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를 골탕 먹이려고 명품 패딩을
맞춰 입기로 한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라는 무리 속에 있을 수 있다면 …
그림자처럼 아이들 속에 숨어 있을 수만 있다면 …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고기 떼처럼 몰려다니는 아이들, 그 무리 속에 끼지 못하던 ‘하빈’. 떠돌이 비늘처럼 부유하던 하빈은 새롭게 전학 간 학교에서 오래전 친구 ‘유나’를 만난다. 유나는 하빈을 자기가 만든 모임인 ‘틴트’에 들어오게 한다. 하지만 틴트 회원인 아이들은 하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빈을 시험하는 듯, 명품 패딩을 맞춰 입자고 제안한다. 명품 패딩 살 돈은 없지만 오랜만에 생긴 ‘친구’라는 그림자 속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하빈은 중고 사이트를 열심히 뒤지게 되고,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그림자지기’로부터 쪽지를 받는다. ‘마침 원하시는 패딩에 상어 그림자가 숨어들었습니다. 그림자를 맡아 주신다면 패딩을 제공해드립니다.’ 망설일 새도 없이 하빈은 그림자를 맡겠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패딩이 배송되는데…. 하빈은 패딩을 입고, 친구들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패딩 속에 들어갔다는 상어 그림자 이야기는 진짜일까?
목차
떠돌이 비늘
틴트, 카페 틴트
명품 패딩
세 가지 조건
그림자 위탁모
비 오는 날
그림자 상어
태경이의 거울
미나의 수첩
널, 믿어 봐
유주의 비밀 일기
유주와 나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것들
위탁 미션 종료
저자의 말
저자 소개
글: 윤미경
동화와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2012년 황금펜 문학상에 동화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푸른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동화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시간거북이의 어제안경」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거울아바타 소환 작전』, 『우리 학교 마순경』, 동시집 『반짝반짝 별찌』, 그림책 『커다랗고 작은』, 청소년 소설 『얼룩말 무늬를 신은 아이』 등이 있습니다.
그림: 유경화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으로 독자와 이야기 나누는 걸 즐거워합니다. 그린 책으로 『세상에 없는 가게』, 『걱정을 없애 주는 마카롱』,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학교 잘 다니는 법』, 『열 살, 사랑』, 『빨간 머리 마녀 미로』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빛으로 태어났지만 결국 무언가의 그림자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 따돌림을 당했던 하빈이는 ‘친구’라는 그림자가 간절하다. 그래서 자기의 의견은 감추고, ‘틴트’ 클럽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만 한다. 그래서 늘 아이들과 함께 있지만 그 존재는 희미하기만 하다.
하빈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틴트’ 아이들도 무언가의 그림자가 되어 살긴 마찬가지다. ‘또거울 태경’이는 ‘예뻐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거울을 손에 놓지 못한다. ‘중얼중얼 미나’는 좋은 학교에 가는 걸 목표로 늘 무언가를 중얼중얼 외우고 있다. 그래서 손에 늘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다닌다. ‘틴트’라는 이름으로 모인 아이들이지만 서로의 아픔이나 사정에는 관심이 없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욕심 속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작가는 겨울마다 꺼내 입는 아이들의 ‘검은 패딩’을 보고 이 글을 떠올렸다. 사회적 기준에 맞춰 자신을 재단하고, 그 속에 숨는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비슷비슷한 ‘검은 패딩’을 입는 아이들과 닮아 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개성을 잃어가고 있는 아이, 사회에 맞춰 자신을 숨기는 아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그림자처럼 간직한 아이. ‘틴트’라는 화려한 클럽에 속해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 어두운 그림자 같은 아이들. 이 아이들은 다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소망을 먹는 그림자, 거짓 소망이 사라지고 나서야 보이는 아이들의 이야기
‘틴트’ 클럽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보이지 않는 하빈이를 골탕 먹이기 위해 명품 패딩을 입고 오자고 한다. 하빈이는 아이들의 의도를 알았지만,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중고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그런 하빈이에게 ‘그림자지기’라는 사람으로부터 쪽지가 온다.
‘마침 원하시는 패딩에 상어 그림자가 숨어들었습니다. 그림자를 맡아 주신다면 패딩을 제공해드립니다.’
다른 것들을 따질 새도 없이 하빈이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다음 날 거짓말처럼 패딩이 집에 도착한다. 다행히 패딩을 입고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비를 맞으면 안 된다는 조건을 어기게 되고, 그 대가로 상어 그림자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 신세가 된다.
상어 그림자의 먹이는 ‘아이들의 추억과 소망’이다. 하빈이는 밤새 장롱 속에서 울고 있는 상어를 위해 태경이의 거울, 미나의 수첩, 유나의 비밀 일기를 먹이로 준다. 하룻밤 패딩 속에 넣었다가 다시 돌려 놓았을 뿐인데 태경이의 얼굴은 여드름으로 뒤덮이고, 미나는 시험을 망치고, 유나의 비밀은 학교에 퍼진다. 그런 일이 이어지자, 하빈이의 죄책감은 점점 커져 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망을 빼앗긴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림자 소망’을 도둑 맞고, ‘진짜 소망’을 찾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 ‘관계의 소중함’과 서로를 지지하는 법을 힘껏 배우는 아이들을 만나 보자.
작가의 말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고 있지 않나요?
언젠가 딸아이를 데리러 갔던 길이었어요. 똑같은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몰려나오는 딸아이와 친구들을 보며 ‘꼭 상어 떼 같아!’는 말을 했어요. 무심코 내뱉었던 내 말에 아이들이 물방울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요. 그 물방울 하나가 가슴에서 튀어 올라 작은 파장을 만들고 마침내 《그림자 상어》라는 동화로 태어났어요. 어느 날인가부터 유행처럼 번지던 검정색 롱패딩의 물결. 겨울만 되면 여전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 남이 하니까 무심코 따라 하게 되는 행동들.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간혹 이런 힘든 상황에 마주치기도 해요.
친구란 무엇일까요? 하교할 때 같이 집에 가는 사이? 함께 뒷담화하는 사이? 와이파이를 공유하는 사이?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없죠. 나의 부족함까지 보듬어주는 따뜻한 진심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친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억지로 흉내 내지 않더라도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진심이 만나 알게 모르게 닮아가는 법이에요.
하지만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에요.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닌 당당한 자존감을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친구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진심 어린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똑같은 사랑을 나눠 줄 수 있지요. 내가 힘들 때 끝까지 내 곁을 지켜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친구가 힘들어할 때 끝까지 남아서 응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여러분은 진정한 친구입니다.
여러분의 베프가 되고 싶은 작가 윤미경