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뉴욕시와 뉴저지주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요, 콘스턴스 선생님, 에이드리언 선생님이 부친상을 당했어요, 그래서 오늘 교육에 참석하지 못해요." 순간 나는 목이 막혔다. 내 머릿속 목소리는 그분들의 부친이 아닌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목소리가 동시에 두 가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분들이 [내가] 부친상을 당했어요.
그 일이 있기 이틀 전 나는 아버지가 병원 침대에 누워 빛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 몸은 아버지 것이 아니라, 그해 여름 호지킨병으로 세상을 떠난 내 옛 대학 시절 여자친구의 것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은색 젤리처럼 보이는 반투명 철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방에는 조명이 없었지만,하얀 침대 시트와 아버지 주위의 아우라가 너무 밝아서 모든 게 훤히 보였기에, 방에는 벽도 바닥도 천장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주변 너머로는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우리는 손을 잡은 채 허공에 떠있었다. 전 여자친구의 몸에서 나오는 빛은 아버지의 생각을 내게 전송하는 라디오였다. 너한테 무정하게 굴었던 걸 용서하렴, 그 말이 명상의 종소리처럼 들려왔다.
꿈에서 깨고도 그 느낌은 당일과 이튿날까지 계속되었고 "그분들이 [내가] 부친상을 당했어요"라고 말하다 목이 막혔을 때도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워크숍을 시작한 지 두 시간쯤 되었을까, 나를 찾는 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지하에 있는 사무실로 내려가 올케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그레이스, 정말 유감이에요,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주무시다 평안하게 가셨어요. 수요일 밤에....." 바로 그때 지하철이 사무실 건물 위 고가 선로를 덜커덩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그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알겠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라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슬픔은 고사하고 울 수도 없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저 멍한 기분이었다.
나는 교사들이 모인 방으로 돌아가 이야기했다. "남은 워크숍은 취소해야겠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 헉하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선생님 아버님도요? 아버지가 두 분이나 같은 날 돌아가셨다니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하지만 사실 우리 아버지는 그날 돌아가신 게 아니라, 내가 아버지 꿈을 꾸었던 9월30일 한밤중에 돌아가셨다.
건물 밖 풀턴가에서는 자동차에서 울리는 메렝게 음악, 행인들의 스페인어 대화, 고가 선로를 자나가는 열차 소리가 정신없이 뒤섞였는데, 그 모든 소리가 마치 물속에 잠긴 듯 희미하게 들렸다.
이스턴파크웨이에 있는 어둑어둑한 방 두 칸짜리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앉아 2층 창밖에서 건물 관리인이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쏟아붓는 모습을 보며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