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면옥(麵屋)에서
여름철의 별미는 면류이다.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시원한 콩국수나 냉면이 제격이다. 6월이 되면 꼭 찾는 집이 있다. 그곳은 신령 방면의 체리 농원을 하는 곳으로 콩국수 맛은 일품이다. 해마다 몇몇 지인과 함께 그곳에 가서 콩국수도 먹고 체리도 사서 오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왠지 콩국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맛을 어디서 보랴.
나는 면류 중에서 물냉면을 먹지 않는다. 옛날에는 먹기도 했는데 물냉면을 먹고 식중독으로 밤새도록 끙끙 앓은 적이 있어 그 후로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로 먹지 않는다. 간혹 먹으면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배탈이 나기도 한다. 물냉면에는 세균 번식이 많아 장이 약한 사람은 탈을 잘 일으킨다고 한다.
오늘은 매주 한 번씩 산행하는데, 삼오 형제 중 두 명이 산에 올랐다. 늘 가던 길이 아니고 새로운 길로 올랐다. 삼보사 위에 주차하고 백자산에 올랐다. 백자산 정상에 오르는 길도 여러 길이다. 사동에서 오르는 길, 삼보사에 오르는 길, 남천에서 오르는 길, 한의대에서 오르는 길 등이 있다. 정상에서 잠시 쉬고 늘 오르던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두 능선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왔다.
삼보사 밑 한 면옥에 들렀다. P 교수는 ‘회비빔냉면’을 나는 ‘메밀들깨쑥칼제비’를 먹었다. 신령의 콩국수 맛을 연상케 했다. 나는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메밀과 들깨, 쑥이 함께 어우러져 맛이 일품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세프 출신으로 정말 맛이 있었으며, 다음에 등산하고 또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그 집에 명품 음식은 처음 들어보는 ‘쑥 막걸리’였다. 그 집에서 직접 담그는 술로 어떤 맛인지 호기심이 생겨 반 되를 주문했다. 나는 막걸리를 반주로 즐겨 마신다. 그 집의 쑥 막걸리는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의 좋은 맛이란 달지 않고 향기가 나지 않아야 하며, 담담하면서 무덤덤한 맛이다. 옛날에 할머니께서 담근 농주가 그런 맛이다.
오늘 하루 행복한 날이었다.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셨으며, ‘○○ 면옥’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말이다. 우물쭈물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며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며 살라고 한다. 고전이나 성서와 같은 경전에도 “먹고 마시며 즐기라”고 한다.(토빗 7, 10, ; 루카 12, 19) 오늘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으며 항상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이라고 여기며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