있는 부자들이 많다”라고 하였다.
남원시는 전라북도 동부권인 지리산 일대의 중심도시로 성장하였다. 특히 지리산 자락 육모정에서 구룡폭포까지 이어지는 구룡계곡은 기암절벽과 맑은 물로 이루어져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해 준다. 구룡폭포는 음력 사월 초파일에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폭포에서 즐겁게 놀다가 승천하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일설에는 계곡의 마지막 부분에 서 있는 산이 구룡봉이라 해서 지어졌다고도 한다. 요천은 남원시 식정동 청룡산 자락에 있는 요천마을을 지나는 냇물인데, 이곳 요천변에 펼쳐진 금지평야는 북쪽의 남원 주생면에서 전남 곡성군까지 이어져 있다.
장성의 봉연은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있는 마을로, 문수산에서 흘러내린 서삼천과 북일천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새막굴로도 불린다. 그러나 고창 흥덕의 ‘장연’이라는 지명은 『한국지명총람』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면 사라져 버렸거나 이중환이 전라도를 한 번도 오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 알고서 쓴 것이 아닌가 싶다.
삼척 새천년도로
[네이버 지식백과]
계곡이 아름답고 나무숲이 울창한 곳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1 : 살고 싶은 곳, 2012. 10. 5.,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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